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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의 ‘담대한 도전’ 통하려면
2020년 11월 04일(수) 08:30
지난달 신안 압해읍 신장 선착장에서 소악도행 배에 오르자 타임머신을 타고 10년 전으로 되돌아 간듯 했다. 일본 세토내해의 나오시마(直島) 지추 미술관을 둘러보기 위해 페리호에 승선했던 기억이 떠올라서였다. 초행길인 데다 배를 타고 가는 녹록치 않은 여정이었지만 말로만 듣던 예술의 섬, 나오시마를 ‘직관’하는다는 기대감으로 무척 설레였었다.

역시 나오시마는 명불허전이었다.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 특유의 노출콘크리트 스타일로 지어진 미술관은 건물 자체가 하나의 예술작품이었다. 긴 복도로 이어지는 동선과 기하학적으로 분할된 공간은 예술을 기리는 신전 같았다. 특히 흥미로웠던 건 클로드 모네, 월터 드 마리아, 제임스 터렐의 작품 9점을 위해 기획단계부터 미술관을 설계했다는 것이다. ‘예술의 힘’이 통했을까. 쇠락하기 시작하던 나오시마는 연간 70만~80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가는 글로벌 명소가 됐다.

일본에 나오시마 프로젝트가 있다면 신안군에는 ‘1도(島)1뮤지엄’사업이 있다. 1000여 개의 섬으로 이뤄진 신안의 주요 24개 섬에 오는 2024년까지 특화된 미술관을 건립하는 초대형 아트 프로젝트다. 스페인의 산티아고에서 영감을 얻은 기점·소악도의 ‘섬티아고’를 비롯해 압해도의 저녁노을미술관, 증도의 갯벌생태전시관 등 이미 11개의 미술관이 개관을 마쳤다.

그중에서도 하이라이트는 자은도 양산해변 인근에 조성중인 뮤지엄파크다. 축구장 70배의 면적을 자랑하는 이 곳은 1004섬 수석미술관, 세계조개 박물관, 오는 2024년 완공 목표인 ‘인피니또 뮤지엄’이 중심이 된 복합문화관광타운으로 조성된다. 현재 신안군이 공을 들이고 있는 뮤지엄 파크의 ‘얼굴’은 ‘인피니또(무한) 뮤지엄’이다. 자은도의 명소인 ‘무한의 다리’ 인근에 들어서는 미술관의 사업비는 무려 150억 원. 세계적인 건축가 마리오 보타(삼성리움미술관 설계)와 유럽에서 활동하는 박은선 조각가의 작품으로 꾸며지는 미술관은 두 거장의 ‘조합’으로 벌써부터 미술계의 화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인피니또 뮤지엄’은 현재 문광부의 제동에 걸려 건립이 불투명한 상태다. 공공미술관을 건립하려면 정부의 승인을 거쳐야 하는데 접근성과 미술관 운영 로드맵 부족, 특정 작가 중심의 콘텐츠를 이유로 문광부가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인피니또 뮤지엄이 좌절되면 뮤지엄파크의 시너지 효과가 떨어지는 등 후유증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신안이 ‘1도 1뮤지엄 ’을 추켜든 건 섬의 미래 때문이다. 신안의 인구는 현재 4만 여명으로 매년 500~600명이 줄어들자 ‘사람’을 불러 들이기 위한 특단의 카드로 예술을 선택한 것이다. 그렇다고 자칫 의욕만 있고 콘텐츠나 컬렉션이 빈약하다면 프로젝트의 생명력을 기대하기 힘들다. 나오시마가 ‘돌아오는 섬’으로 부활한 건 차별화된 컬렉션이 있었기 때문이다. 신안의 ‘담대한’ 도전이 통하려면 미술관의 운영 등에 대한 설득력 있는 대안을 마련하는 게 먼저다. 문광부 역시 신안의 꿈인 ‘아트 프로젝트’가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열린’ 마인드로 전향적인 검토를 해야 함은 물론이다.

<제작국장·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