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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수도
2020년 07월 29일(수) 00:00
미국 워싱턴DC는 행정수도의 롤모델(본보기)로 삼을 만하다. 조지 워싱턴 대통령은 1790년 버지니아주와 메릴랜드주 사이 포토맥 강 북쪽을 수도로 정하면서 프랑스 건축가에게 도시 설계를 맡겼다. 새 수도 선포 후 실제 이전까지는 10년이 걸렸다. 그 사이 필라델피아를 임시 수도로 두고 도로 설계부터 건축까지 차근차근 진행했다.

하지만 새 수도 이전에 반대했던 의원들의 불만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1800년 11월 17일 워싱턴DC에서 첫 의회가 열릴 때도 국회의사당은 북쪽 관만 완공된 상태였다. 당시 대통령인 존 애덤스는 의회 연설에서 “지금은 희망했던 것만큼 시설이 아주 완벽하지는 않지만…”이라며 의원들을 달래야 했다. 시작은 미미했지만 3부 관청이 이전하면서 워싱턴DC는 차차 미국의 행정수도로 자리 잡았다. 지금은 174개국 대사관을 비롯해 UN과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들이 둥지를 튼 지구촌 정치·외교의 중심지가 됐다.

경제수도와 별도로 행정수도를 두고 있는 나라들도 많다. 브라질은 내륙 지역 발전을 위해 1960년 리우데자네이로에서 브라질리아로 수도를 이전했다. 호주는 연방국가라는 상징성 강화를 위해 1908년 캔버라를 수도로 정했다. 파키스탄·말레이시아·이집트는 수도권 과밀 해소 차원에서 행정수도를 정해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

한국에선 행정수도라고 할 만한 곳이 없다. 2012년 세종시가 17번째 광역시로 출범하고 일부 정부 부처가 이전했지만 아직 행정수도와는 거리가 멀다. 정치권이 행정수도 이전을 놓고 갑론을박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세종시를 워싱턴DC와 같은 행정수도로 만들겠다고 나서자 미래통합당과 보수진영에서는 부동산 가격 폭등에 대한 책임 회피용 꼼수라며 반발하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은 박정희 대통령 때부터 거론돼 온 문제인데, 시대적 사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것이 수도권에 집중된 문제를 해결하려면 행정수도를 이전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다만 지역 균형발전이란 명제를 실현하는 가운데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일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장필수 제2사회부장 bungy@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