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과 열정의 도시, 베네치아로 떠나는 ‘생각 여행’
[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삶이 축제가 된다면
김상근 지음
삶이 축제가 된다면
김상근 지음
![]() 2007년 베네치아 비엔날레에 출품했던 러시아 조각가 게오르기 푸랑굴리안의 ‘단테의 범선’. |
인문학자인 김상근 연대세 신학과 교수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기 시작한 지난 1월 베네치아에 있었다. 중국 우한에서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퍼지던 무렵이었다. 그는 베네치아 거리 곳곳을 돌아다니는 중국 관광객들을 보며 두려움을 느꼈다. 그는 좁은 골목길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황급히 카페 안으로 들어가곤 했다.
한마디로 베네치아는 “전염병에 취약한 도시”였다. 미로와 같은 길은 비말이 튈 여지가 많았다. 열악한 상하수도 시설과 눅눅한 날씨는 ‘세균 배양을 위한 거대한 인큐베이터’로 착각될 정도였다. 베네치아가 지금까지 세계적인 역병의 유행이 비켜가지 않은 것은 그러한 환경과 무관치 않다.
한국으로 가기 위해 공항으로 가는 길, 김 교수는 오래도록 베네치아를 바라보았다. 마지막 베네치아 여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에게 베네치아는 ‘감각과 열정의 도시’다. 세익스피어의 명작 ‘베니스의 상인’의 배경이 됐으며 화가 벨리니아 티치아노가 위대한 작품을 남겼던 곳이다.
김 교수는 최근 베네치아를 걸으며 여행과 삶에 대한 단상을 유려한 글로 풀어낸 ‘삶이 축제가 된다면’을 펴냈다. ‘여행자를 위한 인문학’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은 베네치아를 모티브로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방식을 돌아보게 한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이 책을 통해 베네치아에 대해 말하려고 하는가, 아니면 베네치아에 대한 내 생각을 말하려고 하는가? 굳이 베네치아를 여행지로 선택하지 않더라도 모든 여행은 원래 그렇다. 내가 어떤 특정한 여행지에 도착해서 먹고, 보고, 경험하고 잠으로써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생각’이 그 도시를 여행하는 것이다.”
알려진 대로 베네치아는 아름다운 물의 도시다. 18세기 북부 유럽인들에게 이곳은 ‘그랜드 투어’의 목적지였다. 단테, 괴테, 보카치오, 몽테뉴, 모짜르트, 찰스 디킨스, 라이너 마리아 릴케, 마르셀 프루스트 등 수많은 인물들이 베네치아를 찾아 예술과 문화의 꽃을 피웠다.
물의 도시는 생명과 상상의 근원이다. 아니 베네치아는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품이다. 전설적인 아트 컬렉터인 페기 구겐하임은 이렇게 말했다. “정상적인 삶이란 베네치아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여기서는 모든 것들이,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물 위에 떠다닙니다. 이렇게 물 위에서 떠다니며 사는 것이 베네치아에서는 멋진 일상입니다. 물결이 비친 도시는 그림처럼 보이는데, 최고의 거장이 그린 어떤 작품보다 더 아름답습니다.”
저자는 우선 고전 작품 속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베네치아를 걸으며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토마스 만의 ‘베네치아에서의 죽음’ 같은 작품을 소개한다. 아울러 무라노섬에서는 카사노바의 ‘나의 편력’을, 아르세날레에서는 단테의 ‘신곡’을 이야기한다.
베네치아의 중심 산 마르코 광장과 그 주변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화재의 잿더미 위에 쌓아올린 두칼레 궁전은 당대 최고의 건축가들이 그 시대 예술 사조를 반영했다. 보는 각도에 따라 궁전이 다르게 보이는데 비잔틴 양식과 고딕 양식, 르네상스 양식의 공존은 그 자체로 경이롭다.
비둘기와 갈매기가 공존하는 산 마르코 광장에는 인공 건축물인 종탑이 있다. 98.6m에 달하는 종탑을 가리켜 ‘모든 저택의 주인’이라고 부른다. 종탑과 마주하고 있는 또 다른 베네치아의 명물 시계탑을 둘러보는 것도 인상적이다.
이밖에 저자는 회화와 조각, 음악 등도 소개한다. 아울러 벨리니, 틴토레토, 티치아노, 팔라디오, 롱게나 등 베네치아를 대표하는 예술가들의 흔적을 좇아 르네상스에서 바로크 시대까지를 횡단한다. 그것의 기점이 되는 장소는 벨리니의 ‘보좌에 앉으신 성모자’, ‘피에타’, 조르조네의 ‘템테스트’가 있는 아카데미아 박물관 등이다.
저자는 말한다. “베네치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베네치아에 대한 생각의 생각을 묶은 책”이라고. 그러면서 “펜데믹의 영향으로 몸의 물리적인 이동은 불가능해졌으나 생각의 여행은 언제 어디서나 계속되어야” 한다고. <시공사·2만2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 수상도시답게 베네치아는 풍광이 아름다운 곳이 많다. 아카데미아 다리에서 본 살루테 성당. |
“그렇다면 나는 지금 이 책을 통해 베네치아에 대해 말하려고 하는가, 아니면 베네치아에 대한 내 생각을 말하려고 하는가? 굳이 베네치아를 여행지로 선택하지 않더라도 모든 여행은 원래 그렇다. 내가 어떤 특정한 여행지에 도착해서 먹고, 보고, 경험하고 잠으로써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생각’이 그 도시를 여행하는 것이다.”
알려진 대로 베네치아는 아름다운 물의 도시다. 18세기 북부 유럽인들에게 이곳은 ‘그랜드 투어’의 목적지였다. 단테, 괴테, 보카치오, 몽테뉴, 모짜르트, 찰스 디킨스, 라이너 마리아 릴케, 마르셀 프루스트 등 수많은 인물들이 베네치아를 찾아 예술과 문화의 꽃을 피웠다.
물의 도시는 생명과 상상의 근원이다. 아니 베네치아는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품이다. 전설적인 아트 컬렉터인 페기 구겐하임은 이렇게 말했다. “정상적인 삶이란 베네치아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여기서는 모든 것들이,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물 위에 떠다닙니다. 이렇게 물 위에서 떠다니며 사는 것이 베네치아에서는 멋진 일상입니다. 물결이 비친 도시는 그림처럼 보이는데, 최고의 거장이 그린 어떤 작품보다 더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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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의 중심 산 마르코 광장과 그 주변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화재의 잿더미 위에 쌓아올린 두칼레 궁전은 당대 최고의 건축가들이 그 시대 예술 사조를 반영했다. 보는 각도에 따라 궁전이 다르게 보이는데 비잔틴 양식과 고딕 양식, 르네상스 양식의 공존은 그 자체로 경이롭다.
비둘기와 갈매기가 공존하는 산 마르코 광장에는 인공 건축물인 종탑이 있다. 98.6m에 달하는 종탑을 가리켜 ‘모든 저택의 주인’이라고 부른다. 종탑과 마주하고 있는 또 다른 베네치아의 명물 시계탑을 둘러보는 것도 인상적이다.
이밖에 저자는 회화와 조각, 음악 등도 소개한다. 아울러 벨리니, 틴토레토, 티치아노, 팔라디오, 롱게나 등 베네치아를 대표하는 예술가들의 흔적을 좇아 르네상스에서 바로크 시대까지를 횡단한다. 그것의 기점이 되는 장소는 벨리니의 ‘보좌에 앉으신 성모자’, ‘피에타’, 조르조네의 ‘템테스트’가 있는 아카데미아 박물관 등이다.
저자는 말한다. “베네치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베네치아에 대한 생각의 생각을 묶은 책”이라고. 그러면서 “펜데믹의 영향으로 몸의 물리적인 이동은 불가능해졌으나 생각의 여행은 언제 어디서나 계속되어야” 한다고. <시공사·2만2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