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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만든’ 미디어아트, 관광이 되다
2020년 11월 03일(화) 07:00
지난해 12월 첫선을 보인 ‘2019 서울 라이트쇼’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의 외벽에 다양한 콘텐츠의 미디어파사드를 연출해 큰 호응을 얻었다. <사진=서울시 제공>
‘빛과 음악, 예술이 결합된 미디어 판타지’

지난해 12월 중순, 서울의 핫플레이스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지나던 시민들은 환호성을 터뜨렸다.

DDP의 굴곡진 은빛 외관을 화려하게 수놓은 미디어아트의 향연에 ‘홀려’ 발걸음을 멈춘채 때아닌 빛의 축제를 즐겼다.

220m에 달하는 초대형 캔버스에는 약 16분 동안 서울과 DDP의 과거, 현재, 미래를 담은 사진과 이미지들이 숨가쁘게 펼쳐졌다. DDP 일대가 거대한 야외 미디어 놀이터로 변신한 순간이었다.

‘잘 만든’ 미디어아트는 도시를 빛내는 문화브랜드가 될 잠재력이 풍부하다. 서울 ‘라이트쇼’뿐만 아니라 오스트리아 린츠의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 호주의 ‘비비드 시드니’ 등이 대표적이다.

올해로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로 지정된 광주가 미디어아트에 눈을 돌려야 하는 건 이 때문이다.



#서울 라이트쇼

서울시와 서울디자인재단이 공동으로 개최한 ‘2019 서울 라이트(Light)’(2019년 12월20~2020년 1월3일)는 첫선을 보이자 마자 강렬한 존재감을 뽐냈다. 삭막한 도심을 화려한 미디어 파스트로 물들인 축제는 15일간의 기간동안 100만 명 이상이 다녀가는 성황을 거뒀다. 미디어 파사드는 건축물 외벽에 영상을 투사하는 기법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보여주는 영상예술이다. 이번 축제는 ‘서울 해몽(SEOUL HAEMONG)’을 주제로 시민들이 직접 찍은 사진을 수집한 뒤 인공지능(AI), 머신러닝같은 기술로 해석하고 재조합해 서울과 동대문의 역사와 미래를 빛과 영상으로 표현했다.

메인 콘텐츠는 서울의 과거, 현재, 미래를 각각 상징하는 3개 챕터, 총 16분으로 구성됐다. 터키 출신의 세계적인 미디어 디자이너 레픽 아나톨이 대표 작가로 참여해 수준높은 미디어아트의 세계를 선보였다.

서울 라이트쇼를 주최한 서울시는 “‘2019 라이트’ 축제를 통해 미디어아트의 예술성과 관광자산으로서의 잠재력을 확인하게 됐다“면서 “앞으로 매년 연말 연시에 개최해 호주의 ‘비비드 시드니(Vivid Sydney)’와 같은 대표적인 야간 관광콘텐츠로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화려한 외관을 자랑하는 오스트리아 린츠의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전경. <광주일보 자료 사진>
#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

지난 9월 국내 미술계에선 대전시립미술관이 뉴스메이커로 깜짝 등장했다. 올해로 41회를 맞은 아르스 일렉스로니카 페스티벌((Ars Electronica Festival)의 ‘케플러의 정원’(Kepler’s Garden)에 국내에선 유일하게 초청됐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으로 개최된 이번 축제에는 대전 등 세계 약 120개 도시 및 기관과의 협업 아래 진행됐고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채널을 통해 전세계에 라이브로 동시 소개됐다.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은 오스트리아 린츠 시에 위치한 과학예술센터 아르스 일렉트로니카가 매년 개최하는 세계 최대의 과학예술축제다. 우리나라의 현대자동차가 스폰서로 참여할 만큼 미디어아트 페스티벌로는 세계적인 수준과 권위를 자랑한다. 수도 빈, 그라츠에 이어 오스트리아의 제 3의 도시인 린츠는 과학과 예술을 접목한 도시 브랜드 가치로 지난 2009년 유럽문화수도로 뽑혀 일약 주목을 받았다. 특히 지난 2014년에는 유네스코 지정 미디어아트 창의도시로 선정됐는데, 다름 아닌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의 공이 크다.

아르스 일렉트로니카는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 프리 아르스 일렉트로니카(국제 경연대회),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센터(미술관),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퓨처랩으로 구성돼 있다.

무엇보다 아르스 센터의 독특한 외관은 관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지난 2009년 공간을 확장해 현재의 모습을 갖춘 센터는 낮 보다는 밤에 진가를 발휘한다. 미디어 파사드를 통해 보라색, 주홍색, 푸른색 등 다채로운 색감을 갖춘 모습으로 변신하는 건물은 그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특히 센터에서 가장 인상적인 공간은 폭 16m, 높이 9m의 ‘8K극장’(Deep Space 8K). 전 세계 하나 뿐인 ‘8K극장’에서 3D안경을 끼고 다양한 영상물을 감상하다 보면 아르스 센터의 매력을 실감하게 된다.



매년 여름 빛, 음악, 아이디어라는 세 가지 요소가 어우러져 시드니를 더욱 화려하게 만드는 '비비드 시드니' 전경.
# 비비드 시드니

지구의 남반구에 자리한 호주는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를 즐길 수 있는 나라다. 그래서인지 겨울시즌에 속하는 5~6월에 즐길 만한 축제와 볼거리가 부족한 편이다. 하지만 매년 여름, 호주의 시드니에선 전 세계인들의 주목을 한몸에 받는 ‘비비드 시드니’가 개막해 관광비수기에도 관광객들을 불러들인다. 3주 동안의 축제기간에 오페라하우스, 시드니 하버 브리지, 센트럴 파크, 시드니 내학, 달링 하버 등 시드니의 주요 명소를 무대로 화려하게 펼쳐지는 ‘비비드 시드니’는 빛, 음악, 아이디어라는 세 가지 요소가 어우러져 도시 전역을 환상적인 색채로 물들인다. 그중에서도 시드니의 랜드마크인 오페라하우스의 미디어아트쇼는 단연 돋보이는 콘텐츠다. 오페라하우스를 캔버스 삼아 역동적이면서 현란한 조명들이 빚어내는 ‘빛의 향연’은 100만 불 짜리 쇼라고 불릴 만큼 압도적이다.

‘비비드 시드니’는 지난 2009년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조명디자이너 마리 앤 키리아코우(Mary Anne Kyriakou), 브라이언 에노(Brian Eno), 브루스 라무스(Bruce Ramus)가 기획한 라이트 페스티벌로 출발했다. 일회성 축제로 탄생했던 축제는 최첨단 조명기술과 지역 예술가들이 참여하면서 차별화된 볼거리로 인정을 받게 돼 이후 시드니의 대표 축제로 성장하게 됐다. 지난 2012년 50만 명과 1천만 달러의 부가 가치를 창출했던 ‘비비드 시드니’는 매년 관광객들의 수가 늘어나면서 지난 2017년에는 233만 명, 1억4300만 달러의 관광수입을 올렸다.



지난해 열린 ‘2019광주미디어아트 페스티벌’ 개막식 모습. <광주일보 자료 사진>
# 미디어아트 시티, 광주의 선택은

그렇다면 ‘빛의 도시’를 표방하고 있는 광주는 어떤가. 유감스럽게도 전통적인 관광 인프라가 취약한 데다 도시의 야경이나 밤 시간대의 콘텐츠 개발에도 소홀하다. 특히 ‘빛의 숲’을 콘셉트로 제시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이나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와 같은 독보적인 자원을 활용하지 못해 야간관광의 모멘텀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광주는 앞으로 야간관광의 메카가 될 잠재력이 큰 도시다. 우선 ACC를 필두로 금남로 일대에 조성되는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벨트, 대인 예술야시장 숨겨진 보석들이 많다. 특히 지난 2012년 창설된 미디어아트페스티벌은 예술관광 콘텐츠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미술 축제인 광주비엔날레와 동시대성을 핵심가치로 내건 ACC의 콘텐츠와 연계될 경우 다른 곳에서도 경험하기 힘든 차별화된 관광자산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신겸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달 열린 ‘2020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정책포럼’에서 ‘미디어아트와 연계한 광주의 예술관광 추진전략’ 발제를 통해 미디어아트와 예술관광의 시너지 효과를 강조했다. 강 교수는 “미디어아트 페스티벌이 생명력을 얻기 위해서는 작가중심의 전시이벤트에서 예술성, 대중성, 경제성의 균형있는 축제로 거듭나야 한다”면서 “여행객이 미디어아트를 일상에 경험할 수 있도록 버스터미널, 송정역 등 공공장소로 외연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