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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사랑 시대, 결혼의 종말을 고하다
[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결혼의 종말
2020년 07월 03일(금) 19:50
결혼의 변화 양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점을 보면, 가까운 미래에 급진적인 변화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 반복되고 순환되는 인간의 만남과 헤어짐을 표현한 강유정 작가의 ‘결혼의 종말’. <파람 제공>
“불과 수십 년 전 사람들이 오늘날 온라인 데이팅의 대중화를 전혀 예견하지 못했던 것처럼, 우리는 현재의 기준으로 미래의 사랑을 정확히 예측하거나 이해할 수 없다. 다만 예술작품의 힘을 빌려 미래를 상상해 볼 수 있을 뿐이다. 나는 영화 ‘그녀’와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 묘사한 것처럼, AI와 가상현실이 우리가 관계를 맺고 사랑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꿀 잠재력이 크다고 생각한다. 미래의 신(新) 인류는 러브로봇과 가상현실 사랑이라는 새로운 차원의 디지털 사랑을 경험할 것이고, 이것이 대중화된다면 결혼은 고지식한 아날로그 사랑의 유산으로 남게 될 것이다.”(본문 중에서)



프랑스 소설가 에밀졸라는 결혼에 대해 “두 개의 다른 세상이 피할 수 없는 충격을 예견하며 서로 만난다”고 정의했다. ‘두 개의 다른 세상’이라고 언급한 것처럼 결혼은 전혀 다른 두 인격체 만남이다. 결혼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본질적으로 결혼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미다.

갈수록 결혼하지 않으려는 청춘남녀들이 늘고 있다. 1인가구가 대세인데다 혼밥, 혼술, 혼여 등의 말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결혼이 필수에서 선택으로, 이제는 결혼 여부가 전혀 중요하지 않는 시대가 돼버렸다.

결혼과 관련 흥미로운 책이 출간됐다. ‘결혼 종말 시기를 2030년으로 설정한’ 내용 등 호기심을 넘어 결혼에 대한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책이다. 유튜브와 SNS에서 책을 리뷰하는 ‘21세기 살롱’을 운영하는 한중섭 작가가 펴낸 ‘결혼의 종말’은 결혼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다.

책은 결혼의 역사부터 조명한다.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지만 대체로 수렵시대 군혼(群婚)을 결혼 시초로 본다. 이 시기는 가족을 비롯해 집단구성원 간의 성관계가 허용됐다. 농업혁명을 거치며 대우혼(對偶婚), 다시 말해 혈족과 다른 혈족 사이의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이 짝을 이뤘다. 이후 일부일처제로 진화했다가 농업혁명, 계급사회, 부계사회로의 전환 등 변화와 맞물려 결혼의 양상이 변했다. 또한 소유욕과 질투 그리고 비즈니스적인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결혼제도는 급변한다.

저자는 시대에 따라 결혼 조건이 바뀌었다고 본다. 계몽주의가 확산됐던 17~18세기에는 낭만적 사랑이 중요했지만 결혼이 개인 간 약속으로 변하면서는 당사자들이 결혼 주인공이 됐다. 데이트라는 연애문화와 이후의 페미니즘 또한 사랑의 역학 관계를 바꿨다.

저자는 ‘섹스와 결혼의 충돌’이라는 다소 도발적인 주제도 들여다본다. 다른 동물의 경우 생식이 섹스의 목적인 반면, 호모사피엔스는 쾌락이 주된 동기였다. 쾌락적 욕구가 강한 인간은 사회규범 때문에 성생활과 일부일처제를 지키고 살기는 쉽지 않았다(저자는 일부일처제를 반대하거나 정상적인 부부들의 성생활을 부정하지 않는다). 즉 낭만적 사랑, 섹스, 안정감이라는 세 요소를 결혼의 ‘올인원 패키지’로 해결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논리다.

사랑, 연애, 결혼도 시대 흐름과 무관치 않다. 하나의 문화현상일 수밖에 없다. 오늘의 자본주의는 ‘사랑한다면 소비하라’는 원칙하에 인간을 상품으로 전락시키고 사랑의 본질마저 퇴색시켰다. 더욱이 오늘의 미디어는 ‘낭만 인플레이션’을 낳고 있다. 러브스타그램, 온라인 데이팅 같은 디지털사랑 양식은 사랑과 연애, 결혼에 있어 새로운 문화를 견인한다. 일례로 만남과 연애의 중간 단계인 ‘썸’은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오늘날의 사랑 방식이다.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는 ‘2030년쯤이면 결혼제도가 사라진다’고 예측한다. 여성의 지위 향상, 경제 문제, 개인주의로 지금의 결혼방식은 점차 ‘유물’로 변할 거라는 논리다. 저자는 과거 사람들이 오늘날의 사랑과 섹스, 결혼을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미래 후손들 또한 현재 우리가 이해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사랑과 연애, 섹스와 불륜을 저지를 거라고 부연한다.

여전히 결혼제도는 유효할까. 그렇지 않다면 대안이 있을까. 아니 결혼이란 과연 무엇일까.

<한중섭 지음·파람·1만3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