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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의 길 버리고 가시밭길 가는 금호타이어
비정규직 노조, 공장 침수 복구 중에 ‘고용승계 투쟁’ 선언
사측, “해사행위 중단하라” 촉구 … 지역 경제 우려도 커져
2020년 08월 12일(수) 00:00
노·사 상생을 요구하는 지역사회 여론에도 불구하고 ‘법인통장 압류’ 사태로 존폐 위기에 직면한 금호타이어와 비정규직 노동조합의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비정규직 노조는 단체교섭 결렬에 이어 ‘고용 승계 투쟁’을 선언했고, 금호타이어는 해사(害社)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등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또 금호타이어는 법인통장 압류로 오는 27일 예정된 직원들의 급여와 수당은 물론, 협력업체 대금을 지급하지 못할 처지에 놓이면서 지역경제에도 비상이 걸렸다. 여기에 경영난을 이유로 도급업체가 계약 해지를 통보함에 따라 이날까지 새 업체 모집에 나섰지만 지원한 업체가 단 한 곳도 없었다. 당장 이달 말까지 새 업체를 구하지 못하면 공장가동과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물론, 비정규직 직원들의 고용도 담보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 경제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11일 금호타이어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비정규직 노조는 지난 6일 수급사협의회에 올해 단체교섭에 대한 결렬 선언과 함께 쟁의조정 신청을 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어 지난 7일에는 관할 경찰서에 ‘고용 3승계 투쟁 결의대회’ 개최 집회신고를 했다.

금호타이어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최근 집중호우로 광주와 곡성공장이 침수피해를 입어 지난 8일 공장가동이 일시 중단됐고 주말 전 임직원들이 복구에 나서 겨우 정상가동에 들어갔다”며 “예상치 못한 폭우로 공장 정상화가 버거운 상황에서 투쟁 집회신고와 쟁의조정 신청 통보는 경영정상화 의지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행위”라고 밝혔다.

현재 금호타이어는 비정규직 노조가 지난달 30일 법원에 채권 압류 및 추심명령 신청을 통해 법인통장을 압류당한 상태다. 도급업체가 고용한 근로자로 구성된 비정규직 노조는 지난 1월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1심에서 승소했고, 이를 근거로 임금차액과 그에 따른 이자 등 204억을 가압류해 금융거래가 중단되면서 지난 7월 말 직원들의 휴가비와 수당, 납품업체 대금 등을 지급하지 못했다.

금호타이어는 압류 사태가 장기화되면 대외 신뢰도 하락에 이은 유동성 위기마저 초래할 수 있는 심각한 경영위기에 놓이게 된다. 오는 27일 직원들의 임금과 수당 지급도 어렵게 됐다. 이밖에 물품대금 지연 등으로 광주·전남 260여개를 포함한 전국 670여개 협력업체의 자금난과 줄도산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금호타이어 사내 도급업체 5곳은 오는 31일 이후로 도급 계약을 해지할 것을 요청했고, 해당 업체는 비정규직 노조에 오는 31일자로 고용을 승계할 수 없다는 사실상 해고 예보를 통보했다.

새로운 업체를 선정해 도급계약을 체결하면 고용 승계가 이뤄질 수 있지만, 문제는 코로나19 사태로 도급 물량이 줄어든 탓에 경영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계약하려는 업체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금호타이어는 도급계약 해지를 통보한 협력업체를 대체할 도급 운영업체 모집공고를 냈으나, 마감일인 11일 이날까지 단 하나의 업체도 지원하지 않았다.

업체 선정이 지연되면 공장운영과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고, 비정규직 직원들의 고용은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정규직 전환’을 통해 고용안정을 이뤄내려는 비정규직 노조가 협상수단인 ‘법인계좌 압류’를 쉽게 풀어주지 않을 가능성은 더 커진다.

하지만 비정규직 노조와 금호타이어의 입장차는 쉽게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비정규직 노조는 사측이 정규직 전환 방안을 제시하기 전 압류를 풀지 않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고, 금호타이어는 항소심과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1심 판결만 놓고 정규직화를 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회사가 있어야 일자리도 유지하고 고용안정도 주장할 수 있다”며 “구성원들을 위해 존재·유지·발전시켜야 할 회사를 일방적인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것은 명백한 해사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비정규직 노조가 채권압류를 취하하고 합리적인 해결방안 마련을 위한 책임과 역할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박기웅 기자 pboxer@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