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피해학생 상처, 내 아이 돌보듯 보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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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피해학생 상처, 내 아이 돌보듯 보듬죠”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광주지부 황한이 지부장]
‘우리아이 행복 프로젝트’ 진행…위로상담가 14명 찾아가는 상담
대학생과 멘토-멘티 연결·독서 치료 등 일상 돌려주기 프로그램
2020년 09월 09일(수) 00:00
비영리 민간단체 ‘(사)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는 학교 폭력 관련 단체 중에서도 독특한 면이 있다. 오직 학교폭력 피해 학생만을 위해 힘을 쏟는 단체라는 점이다.

지난 2000년 ‘성수여중 폭력사건’ 피해 학생 어머니인 조정실씨가 설립한 이 단체가 올해 처음으로 광주 지부를 열었다.

광주에는 지난 4년 동안 ‘우리아이 행복 프로젝트 광주센터’만 있었으나, 지난 2월 지부 명패를 달았다.

황한이(여·52)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광주지부장은 “폭력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우리 지역 피해 학생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일상생활을 되돌려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협회는 교육부 지원을 받아 ‘우리아이 행복 프로젝트’를 진행, 찾아가는 상담 사업, 대학생 멘토링, 학부모 자조 모임 등을 하고 있다. 광주 지부는 남구·동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 등과 협업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광주에서는 위로상담가 14명이 찾아가는 상담 사업에 동참하고 있다. 위로상담가는 피해 학생의 부모와 전문상담사로 구성돼 있다. 2박3일 교육과정을 거친 이들은 2인 1조를 이뤄 찾아가는 상담 활동을 하고 있다.

“위로상담가들은 학교 폭력 관련 법적 절차, 심의 과정 등을 경험했던 이들로, 피해 학생과 깊이 있는 교감을 할 수 있어요. 상담의 질을 높이고 싶어 교육학 박사, 미술치료 석사 등에 도전할 정도로 적극적이에요.”

대학생 멘토링은 황 지부장이 가장 보람찬 활동으로 꼽는 프로그램이다. 피해 학생들과 자원봉사 대학생(2년 이상)들을 10개월 동안 멘토-멘티로 연결해 주고, 일주일에 2차례 연락하고 한달에 1번 만나는 활동이다. 올해는 멘토 21명이 피해 학생을 만나고 있다.

“자기 이야기를 들어주고, 관심을 갖는 사람이 생긴다는 게 피해 학생에게 큰 도움이 되지요. 처음엔 눈도 잘 못 마주치고, 무기력했던 피해 학생들이 멘토링을 거치면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지는데, 이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황 지부장은 “‘아이들을 살린다’는 취지에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대학생들이 많다. 길게는 4년 동안 멘토로 자원한 경우도 있다”며 “프로그램을 확장해 대학생 멘토를 추가 양성할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광주 지부에서만 진행하는 사업도 있다. 동명동 중앙도서관에서 2년째 진행 중인 ‘독서치료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각종 프로그램을 거친 후에도 아직 치유가 필요한 경우 책을 통해 상처를 보듬는 프로그램이다.

황 지부장은 학교 폭력 관련 시급한 문제로 호남 지역에 피해 학생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한 현실을 짚었다. 기숙형 치유센터 ‘해맑음센터’(대전)와 같은 시설이 호남권역에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피해 학생은 가해 성향이 있는 학생들과 한 자리에 있기 힘들어요. 시설이 부족한 지금으로선 피해 학생이 해맑음센터를 제외하곤 병원밖에 갈 수 없어요. 광주에도 피해 학생들이 쉴 수 있는 통합학교, 기숙형 학교 등 공간이 확산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 또한 지부장으로서 흔들리지 않고, 진실된 마음으로 피해 학생들을 돕겠습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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