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때 헬기 조종사들 ‘진실의 입’ 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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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때 헬기 조종사들 ‘진실의 입’ 열까
11일 재판 앞두고 전두환측 첫 증인으로 5명 신청 관심 집중
1995년 검찰조사선 “사격명령 받았지만 발포사실 몰라” 진술
헬기사격 진술 가능성 낮고 추가증인 요청 등 재판 지연 의도도
2019년 11월 08일(금) 04:50
1980년 5월 광주 하늘에서 헬기를 직접 조종했던 조종사들이 39년간 침묵했던 ‘진실의 입’을 열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7일 광주지법 등에 따르면 11일 오후 2시 201호 법정에서 형사8단독 장동혁 부장판사 심리로 전두환(88)씨의 7번째 사자명예훼손 증인신문이 열린다.

이번에 증인으로 신청된 헬기 조종사들은 전씨측 변호인이 신청한 첫 증인으로, 5·18 당시 광주로 출격한 헬기 조종사 2명과 당시 지휘체계에 있던 군 장교 3명 등 5명이다.

이 중 1명인 손모(당시 61항공단장)씨는 지난 10월 불출석 사유서를 재판부에 전달했으며, 나머지 4명은 현재까진 불출석 의사를 밝히지 않은 상태다.

이번 재판이 5·18 당시 헬기사격이 실제 있었는지 여부가 쟁점이라는 점에서, 당시 헬기조종사들의 증언 여부에 따라 재판의 흐름이 바뀔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씨측 변호인인 정주교 변호사는 이날 광주일보와의 통화에서 “만약 조종사들이 헬기사격을 했거나 사격을 목격한 것을 진술한다면 재판도 마무리 될 것”이라면서도 “조종사들이 이를 부정하거나 새로운 인물이 거론된다면 추가 증인 요청 등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또 “전두환 전 대통령도 진실을 밝히기 위해 출석했다”며 “헬기 조종사들이 증인으로 나오지 않으면 검찰과 법원이 구인장을 발부해서라도 반드시 출석시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씨측이 이처럼 당시 헬기조종사 등 핵심 군인들의 증인 출석을 강력히 요청하는 것을 두고, 법조계 안팎에선 이들이 자신 또는 동료의 헬기사격을 진술할 가능성이 낮은데다 추가증인 요청에 따른 재판지연 효과 등을 염두한 것이라는 분석 등이 나오고 있다.

이는 이들이 그동안 검찰조사 등에서 80년 5월 당시 사격명령을 받긴 했지만, 발포사실은 모른다고 진술해 왔기 때문이다.

전씨측 변호인이 이번 재판에 요청한 증인은 송모(당시 육군 1항공여단장)씨, 구모(당시 103 항공대 소속 AH-1J헬기 부조종사)씨, 서모(당시 506항공대 소속 500MD 부조종사)씨, 김모(당시 506항공대장)씨, 손모(당시 61항공단장)씨 등 5명이다.

본보가 확보한 1995년 작성된 검찰조서에 나온 송모 여단장과 구모·서모 헬기부조종사 등 3명의 진술을 살펴보면 당시 실탄을 실은 무장헬기가 광주상공에 출동한 사실과 사격 명령이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했지만, 헬기의 발포사실에 대해선 ‘모른다’, ‘본적 없다’고 진술했다.

송씨는 당시 검찰조사에서 “1980년 5월 22일 20㎜ 발칸포탄 500발로 무장한 AH-1J(일명 코브라)헬기 2대와 7.62㎜ 2000발을 적재한 500MD 헬기 4대를 광주로 보냈다”면서 “5월 24일 폭도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으니 폭도 제압 사격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긴 했지만, 사격을 지시한 사실은 없다”고 진술했다.

구씨는 “경기도 광주에 있던 103항공대에서 5월 22일 점심께 무장한 코브라 헬기를 1시간 30분 가량 직접 몰고 광주 송정리 비행장에 도착했는데, 이미 500MD헬기들이 와 있었다”며 “당시 전교사 전투발전부장인 김순현으로부터 위협 사격을 하라는 명령을 받았지만 실제 사격을 한일은 없었다”고 검찰에서 주장했다.

500MD헬기 부조종사로 5월 21일 전주에서 광주 송정리 비행장으로 왔다는 서씨도 “7.62㎜ 기관총과 2000발 정도의 실탄을 싣고 광주로 출동 했지만, 실탄 장전 여부는 말하지 못하겠다”면서 “5월 21일부터 26일까지 광주 시내 공중 정찰을 실시 했고, 사격지시를 받은 적이나 사격을 한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당시 506항공대장으로 이번에 증인출석 요구를 받은 김씨도 2017년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 조사에서 “당시 전교사 전투발전부장인 김순현이 5월 22일에 도청 옥상에 설치된 대공화기진지 제압을 명령했지만 민가 피해를 우려해 거부하고 수행하지 않았다”고 했다.

김씨는 “광주천쪽을 사격하라는 명령을 받았으나, 정식 서면명령서를 요청하며 거부했다”면서 “이에 김순현이 자신의 수첩을 한 장 찢어서 ‘즉각 출격해 사격할 것’이라고 하달했으나 따르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군 전문가들은 “당시 계엄상황의 분위기에서 전교사의 명령을 거부하고 수행하지 않았다는 점은 이해할 수 없는 행위”라며 김씨의 진술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편 전씨는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해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불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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