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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지분 쪼개기’… 광주 부동산 ‘광풍’
광주시 북구 북동 일대 2000세대 초고층 아파트 개발 소문
올해 토지 매매 80건…절반 넘는 43건 ‘지분 거래’ 형태
투기꾼 몰려 땅값 급등 주민들 피해 호소…지자체는 무대책
2020년 08월 05일(수) 23:35
광주시 북구 북동 수창초등학교 일대(13만6250㎡)가 최근 도시정비구역으로 지정돼 초고층 아파트 단지로 재개발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지분쪼개기’가 성행하고 땅값이 급등하는 등 부동산 투기 광풍이 불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광주 구 도심 일대에 부동산 투자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저금리 기조에다 지속적인 부동산 상승세 분위기 속에 부동산 규제 예외 지역에서 2000세대가 넘는 초고층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것이라는 자치단체의 개발계획 소문이 돌면서다.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일대 토지를 사들인 뒤 ‘지분쪼개기’에 나서는가 하면, 아파트 입주권을 얻을 수 있다는 말에 솔깃한 투자자들과 실수요자들이 몰려들어 너도나도 사재기에 나서면서 땅값도 급등했다.

광주시가 부동산 투기와 불법 거래를 단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힌데다, 해당 지자체도 이 같은 과열 분위기를 파악한 상황이지만 별다른 방안이 없다며 손을 놓고 있어 자칫 지역 부동산 시장의 과열 양상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4일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광주시 북구 북동 일대 토지 매매 건수가 올 해 들어서만 80건에 이르는 등 급증했다. 특히 80건의 토지 매매 건수 중 절반이 넘는 43건이 ‘지분 거래’ 형태로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지분 쪼개기란 하나의 필지를 여러 개로 분할하거나 단독·다가구주택을 다세대주택으로 전환해 조합원 수를 늘리는 수법이다. 부동산 개발업자들 입장에서는 토지를 싸게 사들인 뒤 비싸게 쪼개 팔아 막대한 이득을 올릴 수 있고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아파트 입주·분양권을 확보한 뒤 몇 배의 시세 차익을 올릴 수 있다.

특히 아파트 분양권을 확보할 수 있는 토지 규모가 60㎡라는 점에서 올 해 이뤄진 모든 지분 거래(43건)가 모두 61~62㎡ 수준에서 진행됐다. 지난 3월에는 일대 토지 한 필지(537.8㎡)가 61㎡씩 8개로 쪼개져 등기등록자가 8명으로 나뉘었고 6월에도 한 개 필지(436.5㎡)가 7개로 쪼개져 팔렸다. 지난 6월 거래된 20건 중 14건도 이 같은 ‘지분쪼개기’로 팔렸고 7월 거래된 19건 중 18건도 ‘지분 쪼개기’였다.

개발업자들과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땅값도 급등했다. 지난해만 해도 일대 토지 매매가는 3.3㎡당 300~350만원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3.3㎡당 700만~1000만원까지 뛰었다. 땅을 사려는 투자자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전무했던 ‘지분쪼개기’ 등 거래가 급증한데는 오랜 기간 묵여있던 북동 일대 재개발 정비사업이 시작될 것이라는 개발계획을 미끼로 기획부동산 개발업자들이 투자자를 끌어모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북동에서 만난 한 공인중개사는 “늦어도 올해 말까지 재개발구역이 지정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고 ‘핫’한 지역으로 떠올랐다”면서 “전화조차 오지 않았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매일 1~2건 이상 문의가 온다”고 말했다.

광주시 북구가 최근 내놓은 북동 재개발 정비사업은 수창초등학교 일대 13만 6250㎡ 부지에 2956세대가 들어서는 지상 20~45층 규모의 아파트단지 23개동을 짓겠다는 게 골자로, 북구는 지난 5월 ‘재개발사업 정비계획’에 대한 주민설명회와 구의회 의견 청취까지 마무리한 뒤 원안대로 정비계획을 확정지은 상태다.

과열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실거주 주민들의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재개발구역에 지분 쪼개기로 조합원 수가 늘어나면 재개발 사업성이 크게 떨어진다. 조합원 부담이 늘어난다는 얘기다. 지분 쪼개기가 많아지면 조합원 분양가가 예상보다 높게 나올 수 있다는 예상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외부에서 투기 세력과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땅값 급등으로 인한 피해를 우려하는 주민들도 적지 않다. 북동 일대 상가를 중심으로 일부 주민들은 북구를 상대로 재개발 정비계획안 철회를 요청하는 민원까지 제기한 상태다.

북동에서 30년 간 상가를 운영중이라는 한 주민은 “도시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이후에는 재개발 전까지 증·개축이 불가능하다”면서 “재개발이 언제 이뤄질 지 모르는 상황에서 오히려 더 슬럼화되면 원주민들만 피해를 입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런데도 자치단체는 별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광주시로만 떠넘긴다며 주민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북구 관계자는 이와 관련, “‘지분 쪼개기’는 도시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 불가능하기 때문에 최근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지자체가 대응할 방안은 없지만 이 같은 내용을 광주시에 전달, 광주시 도시계획 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논의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북동 일대는 지난 2005년부터 도시정비 예정지역으로 지정된 뒤 추진위원회가 구성됐지만 여태껏 구체적 계획이 추진되지 않다가 최근 도시정비계획이 확정됐다. 향후 도시계획 위원회 심의 절차를 거쳐 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 조합 설립을 통한 재개발 사업에 착수할 수 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