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학살 신문에 싣지못해 붓을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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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학살 신문에 싣지못해 붓을 놓는다"
제 63회 신문의 날 기념식 문재인 대통령 축사 통해
5·18 당시 광주일보 기자들 용기있는 행동 재조명
“검열의 시대에 보여준 용기 광주시민들에 위로와 격려”
2019년 04월 05일(금) 00:00
4일 오후 서울시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63회 신문의 날’ 기념 축하연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축사에 앞서 한국신문협회 부회장인 김여송 광주일보 사장과 악수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제63회 신문의 날을 맞아 80년 5월 당시 광주일보 기자들의 용기있는 행동이 재조명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4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63회 신문의 날 기념 축하연에 참석, 축사를 통해 80년 5월 광주일보의 전신이었던 옛 전남매일신문 기자들의 양심과 용기를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1980년 5월20일 전남매일신문 기자들의 양심이 담긴 공동 사표가 2만 장의 호외로 뿌려졌다”면서 “‘우리는 보았다. 사람이 개끌리듯 끌려가 죽어가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그러나 신문에는 단 한줄도 싣지 못했다. 이에 우리는 부끄러워 붓을 놓는다’고 적혀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독재와 검열의 시대에 보여준 신문인의 용기 있는 행동은 고립된 광주시민들에게 뜨거운 위로와 격려가 되었다”고 덧붙였다.

당시 기자들의 공동 사표가 담긴 호외가 뿌려진 뒤 5월21일부터 10일 동안 광주일보의 전신인 옛 전남일보와 옛 전남매일신문의 발행이 중단되는 등 언론 기능이 전면 마비됐다.

하지만, 엄혹한 신군부의 언론 검열 속에서도 1980년 6월 2일 옛 전남매일신문은 ‘아, 광주여’ 그리고 옛 전남일보는 ‘무등산은 알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들을 게재하며 광주의 아픔을 대변했다. 옛 전남일보는 다시 발행한 신문 1면에 “애독자 여러분께 알립니다. 필설로는 감히 형용할 수 없는 엄청난 참극을 참고 견디신 애독자 여러분 앞에 보은할 것을 굳게 맹세합니다”로 시작한 ‘속간의 말씀’을 담았다. 그 아래에는 “광주사태 희생자 명복을 빕니다”라는 사원 일동 명의의 7단 광고를 실어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기도 했다.

이후 옛 전남일보와 옛 전남매일신문은 신군부의 언론사 통·폐합 정책에 따라 1980년 11월29일 문을 닫게 된다. 두 신문은 통합돼 제호를 ‘광주일보’로 하고 12월1일 창간호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발행되고 있다.

당시 옛 전남일보의 사옥이었던 광주시 동구 전일빌딩은 옛 전남도청 앞 분수대와 금남로를 지키던 시민군이 계엄군의 진압과 총격을 피해 찾아들었던 ‘도피처’이기도 했다. 전일빌딩 안팎에는 당시 계엄군이 민간인을 대상으로 헬기에서 난사했던 기관총 총탄의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있다. 전일빌딩은 또 영화 ‘택시운전사’에서도 나왔듯 5·18당시 내외신 기자들이 시민의 항거와 계엄군의 무자비한 진압 과정을 취재·보도했던 ‘격동의 현장’이기도 했다.

이날 문 대통령이 옛 전남매일신문 기자들을 언급한 것은 기자를 비롯한 신문인들의 양심이 역사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또 “국민 목소리를 대변할 때 신문은 존경받는다”면서 “공정하고 다양한 시각을 기초로 한 비판, 국민 입장에서 제기하는 의제설정은 정부가 긴장을 늦추지 않고 국민만을 바라보게 하는 힘”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신문인의 양심이 자유롭게 발현되고 신문이 힘없고 소외된 사람을 대변할 때 사회가 더 나은 공동체로 발전한다”며 “정부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제63회 신문의 날 기념축하연은 한국신문협회(회장 이병규)가 주최했으며, 축하연은 이병규 회장의 환영사와 문재인 대통령의 축사, 한국신문협회 부회장인 김여송 광주일보 사장의 한국신문상·신문협회상 수상자들에 대한 시상 순으로 이어졌다. 이날 행사에는 회원사 발행인 및 정계, 재계, 학계, 언론계 등에서 250여명이 참석했다.

이병규 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반석인 신문은 뉴스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고 있으며, 우리 사회가 소중히 키워가야 할 국가적 자산”이라며 “하지만, 미디어시장이 사이비 유사언론과 가짜뉴스로 인해 오염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가짜뉴스는 이성과 판단력, 통찰력을 마비시키고 국민통합과 국가발전을 해치는 등의 부작용이 크므로 정론신문이 빛을 발하고, 힘을 내야 가짜뉴스가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최권일 기자 ck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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