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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모네이드 두 병
2020년 08월 07일(금) 00:00
TV를 틀면 하루 종일 트로트 프로그램을 볼 수 있을 정도로 그야말로 트로트 전성시대이다. 경연 방식이나 참가자가 무명 시절 겪었던 생활고 소개로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스타일은 다들 비슷비슷하다. 어찌 보면 촌스럽고 고만고만한 내용들이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종일 채널을 돌려가며 트로트 삼매경에 빠진 노년층이 한둘이 아니다. 노래를 듣고 감격에 겨워 우는가 하면, 심지어 우울증을 이겨 냈다는 간증(?)까지 나오는 판이다.

며칠 전 무심코 TV를 틀었다가 어느 트로트 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울컥했던 기억이 아직도 가시지 않는다. 가상의 기획사 회장인 가수 장윤정이 신인들을 발굴해 트로트 그룹으로 데뷔시키는, ‘최애 엔터테인먼트’라는 프로그램이었다. ‘최애’는 요즘 많이 쓰는 신조어인데 ‘가장 좋아하는 대상’을 뜻한다.

장윤정이 첫 번째로 선발한 그룹 멤버는 광주 북구에 사는 박형석(26)이었다. 그는 어릴 적 트로트 신동으로 예능 프로그램 ‘스타킹’에 출연해 장윤정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최애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에서 나눈 이들의 대화 내용은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리면서 관련 영상이 유튜브와 각종 매체에 퍼지고 있다.

어려서부터 팬이었던 박형석은 광주에서 장윤정의 콘서트가 열릴 때마다 자전거를 타고 찾아가 검정 비닐봉지에 담은 레모네이드 음료수 두 병을 건네주곤 했다. “왜 힘들게 자전거를 타고 왔느냐”는 장윤정의 질문에 박형석은 “버스를 타면 음료수를 한 병밖에 살 수 없어서요”라고 답했다. 많은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 대목이다. 장윤정의 팬클럽 이름 또한 ‘레모네이드’인데, 박형석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가수에게 레모네이드 두 병을 꼭 건네고 싶었다고 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10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더 큰 울림은 장윤정의 뒷말에 있었다. “나는 네가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줬다고 생각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도 너에게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생각했어. 난 착한 사람이 잘됐으면 좋겠어.” 트로트 마니아는 아니지만 ‘착한 사람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장윤정이 만든 트로트 그룹이 성공하길 바란다.

/채희종 사회부장 cha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