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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관광의 별은 언제쯤 빛날까?
2019년 12월 18일(수) 04:50
<박진현 제작국장·문화선임기자>
프로방스의 아름다운 해바라기는 작곡가 그리그의 ‘솔베이지 노래’ 속에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아를 론강의 물결은 재니스 조플린의 감미로운 재즈선율을 타고 잔잔하게 밀려 든다.

이달 초 불멸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삶과 예술세계를 접할 수 있는 제주 ‘빛의 벙커’를 다녀왔다. 지난해 56만 명의 관람객을 끌어 모은 클림트전의 후속작으로, 반 고흐와 그의 예술동지인 폴 고갱의 대표작들을 미디어아트로 되살려낸 현장이다.

‘빛의 벙커’전의 특징은 예술, 음악, 공간이 어우러진 몰입형 미디어아트라는 점이다. 지난해 클림트 전이 ‘색채’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고흐전은 강렬한 터치를 생동감있는 영상으로 생생하게 재현했다.

‘빛의 벙커’가 미디어아트의 발신지로 부활한 건 독특한 장소성 때문이다.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에 자리한 ‘빛의 벙커’는 지난 1990년 설치된 후 폐기된 대형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의 국가기간 통신망으로 면적이 축구장 절반 크기인 900평에 달한다.

어둡고 음습했던 벙커가 미디어아트의 플랫폼으로 빛을 보게 된 건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스케일과 콘텐츠 덕분이다. 전시기획사 측은 지난 2012년 민간에 매각된 벙커를 10년간 임대하기로 하고 90대의 비디오 프로젝터와 69개의 스피커가 뿜어내는 독보적인 몰입감과 감동으로 차별화된 콘텐츠를 탄생시켰다.

그 때문일까. ‘빛의 벙커’는 개관 2년 만에 제주의 관광지형을 바꾸어 놓는 랜드마크로 부상했다. 프랑스 레보드프로방스의 ‘빛의 채석장’, 파리 ‘빛의 아틀리에’에 가야만 볼 수 있는 전시를 (국내에서)감상하기 위해 관광객들이 몰려 들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얼마전에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2019 한국관광의 별’시상식에서 특별상을 수상해 ‘잠재력’을 검증받았다. 한국관광의 별은 1년간 한국관광산업을 빛낸 우수자원을 알리기 위해 2010년 부터 시상하고 있는 것으로 전주 한옥마을, 대구 근대골목·서문시장등은 수차례 한국관광의 별로 떠오르며 지역을 넘어 대한민국의 명소로 자리잡았다.

유감스럽게도 광주는 한국관광의 별과는 그리 인연이 없는 편이다. 물론 지난해 처음으로 대인예술시장이 한국관광의 별로 선정돼 화제를 모았지만 올해는 단 1곳도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나마 대인예술시장을 한국 관광의 별로 키워낸 전고필 전 대인예술시장 프로젝트 총감독은 회의감을 느낀 끝에 담양에 향토사 전문 책방 ‘이목구심서’를 내며 떠난 상태다. 한때 예술인 100여 명으로 북적거렸던 시장은 지난 2013년 이후 쇠락하기 시작하면서 현재는 몇몇 작가들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실 광주는 제주나 부산처럼 빼어난 자연경관과 관광자원이 부족한 관광의 불모지다. 그런 점에서 방치된 산업유산을 한국의 대표 콘텐츠로 되살려낸 빛의 벙커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광주와 비슷한 ‘조건’인 대구와 전주가 관광의 별로 시너지 효과를 누리고 있는 건 부러운 대목이다. 내년에는 광주에도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관광의 별이 많이, 그리고 밝게 반짝거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