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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노멀 시대, 비엔날레 미래는
2020년 06월 17일(수) 00:00
산책, 등산, 캠핑, 자전거 여행….

근래 빅데이터상에 가장 많이 언급된 여행 관련 키워드들이다. 최근 서울시와 서울관광재단이 코로나19 이후 여가를 포함한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커뮤니티,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 19억 6천여 만건의 소셜 빅테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흥미로운 점은 소소한 일상이 핫 이슈로 떠올랐다는 사실이다. 코로나19의 팬데믹으로 여행, 관광, 여가와 관련된 모든 언급량이 감소한 반면 산책, 캠핑, 등산, 자전거 여행에 대한 검색량은 급증했다. 즉, 사람들의 여행 행태가 해외여행을 포함한 장거리 여행에서 가까운 교외형 여가를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19가 바꾼 사회풍경, 뉴 노멀(New Normal·새로운 일상)등장이다.

초대형 미술이벤트인 비엔날레도 예외가 아니다. 올해 예정된 내로라 하는 수십 여개의 비엔날레가 축소되거나 연기되는 등 큰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문화현장이 코로나19로 사실상 올스톱 됐지만 국제행사인 비엔날레 상황은 더 심각하다.

올해 5·18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의욕적으로 기획한 광주비엔날레가 대표적이다. 지난달 비엔날레 재단은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을 주제로 오는 9월 개최 예정인 2020광주비엔날레를 내년 2~5월로 연기했다. 코로나 19라는 변수가 없었다면 5~6월 두 전시 감독과 다수의 외국작가가 국내에 머물며 신작과 퍼포먼스를 위한 현장 작업을 해야 하지만 ‘하늘길’이 막혀 부득이 연기결정을 하게 된 것.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대구 사진비엔날레와 제주비엔날레도 각각 내년으로 연기한 상태다.

외국의 사정은 더 암울하다. 올 5월 예정이었던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이 내년으로 연기됐는가 하면 시드니, 헬싱키, 상파울루 등의 비엔날레도 내년으로 연기하거나 온라인 개최로 방향을 틀었다. 2020 리버풀 비엔날레의 총감독 파토스 우스텍(Fatos Ustek)은 온라인 미술사이트 ‘아트넷’(Artnet)과의 인터뷰에서 “내년은 수십여 개의 비엔날레가 한꺼번에 열리는 ‘문화 대충돌’(car crash of cultural events)의 해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광주비엔날레의 미래다. 80~90년대 전성기를 이룬 비엔날레의 백화점식 전시가 언제까지 통할 것이냐는 것이다. 프랑스의 리옹비엔날레 등 몇몇 비엔날레가 생활 속 거리두기가 일상이 된 뉴 노멀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고비용의 메가이벤트 보다는 지역성에 방점을 둔 ‘소박한’(homespun) 행사로 궤도수정을 하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국내외 주요 미술관이나 공연장들이 비대면(Untact)문화의 확산에 맞춰 실험적인 콘텐츠에 주목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예술과 소통해야 하는 미증유의 시대에선 VR(가상현실)·AR(증강현실) 등 디지털 콘텐츠가 대안이 될 수 있어서다. 지금부터라도 새로운 미래에 대비하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할 때다. <제작국장·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