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부진 … KIA 김기태 감독 전격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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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부진 … KIA 김기태 감독 전격 사퇴
지난해 ‘최고참’ 임창용 방출 과정 구단 안팎 잡음
올 시즌 투·타 엇박자에 연패…우승 2년만에 꼴찌 추락
“성적 부진 책임” 사퇴…“좋은 추억만 안고 가겠다”
2019년 05월 17일(금) 00:00
“좋은 추억만 안고 가겠다”는 말과 함께 ‘상남자’ 김기태 감독이 KIA 타이거즈와 작별을 고했다.

갑작스러운 발표였다. 16일 KT 위즈와 경기가 열렸던 챔피언스필드의 오후는 여느 때와 다를 게 없었다.

KIA 선수들은 전날 패배를 뒤로하고 밝은 분위기 속에서 훈련을 진행했다.

전날 파울 플라이 타구를 잡기 위해 몸을 날리기도 했던 포수 한승택은 “잡을수 있을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몸을 날렸다. 그렇게라도 이기고 싶었는데 한편으로는 내가 안쓰럽기도 했다. 선수들의 이런 의지가 모여 좋은 결과가 나오면 좋겠다”고 웃었다. 이날 5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장하게 된 황대인은 “정말 이기고 싶다. 오늘 뭐라도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지난 15일부터 ‘임시 주장’ 역할을 맡은 안치홍도 “잘하고 싶다. 모든 게 뜻대로 되지 않아서 고민 많이 하고 있다”며 “분위기도 많이 가라앉은 것 같다. 그 부분에서 역할이 중요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일상적인 감독의 언론 인터뷰 시간이 30여 분 지연됐다.

뒤늦게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낸 김 감독은 “라인업이 궁금하실 것인데 오늘 유민상이 지명타자로 들어간다”며 어색한 미소를 지은 뒤 “감독직 사의를 표명했다”고 언급했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한 김 감독은 “좋은 추억만 생각하겠다”며 “제가 할 줄 아는 게 야구밖에 없고, 야구밖에 모르고 열심히 살았다. 하지만 팬들에게 좋은 모습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또 “KIA를 사랑해준 팬들과 여러 선수, 프런트 관계자들 너무 감사했다. 좋았던 일, 안 좋았던 일들이 있지만 좋은 추억만 간직하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지난 2017년 V11을 이룬 뒤 기쁨의 눈물을 흘렸던 김 감독은 2년 뒤에는 아쉬움과 미안함에 눈물을 보이며, 마지막을 이야기했다.

선수들도 뒤늦게 언론을 통해 전격 사퇴 발표 소식을 접했다.

김 감독은 ‘임시 주장’ 안치홍과의 면담을 통해 선수단에 메시지를 전달했고, 선수들은 자체 미팅을 가진 뒤 16일 경기를 준비했다.

‘우승 감독’으로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김 감독이지만 그 여운은 길게 가지 못했다.

‘우승 멤버’ 그대로 2017시즌 새로운 도전에 나섰던 김 감독은 힘겨운 5강 싸움 끝에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진출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최고참’ 임창용과 매끄럽지 못했던 작별 과정 등 구단 내부의 소통 부족도 김 감독에게는 큰 짐이 됐다.

‘명예 회복’을 외치며 시작한 2019시즌에는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부진이 겹쳤다. 새로 영입한 외국인 트리오도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였다.

김 감독은 신예들을 중용하며 분위기 반전의 키를 찾기 위해 애썼지만, 객관적 전력 차와 투·타의 엇박자 속에 패배가 계속됐다.

지난 4월 21일 두산전 2-9패와 함께 처음 10위를 경험했던 KIA는 지난 12일 SK에 3-4로 스윕을 당하면서 다시 10위로 추락했다.

김 감독은 14일부터 안방에서 진행된 9위 KT와 경기에서도 연패하면서 결국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형님 리더십’으로 11번째 우승을 지휘하며 타이거즈 역사에 이름을 남겼던 김 감독은 아쉬운 눈물과 함께 씁쓸히 그라운드에서 퇴장했다.

/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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