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그림은 ‘압축된 감각의 언어’…조우하는 순간 짜릿
2026 꿈을 쏘다 <3> 은암미술관 학예실장 시인 한경숙
시인 감각 지닌 큐레이터로 활동
은암미술관 ‘붉은 말…’전 기획
시 전문지‘청춘’ 창간 3년 여 발간
‘…시 창작의 실제’ 박사 논문 주목
시인 감각 지닌 큐레이터로 활동
은암미술관 ‘붉은 말…’전 기획
시 전문지‘청춘’ 창간 3년 여 발간
‘…시 창작의 실제’ 박사 논문 주목
![]() 한경숙 시인은 올해 은암미술관 학예실장을 맡아 새로운 큐레이터 일을 하고 있다. 최근 진행된 ‘붉은 말, 시작의 불’ 기획전에서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한 실장. |
“‘언어가 아닌 방식으로도 타자에게 이야기를 건넬 수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오랫동안 해오던 차였습니다. 미술관은 그 질문에 가장 가까운 공간이었죠. 작품 하나하나가 하나의 시처럼 말을 걸어오고, 그 사이의 관계와 맥락을 엮어 새로운 서사를 만드는 일이 큐레이팅이라는 점에서 시 창작과 닮아 있었어요.”
한경숙은 시를 쓰는 시인이다. 시 창작은 기쁨과 아픈 이면을 고백하는 시간이자 세계를 감각하는 방식이다. 그에 따르면 “언어로 자신의 마음이 어떤 감정으로 어디를 향해 흘러가는지를 알아차리는 과정”에 가깝다는 것이다.
한 시인은 최근 큐레이터로 변신해 미술관에서 새로운 영역의 일을 하고 있다. 은암미술관 학예실장을 맡아 갤러리 업무를 하고 있는 것. 한마디로 시인의 감각을 지닌 큐레이터로, 큐레이터의 시선을 가진 시인으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시와 그림은 모두 ‘압축된 감각의 언어’라는 점에서 닮아 있다”면서도 “시는 시간 속에서 읽히고, 그림은 공간 안에서 한눈에 다가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가 여백 속에서 독자의 호흡을 기다린다면, 그림은 침묵 속에서 즉각적인 감각을 건넨다”며 “이 차이가 오히려 두 장르를 더 풍요롭게 만드는데 큐레이팅은 이 둘을 조율하는 또 하나의 언어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 시인은 최근 은암미술관(관장 채종기)에서 개최한 신년 기획전 ‘붉은 말, 시작의 불’(지난 12월 31일~1월 22일)을 기획했다. 새해의 첫 장을 ‘말’을 주제로 내건 것은 창조적 변화와 중단 없는 도전을 미술관이 한발 앞서 견인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그는 “‘붉은 말, 시작의 불’은 변화의 문턱에 선 동시대의 감각에 대한 응답”이라며 “멈춤과 가속, 재생과 소멸이 교차하는 이 시대에 예술은 우리는 어디에서 타오르고 있으며 무엇을 향해 달리고 있는지 비유적인 질문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인의 눈으로 바라보는 큐레이팅의 매력은 현장의 예측 불가능성이다. 글을 쓰는 것은 순간의 상상력이 발현되는 것이지만, 전시장은 작품과 관객, 갤러리라는 환경이 결부돼 있기 때문에 머릿속에 상정하는 모습과는 다른 장면이 연출될 수 있다.
“현장은 언제나 예측 불가능합니다. 작품이 전시장에 놓이는 순간, 전혀 다른 표정을 드러낼 때가 많죠. 큐레이팅의 매력은 바로 그 ‘사이’를 읽는 데 있다고 봐요. 작가와 작품, 공간과 관람객 사이에서 의미가 발생하는 지점을 포착하는 일, 그 순간을 설계하고 목격하는 것이 큐레이터로서 가장 큰 보람인 것 같아요.”
시를 쓰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틈틈이 그는 문학 관련 연구를 지속했다. 이번에 광주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에서 박사학위가 통과됐다. ‘팬데믹 이후 생태적 상상력과 시 창작의 실재’를 주제로 한 논문은 재난과 단절의 시대를 통과하며 시가 어떻게 생태적 감수성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 주목했다. 또한 그것이 어떻게 실제 창작에서 어떤 방식으로 구현되는지를 탐색한 연구다.
한 실장은 “이론 연구에 그치지 않고, 제 시 작품들을 중심으로 창작의 내부를 해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시인이자 연구자로서 제가 지나온 시간의 기록이기도 한다”고 언급했다.
그에 따르면 이번 논문은 팬데믹 이후 사회에서 생태적 상상력이 왜 중요한 화두가 되었는지에 대한 이론적 고찰에 초점을 맞췄다. 아울러 시 쓰기의 미학적 특징과 기존 서정시와의 차이, 그리고 한 시인의 작품 ‘반려해변’을 포함한 60 여 편의 시를 중심으로 한 창작 실제 분석을 담고 있다. “시가 더 이상 인간의 감정을 자연에 투영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로서 말 걸고 응답받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했다”는 답에서 그가 추구하고 천착하는 창작과 시 세계의 방향이 가늠되었다.
유한 성품에 타인에 대한 배려가 많은 한 시인은 겉으로는 조용한 사람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의 내면에는 늘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의지가 꿈틀거리고 있다. 10여 년 전에는 시 전문지‘청춘’을 창간해 3년 여 발간하기도 했다. “영업적인 마인드라고는 전혀 없는 시인의 무모한 도전이었다”는 말은 당시의 상황이 어떠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아무리 어려워도 원고료만큼은 반드시 주기 위해 노력했다”며 “기획과 편집은 물론 재정과 유통까지 직접 책임져야 했다”며 그는 멋쩍게 웃었다.
사실 잡지 발간과 창작은 차원이 다른 도전이다. 물론 힘든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 과정에서 문학은 혼자 쓰는 일이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과 연결되며 함께 만들어가는 일이라는 사실을 깊이 체감했어요. 쉽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문학과 문화예술의 확장 가능성을 몸으로 배운 소중한 경험이죠.”
앞으로 한 시인은 시와 타 장르의 문예 창작을 중심에 두되, 큐레이팅 연구를 보다 유기적으로 엮는 작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문학과 미술, 교육이 결합된 전시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창작이 공공의 장으로 확장되는 가능성도 연구할 계획”이라며 “개인의 서사가 사회적 감각으로 이어지는 지점을 꾸준히 탐구하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문학을 지망하는 이들이나 관계 기관에 부탁하고 싶은 말을 부탁했더니 “창작을 지속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역에서 정책적으로 문학 창작자에게 안정적인 기반과 공간을 마련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는 말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예술가들에게 꿈은 멀리 날아가는 화살이 아니라 오늘을 버티게 하는 작은 불씨에 가깝다”며 “그 불씨를 지키며 앞으로도 계속 쓰고, 전시하고, 배우고 싶다”고 시인은 말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한 시인은 최근 큐레이터로 변신해 미술관에서 새로운 영역의 일을 하고 있다. 은암미술관 학예실장을 맡아 갤러리 업무를 하고 있는 것. 한마디로 시인의 감각을 지닌 큐레이터로, 큐레이터의 시선을 가진 시인으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시와 그림은 모두 ‘압축된 감각의 언어’라는 점에서 닮아 있다”면서도 “시는 시간 속에서 읽히고, 그림은 공간 안에서 한눈에 다가온다”고 말했다.
한 시인은 최근 은암미술관(관장 채종기)에서 개최한 신년 기획전 ‘붉은 말, 시작의 불’(지난 12월 31일~1월 22일)을 기획했다. 새해의 첫 장을 ‘말’을 주제로 내건 것은 창조적 변화와 중단 없는 도전을 미술관이 한발 앞서 견인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그는 “‘붉은 말, 시작의 불’은 변화의 문턱에 선 동시대의 감각에 대한 응답”이라며 “멈춤과 가속, 재생과 소멸이 교차하는 이 시대에 예술은 우리는 어디에서 타오르고 있으며 무엇을 향해 달리고 있는지 비유적인 질문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인의 눈으로 바라보는 큐레이팅의 매력은 현장의 예측 불가능성이다. 글을 쓰는 것은 순간의 상상력이 발현되는 것이지만, 전시장은 작품과 관객, 갤러리라는 환경이 결부돼 있기 때문에 머릿속에 상정하는 모습과는 다른 장면이 연출될 수 있다.
“현장은 언제나 예측 불가능합니다. 작품이 전시장에 놓이는 순간, 전혀 다른 표정을 드러낼 때가 많죠. 큐레이팅의 매력은 바로 그 ‘사이’를 읽는 데 있다고 봐요. 작가와 작품, 공간과 관람객 사이에서 의미가 발생하는 지점을 포착하는 일, 그 순간을 설계하고 목격하는 것이 큐레이터로서 가장 큰 보람인 것 같아요.”
시를 쓰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틈틈이 그는 문학 관련 연구를 지속했다. 이번에 광주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에서 박사학위가 통과됐다. ‘팬데믹 이후 생태적 상상력과 시 창작의 실재’를 주제로 한 논문은 재난과 단절의 시대를 통과하며 시가 어떻게 생태적 감수성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 주목했다. 또한 그것이 어떻게 실제 창작에서 어떤 방식으로 구현되는지를 탐색한 연구다.
한 실장은 “이론 연구에 그치지 않고, 제 시 작품들을 중심으로 창작의 내부를 해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시인이자 연구자로서 제가 지나온 시간의 기록이기도 한다”고 언급했다.
![]() 10여 년 전 한 시인이 창간한 시 문화매거진 ‘청춘’ |
유한 성품에 타인에 대한 배려가 많은 한 시인은 겉으로는 조용한 사람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의 내면에는 늘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의지가 꿈틀거리고 있다. 10여 년 전에는 시 전문지‘청춘’을 창간해 3년 여 발간하기도 했다. “영업적인 마인드라고는 전혀 없는 시인의 무모한 도전이었다”는 말은 당시의 상황이 어떠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아무리 어려워도 원고료만큼은 반드시 주기 위해 노력했다”며 “기획과 편집은 물론 재정과 유통까지 직접 책임져야 했다”며 그는 멋쩍게 웃었다.
![]() 시집 ‘나는 다른 행성에 있다’ |
앞으로 한 시인은 시와 타 장르의 문예 창작을 중심에 두되, 큐레이팅 연구를 보다 유기적으로 엮는 작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문학과 미술, 교육이 결합된 전시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창작이 공공의 장으로 확장되는 가능성도 연구할 계획”이라며 “개인의 서사가 사회적 감각으로 이어지는 지점을 꾸준히 탐구하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문학을 지망하는 이들이나 관계 기관에 부탁하고 싶은 말을 부탁했더니 “창작을 지속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역에서 정책적으로 문학 창작자에게 안정적인 기반과 공간을 마련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는 말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예술가들에게 꿈은 멀리 날아가는 화살이 아니라 오늘을 버티게 하는 작은 불씨에 가깝다”며 “그 불씨를 지키며 앞으로도 계속 쓰고, 전시하고, 배우고 싶다”고 시인은 말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