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슬기로운 ‘집콕’ 생활
2020년 03월 25일(수) 00:00
<제작국장·문화선임기자>
며칠 전 TV리모컨을 돌리다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오래전 스크린에서만 봤던 할리우드 스타가 CNN 뉴스에 깜짝 등장한 것이다. 주인공은 ‘풋루스’, ‘JFK’, ‘어퓨굿맨’등 수백 여편의 영화와 TV드라마로 유명한 케빈 베이컨(Kevin Bacon)이었다.

그가 이날 CNN의 시청자들에게 건넨 메시지는 사회적 거리두기였다. ‘#I Stay at Home for KYRA SEDGWICK’. 스튜디오가 아닌 거실 소파에 앉아 화상으로 대신한 인터뷰에서 그는 부인인 키라 세드위그를 위해 당분간 ‘집콕’(집에 콕 박힌 상태) 하겠다며 ‘동참’을 호소했다. ‘코로나 19’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지루하지만 꼭 필요한’ 캠페인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스테이홈’ 챌린지는 지난 2007년 그가 주창한 ‘6단계(Six Degree)’운동에서 영감을 얻었다. 6단계 법칙에 따르면 지구에 있는 모든 사람은 최대 6단계 이내에서 서로 아는 사람으로 연결돼 있다는 주장이다. 즉, 할리우드에서 마당발로 통하는 자신을 기준으로 6단계를 거치면 지구촌 사람들과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6단계 자원봉사재단’을 창립해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을 지원하는 글로벌 공동체 운동을 펴고 있다. 케빈의 ‘#I Stay at home for’ Challenge는 보름만에 2만 여 명이 동참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가 첫번째로 해시태그를 보낸 6명의 지인에는 영국의 팝스타 앨톤 존,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 싱어송 라이터 데미 로바토 등이 들어 있다. 이들은 자신의 부모를 위해, 아들을 위해, 친구를 위해 집에 머물겠다며 화답했다. 엘톤 존은 케빈 베이컨의 지목에 곧바로 “나도 집에 있다”라는 인증샷을 올렸고, 베컴은 “VB(아내 빅토리아 베컴)와 아이들을 위해 집에 있겠다”라고 했다.

뿐만 아니라 이들 ‘셀럽’은 자신들의 지인 6명에게 트윗을 날리는 등 릴레이 운동을 펼치고 있다. 만약 케빈의 챌린지가 성공한다면 조만간 국내에도 국경 너머 누군가 보낸 ‘스테이홈’ 해시태그를 받을 수도 있겠다.

최근 ‘코로나 19’가 대유행 하면서 전 세계가 사실상 ‘집콕상태’(Stay at home)에 들어갔다. 개학이 연기된 아이들은 물론이거니와 자택 근무인 아빠, 엄마도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강제 칩거’가 예상보다 길어지자 여기저기서 답답한 일상을 토로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미술관과 공연장이 잠정휴관에 들어가면서 삶에 활력을 주는 문화 나들이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이럴 땐 ‘방구석 음악회’의 1열관객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건 어떨까. 마침 광주문예회관을 비롯해 서울 예술의 전당, 베를린 필하모니, 뉴욕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등 국내외 예술기관들이 ‘집콕족’들을 위해 공연실황을 무료로 제공한다. 비록 현장의 감동은 떨어지지만 세계적인 명품 공연을 감상하다보면 잠깐이라도 지친 마음을 위로받게 될 것이다. 지루한 집콕생활을 ‘슬기롭게’ 보내는 것. 바이러스로 날아간, 소중한 우리의 ‘일상’을 되찾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