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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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정치
2019년 11월 19일(화) 04:50
세종대왕의 악명(樂名)을 아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악명하면 음악 이름인데, 이것이 어떻게 정치와 관련성을 지니는 것인지 생소할 것 같다. 그런데 옛 제왕의 음악은 ‘정치 행위’라는 말이 있다. 성인은 예악(禮樂)으로 나라를 다스리고, 인의(仁義)로써 백성을 가르쳤기 때문이다. 이는 예로써 자연의 이치를 다스리고 음악으로써 백성의 마음을 다스린다는 의미이다. 뿐만 아니라, 옛사람들은 예(禮)는 사회 질서를 보전하여 일상생활을 바르게 실행하기 위한 규칙이고, 악(樂)은 민심을 화합하게 하기 위한 음악이며, 형(刑)은 악을 방지하기 위한 형벌이고, 정(政)은 행정상의 모든 기관을 가리킨 것이라 하여, 예악(禮樂)과 형정(刑政)을 하나의 덕목으로 여겼다. 따라서 선왕이 예악을 제정함은 삼대(三代, 하·은·주)의 태평성대를 본뜬 것이고, 그 음악은, 문덕과 무덕을 겸비하여 세상을 어떻게 밝게 빛냈으며, 백성을 어떻게 다스렸는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되었다.

‘세종실록’에 의하면, “예로부터 제왕(帝王)이 공업(功業)을 이루면 음악을 마련하여 대대로 각기 그 명칭이 있었습니다. 삼가 역대(歷代)를 상고해 보건대, 당(唐)나라 요제(堯帝)는 대함(大咸)과 대장(大章)이요, 우(虞)나라 순제(舜帝)는 대소(大韶)요, 상(商)나라 탕왕(湯王)은 대호(大濩)요, 주(周)나라 무왕(武王)은 대무(大武)였으며, 근대(近代)에 내려와서 송(宋)나라는 대성(大晟)이라 하고, 금(金)나라는 대화(大和)라 하고, 원(元)나라는 대성(大成)이라 하여 모두 그 이름이 있는데도, 우리 조정에서는 홀로 음악 이름(樂名)이 없으니 옛날과 어긋남이 있습니다. 원컨대, 음악의 이름을 ‘균화’(鈞和)라고 하소서” 하니, “그대로 따랐다. 대균(大鈞)은 하늘이니, 만민(萬民)을 교화(敎化)시킴은 대균이 만물에게 베풀었음과 같으며, 대악(大樂)은 천지(天地)와 더불어 화함(和含)하게 되니, 이 뜻을 취(取)하여 이름을 삼은 것이었다” 하였다. (세종 28년 2월 6일)

이는 우리 조정의 음악을 균화(鈞和)라 할 것을 예조의 정문(呈文: 하급 관청에서 상급 관청으로 보내던 공문서)에 의거하여 의정부에서 아뢴 것으로, 그간의 세종대왕이 일군 예악 정치를 한마디로 평가한 음악 이름이다. 평소 세종대왕은 음악을 세우는 것은 나라를 바로 세우는 일과도 같아서 한 나라를 통치하는 지도자로서 음악을 통치의 한 부분으로 여겨, 일찍이 ‘오례의’를 제정하고 음악 정비에 온 힘을 쏟았다.

‘세종실록’에는 “임금이 음률에 밝아서 새 음악의 절주를 모두 임금이 만들었는데, 박자를 짚어 장단으로 삼아 하루 저녁에 제정했다”라는 기록이 있다. 세종의 뛰어난 음악성을 보여 주는 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나아가 세종은 군신(君臣)이 화합하는 회례악(會禮樂) 즉 보태평, 정대업을 제정하고, 신인(神人)이 조화롭게 어울리는 제례악(祭禮樂)과 ‘봉래의’(鳳來儀), ‘발상’(發祥), ‘치화평’(致和平), ‘취풍형’(醉豊亨), ‘여민락’(與民樂) 등의 연례악(宴禮樂)을 제정한다. 뿐만 아니라, 세종대왕은 1443년(세종 25) 한글이 완성되고 처음으로 조선의 건국이 하늘의 뜻이며 역사의 필연이라는 것을 천명한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 가사에 직접 가락을 붙인다. 이외에도 동양에서는 가장 오래된 유량악보(有量樂譜) 정간보(井間譜)를 창안하고, 당악과 향악을 담당한 악공(樂工)과 아악을 담당한 악생(樂生), 가무를 담당한 무기(舞妓)의 복식 제정과 율관(律管)을 제작하여 향악기(鄕樂器)·당악기(唐樂器)·아악기(雅樂器)를 완비하기에 이르는 등 고대 요순시대의 예악정치를 정비한다.

한 나라의 왕이 음악을 그토록 중요하게 생각한 이유는 음악이 심성을 바르게 하고 사회에 끼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공자께서는 “음악으로 민심을 올바르게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음악이 정치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므로, 음악 정책은 최고 통치권자가 직접 해야 한다. 음악이란 성인이 즐거움을 얻는 수단이며, 민심을 선도할 수 있다”라고 하였다. (논어 양화편) 다산 또한 음악의 중요성을, “예악(禮樂)은 잠깐 동안이라도 몸에서 떠나게 할 수 없다. 음악이 흥작(興作)되지 않으면 교화(敎化)도 끝내 시행할 수 없고 풍속도 끝내 변화시킬 수 없어서 천지의 화기(和氣)를 끝내 이르게 할 수가 없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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