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야생동식물 천국…보존해 후손에 물려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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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야생동식물 천국…보존해 후손에 물려줘야
‘장록습지’ 국가습지 지정 국토부-환경부 힘겨루기에 발목
광주시 3대 생태 관광자원 추진
천연기념물 포함 820여종 서식
국토부 “홍수대비 공사 못해”
환경부 “시민의 뜻…국가 관리를”
시민단체 “개발 아닌 보존 당연”
2020년 05월 21일(목) 00:00
환경부와 광주시가 대한민국 도심 속 1호 국가습지 지정을 추진중인 ‘장록습지’는 영산강의 제1지류인 황룡강 하류 끝 자락인 광산구 장록동 일대에 자리잡고 있다. 장록습지는 천연기념물을 포함한 멸종위기 생물종 등 모두 820종의 생물종이 서식하는 도심 속 희귀 생물종의 보고(寶庫)다. /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광주 광산구 장록동 일대 ‘장록습지’는 국내 도심 속 1호 하천습지 보호지역 지정이 예상되는 곳이다. 광주시는 장록습지를 무등산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국가 하천인 광주천과 함께 광주를 대표하는 ‘3대 생태 관광자원 벨트’로 구축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장록습지는 천연기념물을 포함한 멸종위기 생물종 등 모두 820종의 생물종이 서식하는 도심 속 희귀 생물종의 보고(寶庫)로 꼽힌다는 점에서 하천습지 지정 효과는 예상보다 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다만 전제가 있다. 장록습지를 생태 관광자원으로 조성하기 위해선 전액 국비로 관리되는 국가습지로 지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광주시는 올초까지만 해도 연내 지정을 장담했지만, 국가습지 지정 협의부처인 국토부에서 반대의견을 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개발 중심의 업무 스타일인 국토부측 논리는 ‘하천을 습지로 전환해 보존하면, 하천 정비사업 등이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 광주시와 함께 장록습지의 국가 습지 지정을 추진중인 환경부는 다양한 야생 생물의 보고인 장록습지를 반드시 보호·관리해 후손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국토부의 논리는 개발 독재시대인 1970년대의 언어를 듣는 듯 하다”면서 “2020년 현재 대한민국은 환경문제 만큼은 개발보다는 보존에 방점이 찍혀 있다. 광주시민 대부분이 찬성한 장록습지 보존을 개발 논리로 막아서야 되겠느냐”며 분노감을 표출했다.

◇“희귀 생물종 보고(寶庫)…후손에 물려줘야”=장록습지는 영산강의 제1지류인 황룡강 하류 끝 자락에 자리잡고 있다. 환경부와 광주시가 국가습지 지정을 추진 중인 장록습지는 도심을 관통하는 호남대 앞~광주공항 합류부 사이 8㎞ 구간이다. 면적은 광산구 어룡동~평동~동곡동~선암동에 이르는 3.06㎢다. 주변에는 광주송정역·광주공항·평동산단 등이 있다.

장록습지의 가장 큰 특징은 인구 150만명이 거주하는 대도시 속 야생동식물의 천국이라는 점이다. 국립습지센터가 2018년 3~12월 장록습지를 정밀조사한 결과, 모두 829종의 생물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멸종위기종 1급인 천연기념물 수달과 멸종위기종 2급인 삵·새호리기·흰목물떼새 등 멸종위기 생물 4종도 발견됐다.

장록습지가 국가 보호습지로 지정되면 환경부 지원을 받아 체계적인 관리와 함께 훼손 지역 복원도 이뤄진다. 습지 보전과 복원사업에는 국비 70%, 탐방로·학습관 조성 등에는 국비 50%가 지원된다. 또 습지의 역사·문화·환경을 알리는 관리센터가 들어서고 생태학습을 위한 탐방로 등도 개설된다.

◇“하천을 습지로 지정하면 홍수대비 공사 등 못해”= 국토부는 환경부가 그동안 낙동강 하구와 담양하천습지, 한강하구, 순천 동천하구, 섬진강 침실습지 등 전국 하천 8개소를 국가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한 것 자체가 규정을 어긴 행정행위란 입장이다.

국토부는 환경부가 그동안 습지가 아닌 하천을 습지로 지정하는 등 습지보전법을 어겨왔으며, 협의기관인 국토부와도 협의 절차 없이 지정을 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토부 한시겸 하천계획 담당은 “현재까지 국내 8곳의 보호습지가 하천을 낀 상태로 지정돼 있는데, 이는 명백히 습지보전법 위반”이라며 “환경부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하천을 습지보호구역에 포함시켜왔으며, 이는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라고 주장했다.

국토부가 이처럼 하천의 습지보호 지정을 반대하고 나선 것은, 국토부 업무 중 하나인 하천정비 등 관련 사업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실제 지난해 홍수예방 등을 위해 담양하천습지에 대한 하천정비 사업을 진행하려 했으나, 국가보호습지로 지정되는 바람에 관련 사업을 하지 못한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록습지 지정은 광주시민의 뜻…국가 직접 관리해야”=환경부는 국토부의 하천정비 사업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홍수 등에 대비한 하천정비사업은 습지보전법 행위 제한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다. 또 장록습지 지정은 광주시민의 압도적 찬성으로 추진중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지난해 말 국가습지 지정 찬반을 묻는 광주시민 여론조사(1000명)가 실시됐는데, 85.8%가 습지 보호에 찬성표를 던졌다.

환경부는 연내 황룡강 장록습지 국가습지 지정계획 수립을 거쳐 습지 범위를 결정·고시할 계획이며, 최근 지정계획을 수립하고 광주시에 통보했다.

환경부는 앞으로 국토부 등 관계기관과 협의 등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지정·고시를 하게되며, 관련법에 따라 관리 보전 권한은 지방자치단체장에서 환경부 장관으로 넘어간다. 현재 전국에서 국가습지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모두 47곳이며, 장록습지 지정시 하천습지로는 5번째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박진표 기자 luck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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