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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의 종언
2020년 06월 29일(월) 00:00
미국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 아메리카 대륙의 발견자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미국 남부연합 장군 ‘앨버트 파이크’, 영국 수상 ‘윈스턴 처칠’, 프랑스 대통령 ‘샤를르 드골’. 이들은 그동안 ‘위인’으로 불리며 추앙을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한 가지 공통점이 불거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수난을 겪고 있다.

존경받아야 할 이들이 비난의 대상이 된 이유는 바로 ‘인종차별’에 관련됐다는 지적 때문이다. 지난 5월 25일 미국에서 발생한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계기로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가 급속히 확산하면서 이들 유명 인사의 동상이나 기념비는 시위대들의 조롱감으로 전락했다.

위인들의 추락이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것은 일단 관련 정보를 순식간에 전 지구촌에 퍼뜨릴 수 있는 ‘인터넷’ 때문이라 하겠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시민의식의 진화(進化)’가 지구촌 차원에서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 해석이 더 타당할 듯싶다. 특히, 이들 인물을 오랫동안 떠받들어 온 강력한 사회적 합의를 한순간에 외면하고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낙인을 찍는다는 것은 사람들의 가치 판단 기준과 과정이 보다 정교해지고 유연해졌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지구촌을 단일한 시공간으로 묶어 내는 인터넷의 존재 역시 ‘시민정신의 동시 진화’를 이끌어 내면서 지구촌 공통의 시대정신을 만들어가는 데 커다란 기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진보와 보수의 경계가 흐려져 가는 현상 역시 시민이 정보 유통에 직접 참여하고 수용하는 과정에서 타인과 자신의 견해를 객관적으로 비교·점검하고 판단할 수 있는 기회가 과거보다 많아졌기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을 것 같다. ‘이해관계를 등 뒤에 감춘’ 정치권의 요구대로 ‘보수’와 ‘진보’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결국엔 개인과 국가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보수와 진보는 정치판에서 만들어진 프레임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아채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이제 진보·보수라는 ‘정치 프레임의 종언’을 선언할 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

/홍행기 정치부장 redplan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