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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예측기술 넘어 극복기술 개발”
조선대 치매국책연구단 ‘광주치매코호트’새 도약
혁신 치매예측기술·세계 최대 빅데이터
미국 정부 140억 연구 지원 등 ‘굵직한 성과’
정부 치매극복 프로젝트와 방향성 나란히
국내 제약기업과 손잡고 신약 개발 착수
2020년 04월 06일(월) 00:00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노화연구소와 광주치매코호트(옛 조선대 치매국책연구단)은 지난해 한국인 치매유전체 게놈해독사업과 관련한 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에 따라 미국 정부는 광주치매코호트 연구에 5년간 140억여 원의 연구비를 지원한다.
간단한 구강세포 채취검사 만으로 치매위험을 예측하는 혁신적인 의료기술을 개발해 화제가 된 조선대학교 치매국책연구단이 ‘광주치매코호트연구단’(연구단장 이건호)로 새롭게 도약한다.

조선대 치매국책연구단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으로 지난 2014년에 설립됐으며, 알츠하이머 치매 조기예측 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하는 굵직한 성과를 거뒀다. 이제 연구단은 치매 예측기술을 넘어 치매극복기술 개발로 연구의 패러다임을 전환한다. 이전 연구까지는 치매조기진단기술개발에 중점을 뒀다면, 광주치매코호트연구단은 치매예방과 치료를 위한 신약 개발에 방점을 찍는다.

◇문재인 정부 ‘치매국가책임제’와 같은 길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7년 ‘치매국가책임제’를 공식화했다. 전국에 치매 관리 인프라를 구축하고 치매 환자를 위한 의료지원, 장기요양서비스 확대 등을 추진해왔다. 이 같은 정책 도입의 일환으로 올해에는 치매 극복을 위한 국가 차원의 중장기 연구에 착수한다. 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0년부터 2028년까지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에 약 2000억원을 투입한다.

이 연구사업은 ‘치매 발병 5년 지연으로 연간 치매환자 증가 속도 50% 감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연구는 치매 원인 규명 및 발병기전 연구, 예측 및 진단기술 개발, 예방 및 치료기술 개발 등 3개 세부사업과 14개 중점기술 분야에서 진행된다. 치매치료제 개발에도 착수한다.

광주치매코호트의 연구는 이 같은 정부 정책과 맥을 같이 해왔다. 치매 빅데이터 구축부터 치매 조기예측 검사법의 실용화와 치매 치료제 개발까지, 광주치매코호트의 연구성과는 정부가 치매 극복정책의 로드맵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했다.

연구단의 향후 목표도 정부의 치매 극복정책 목표와 일치한다. 연구단은 치매발병 5년 지연과 연간 치매환자 증가속도 50% 감소의 목표를 두고 치매예방 및 치료기술개발에 힘쓰고 있다.

◇발병 유전변이 규명, 새 검사법 상용화 “과학계 화두”

광주치매코호트(옛 조선대 치매국책연구단)의 가장 큰 성과는 지난 2018년 침을 뱉거나 입안 세포를 면봉으로 긁어내는 간단한 DNA 채취로 치매 발병 위험도를 95% 정확하게 분석하는 치매 조기예측 검사법을 개발한 점이다.

치매를 일찍 발견해 치료를 시작하면 진행을 늦추거나 멈추는 것까지 가능하지만, 지금까지는 정확도가 높고 간단한 조기 진단법이 없었다.

보편적화된 치매 검사는 DNA 속 아포지질단백(ApoE)이 e2, e3, e4 등 세 가지 형태 중에서 어떤 것인지를 검사기를 통해 가려내는 방식이다. 이중에서 e4 유전자가 치매를 유발한다. 이 방식만으론 정확도가 70% 수준이다. 더구나 똑같이 e4 유전자를 갖고 있어도 실제 치매 발병 위험도는 개인에 따라 차이가 크다. 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까지 실시해야 치매 여부를 정확히 알 수 있다.

광주치매코호트 연구팀은 한국인 1만 8000명, 일본인 2000여명, 미국인 2만 2000여명의 유전체 빅데이터 분석하여, 아포이(APOE) e4 유전자를 가진 사람에서 치매 발병률을 2.5배 이상 높이는 유전변이를 규명했다. 한국인을 비롯한 동아시아인에게 높은 빈도로 존재한다는 사실도 연구를 통해 확인했다. 이를 토대로 연구팀은 치매 고위험군을 구강 면봉검사만으로 선별할 수 있는 새로운 유전자검사법을 개발하고 진단 키트로 상용화했다.

이에 더해 연구팀이 65세 이상 정상인 1500여명을 대상으로 정밀 3D MRI뇌영상을 촬영하고 작성한 ‘고령 한국인 남·녀 표준 뇌지도’를 기준으로 뇌영상 분석 알고리즘을 완성, 이를 적용한 치매 예측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치매예측 인공지능과 예측 기술을 상용화한 의료기기 ‘뉴로아이’를 의료시장에 내 놓았다.

그간 광주치매코호트는 치매 예측 유전체 분석 기술, MRI뇌영상 분석기술, 혈액 바이오마커 등 치매 분야 국내 특허 7건, 국제 특허 7건 및 기술이전 수입료로 2억 5000만원을 올렸다. 이 같은 성과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의 ‘2018년 올해의 10대 뉴스’에 선정되는 등 의료계에서 큰 화두가 됐다.

◇세계 최고 수준의 다차원 생체의료 빅데이터 구축

연구단은 지난 8년간 1만 3000명 이상의 광주지역 노인을 대상으로 치매위험도검사 및 정밀의료검사를 무료로 진행했다. 연령대가 같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질병 사이의 관계를 연구하는 ‘코호트 연구’를 진행한 것이다. 이를 토대로 유전체, MRI, PET, 신경심리검사 등 전방위 바이오·의료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광주치매코호트(Gwangju Alzheimers’& related Dementias: GARD cohort)’라고 명명했다. 광주치매코호트는 아시아 최대 치매 빅데이터로, 연구단의 명칭도 여기서 유래했다.

◇미국 연방정부가 140억원 이례적 지원

미국 정부도 광주치매코호트 연구의 가치를 높게 평가해 5년간 140억여 원의 연구비를 지원한다. 미국 정부가 한국을 포함한 외국에 직접 지원한 연구개발사업으로는 최대 규모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노화연구소는 지난해 11월 알츠하이머병 유전학컨소시움(Alzheimer’s Disease Genetic Consortium, ADGC) 10주년 기념 심포지움에서 광주치매코호트와 한국인 치매유전체게놈해독사업에 대한 최종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사업의 목적은 차세대유전체서열분석(NGS)기술을 이용해 광주치매코호트에 등록된 치매환자 등 한국인 4000명의 전장유전체 정보의 획득이다.

대규모 질병유전체 해독 사업은 대상자 확보에 장시간이 소요되며, 분석 비용도 많이 든다. 이 때문에 미국 연방정부는 광주치매코호트의 생체의료 빅데이터의 가치를 높게 평가해 한국에 직접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번 한미 공동연구는 광주치매코호트가 확보한 생체의료 데이터를 십분 활용하며, 연구 결과로 세계 최대 규모의 치매 관련 전장유전체 빅데이터가 생성될 예정이다.

◇신약 개발 진행 ‘착착’

세계적으로 치매약물이 승인된 곳은 중국이 유일하게 1건, 그것도 조건부 승인이다.

그동안 치매약물은 이미 중증의 치매가 진행된 환자에게 투여가 됐기 때문에 성공할 수 없었다. 즉 이미 신경세포가 파괴돼 인지능력이 상실된 환자에게 사용된 탓에 치료에 성공할 수 없었던 것이다.

광주치매코호트 연구단은 그동안 조기검진을 통해, 신경세포와 인지능력이 아직 상실되지 않은 치매 환자들을 위한 치료제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연구단은 지난 1월 신약 개발업체인 ㈜지엔티파마와 알츠하이머 치매 예방 및 치료를 위한 임상연구 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의 핵심은 ‘크리스데살라진’이라는 치매치료제의 대한 임상연구다.

크리스데살라진은 알츠하이머 치매 원인인 뇌 신경세포 사멸, 아밀로이드 플라크 생성을 유발한다고 알려진 활성산소와 염증을 동시에 억제하는 다중 표적 약물로 지엔티파마가 경기도·과학기술부·보건복지부 등의 지원을 받아 개발해 임상 연구 중이다.

최근 반려견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에서 약효가 입증됐다. 치매(중증 인지기능장애)를 앓고 있는 48마리의 반려견에 크리스데살라진을 투약한 결과, 탁월한 인지기능개선 효과가 나타났다.

이건호 단장은 “그동안 연구단이 개발한 치매예측기술을 통해 발견한 초기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들에게 크리스데살라진이 새로운 희망을 안겨줄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채희종 기자 cha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