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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쓰지 않았던 시인 백석의 ‘마지막 7년’
일곱 해의 마지막
김연수 지음
2020년 07월 10일(금) 07:00
사람들이 시인 백석을 기억하는 건 여러가지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눈은 푹푹 날리고/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고 노래한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나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어가도록 태어났다”라고 쓴 시 ‘흰 바람벽이 있어’를 읊조리는 이가 있을 터다.

누구는 천억대가 넘는 길상사 부지를 기부하고, 자신의 돈의 가치는 “그의 시 한줄만도 못해”라고 말했다던 자야와의 슬픈 사랑 이야기나 월북 시인으로, 불행했던 그의 말년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소설가 김연수가 ‘시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 백석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일곱해의 마지막’을 펴냈다. 동인문학상·이상문학상·황순원문학상 등을 수상한 그가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이후 8년만에 내놓은 장편소설이다.

그가 주목한 것은 뛰어난 서정시인이었지만 한국 전쟁 후 북한을 택한 뒤 시를 쓰지 못하고 협동농장으로 쫓겨나 쓸쓸한 삶을 마친 백석의 생애 마지막 7년간의 이야기다. 당이 요구하는 시를 쓰지 않은 백석은 “자신에게 소중한 시를 지키기 위해 오히려 시 쓰기를 포기했을 것”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베일에 싸인 시인의 ‘마지막’을 고증과 문학적 상상력으로 복원해냈다.

소설의 주인공은 백석을 연상시키는 시인 ‘기행’이다. 해방 직후 기행의 삶은 “자신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해주는 여인을 만나 결혼했고, 아이도 낳고, 통역관으로 능력도 인정받아 경제사정도 좋았던, 무엇보다 밤늦게 퇴근할 때면 종일 궁글린 시구 하나 정도는 머릿속에 담아가곤 했던” 평온한 생활이었다. 월북 후 시를 놓았던 그는 “사랑을 증명할 수만 있다면 불행해지는 것쯤이야 두렵지 않아서” 다시 시를 썼지만 “평생 혼자서 사랑하고 몰두했던 언어로 이루어진 시가 아님”을 알고 다시 시를 접는다.

전후 북한의 문화와 사회 현실을 기행과 주변의 이야기를 통해 보여주는 소설은 기행이 일하는 평양 노어번역실에 도착한 한 통의 편지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기행은 북한을 방문한 러시아 작가 벨라의 통역을 맡으면서 그녀와 인연을 맺게되고, 그녀가 러시아로 돌아가기 전 자신이 쓴 시들이 적힌 노트를 함께 보낸다. 이후 기행은 북한에서 발표할 수 없는 시를 적어 러시아에 있는 벨라에게 보냈는데, 1년이 지나 러시아 시 두편만이 담긴 채 그녀에게서 회신이 오면서 사건이 펼쳐진다.

책은 1958년부터 7년 동안 북한의 모습을 세세히 보여준다. 파스테르나크의 ‘쥐바고 선생’ 등 당시 유행했던 책들의 이야기나, 북한에서 만났던 소설가 이태준과의 일화 등도 눈길을 끈다.

책에는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등 백석의 대표작과 함께 이태준의 ‘무서록’ 중 ‘해촌일지’, 벨라 아흐마들리나의 시 ‘젓나무’, 신불출의 만담 ‘개똥 할머니’, 이오덕이 엮은 ‘일하는 아이들’에 등장하는 초등학생 시 ‘햇빛’ 등을 재구성하고·인용해 등장시켰다.

<문학동네·1만35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