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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벙커에서 미디어 플랫폼으로
랜드마크가 된 제주‘ 빛의 벙커’는
900평 면적에 프로젝터·스피커까지
독보적 몰입감·웅장한 감동 선사
2019년 12월 09일(월) 04:50
제주 ‘빛의 벙커’가 몰입형 미디어아트의 전진기지로 부활한 데에는 공간이 지닌 장소성을 빼놓을 수 없다.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에 자리한 ‘빛의 벙커’는 KT가 국가기간통신망을 운영하기 위해 1990년에 설치한 시설로 오랜 세월 외부에 존재가 알려지지 않았다. 축구장 절반 크기인 900평 면적의 대형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이지만 흙과 나무로 덮어 산자락 처럼 보이도록 위장했던 것이다. 당시 한국과 일본 사이에 설치된 해저 광케이블을 관리하다가 기술 발달로 폐쇄된 후 2012년 민간에 매각됐다.

어둡고 음습했던 벙커가 미디어아트의 발신기지로 빛을 보게 된 건 한국의 (주)티모넷과 프랑스 예술전시통합서비스 회사인 컬처스페이스의 공동프로젝트 덕분이다. 티모넷 측은 민간에 매각된 이 벙커를 10년간 임대하기로 하고 지난해 클림트전을 계기로 몰입형 미디어 아트를 시작하게 된 것. 90대의 비디오 프로젝터가 이미지를 생산하고, 69개의 스피커가 웅장한 음악을 뿜어내 독보적인 몰입감과 감동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빛의 벙커의 압도적인 스케일은 미디어아트의 최적지로 꼽힌다. 가로 100m, 세로 50m, 외부 높이 10m, 내부 높이 5.5m에 달하는 공간은 관람객들을 판타지의 세계로 이끌기에 충분하다. 특히 외부 소음을 완벽히 차단하는 특성을 가진 벙커 내부의 넓이 1㎡의 기둥 27개는 공간의 깊이감을 살려 준다.

‘빛의 벙커’는 개관 2년 만에 제주의 문화예술 랜드마크로 떠오르며 관광지형도를 바꾸어 놓고 있다. 프랑스 레보드프로방스의 ‘빛의 채석장(Carrieres de Lumieres)’, 파리 ‘빛의 아틀리에’에서만 볼 수 있었던 전시를 둘러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관광객들이 몰려 들고 있는 것이다. 이 전시 프로젝트를 계기로 제주도는 평범한 관광명소에서 색다른 감동을 선사하는 예술의 섬으로 부상하고 있다.

/제주=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