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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를 다스리는 법
2020년 06월 17일(수) 00:00
[임 명 재 약사]
우리 문화에는 ‘화’라는 독특한 질환이 있다. ‘화병’이라는 단어는 요즘 말로는 스트레스라고 할 수 있다. ‘울화병’이라고도 한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사전은 억울한 일을 당했거나 한스러운 일을 겪으면서 쌓인 화를 삭이지 못해 생긴 몸과 마음의 질병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주로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힐 듯하며, 뛰쳐나가고 싶고 뜨거운 뭉치가 뱃속에서 치밀어 올라오는 증세와 불안, 절망, 우울, 분노가 함께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다. 심리학 용어 사전에도 화병은 울화병의 준말이며 울화란 화가 쌓여 우울해진(답답해진) 상태를 의미한다.

직업의 특성상 이러한 심리적 상태를 가진 사람들은 많이 접하게 된다. 시어머니와의 관계에서, 가족에 의해서, 직장에서 그리고 부부간의 관계에서 많이 보인다. 화병은 인간관계를 쉽게 절연할 수 없는 관계에서 더 깊게 발생하는 것 같다. 자신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관계를 쉽게 단절시키고 그 사람을 만나지 않게 되면 좀 더 쉽게 가라앉거나 잊히는 반면에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관계를 지속해야 할 관계에서 화병은 깊어지고 그 사람의 삶을 지배하게 된다.

화병은 각종 합병증을 유발시킨다. 불면증이 대표적인 합병증이고, 식욕 부진이나 식탐이 발생하여 체중이 줄거나 늘어난다. 역류성 식도염이 발생된다. 우울증이 함께 따라온다. 생활에 의욕이 떨어지고 자꾸 현실을 도피하게 된다. 결국 다른 다양한 인간관계가 단절되어 화병을 유발하는 원인을 희석하지 못해 그 화병이 더욱 심각하게 도드라지게 되면 그 사람의 삶의 질이 현저하게 떨어지게 된다.

화병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 첫째는 자신의 영역을 분명하게 설정하고 그 영역에는 아무도 쉽게 들이지 않아야 한다. 이때 영역이라는 것은 마음의 영역이고 행동의 영역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의 마음의 영역이 마치 놀이터 같다면 어떻겠는가. 아무나 손쉽게 그 놀이터에 와서 자신들이 하고 싶은 대로 놀다가 아무렇지도 않게 떠나 버린다. 그들이 놀면서 남긴 흔적들, 예를 들어 쓰레기라든지 그들이 내뱉은 말들이 그 놀이터에 남아서 놀이터의 주인은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집안이나 아니면 최소한 자신의 방처럼 자물쇠가 있는 마음의 영역을 갖춘다면 어떻겠는가? 누군가 내뱉는 말이 내 방안에서 하는 것이 아니고 복도나 다른 방에서 떠드는 얘기라면, 그 말들의 정도가 내 안에 흔적을 남기기 쉽지 않을 것이다. 행동도 마찬가지 이다. 내가 쉬고 싶을 때, 어떤 것을 하고 싶을 때 나의 의지대로 되는 것이 아니고 타인에 의해, 타인이 주도하는 행위에 조연으로 참여하는 행위가 많아질수록 내 영역의 울타리가 없어지는 것이다. 울타리가 낮거나 출입문의 자물쇠가 없다면 누구라도 쉽게 들고 날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내가 안아야 할 스트레스가 많아질 것이다.

따라서 내 영역 안에는 누구라도 허락 없이 들어서지 못하게 해야 한다. 때론 단호하게, 때론 상대에게 미안하더라도 이것을 잘 지켜 내야만 화가 늘어나지 않을 것이다.

둘째는 내 것과 남의 것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남의 말도 내 것인 것마냥 내 안에 두거나 남의 행동을 내 것처럼 여겨서는 안 된다. 정치판에서 여와 야가 대립을 할 때 서로 끊임없이 자신의 주장을 늘어놓는다. 여는 여의 의견인 것이고 야는 반대의 의견일 뿐이다. 상대 의견을 고려할 수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그것은 상대의 의견으로 그친다. 우리의 일상생활도 마찬가지이다. 시부모의 말씀이나 가족의 의견, 친구의 말 한마디는 근본적으로 그 사람의 생각일 뿐이다. 그 사람의 말과 의견을 분석하려하고 이해하려고 하지 말자. 내가 수용할 수 있는지. 나의 의견과 합치가 가능한지 내 주관대로 판단해서 아니면 그냥 그 사람의 생각인 것으로, 그 사람의 의견일 뿐인 것으로 놔둬야 한다.

셋째, 몰입할 수 있는 취미가 있어야 한다. 반드시 남과 함께하려고 하지 말고 내가 하고 싶을 때 쉽게 할 수 있는 분야가 좋다. 땀을 흘리는 것을 가장 먼저 추천할 수 있다.

나이가 어리더라도 독립적인 존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부모가 지배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부부 관계에서도 어느 일방이 주도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주도하게 내버려 둬서는 안된다. 나의 영역을 만들어 지켜야 하고 그것을 존중하게 만들어야 한다. 물론 시간이 걸리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