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폴리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자] <6> 폴리 투어-1차 폴리의 명과 암
잊혀진 기억 소환해 추억 선물 (명)… (암) 주변 부조화로 민폐 전락
![]() 열린장벽(광주세무서) |
봄 기운이 완연한 지난 7일, 수백 여명의 초등학생이 광주 도심에서 뜻깊은 현장체험을 가졌다. 광주비엔날레 재단이 진행한 도시재생 프로젝트 ‘광주폴리투어’다. 이날 도심 나들이에 나선 주인공은 광주교육대 영재교육원의 과학반과 수학반 학생 140여명. 이들은 폴리 도슨트의 안내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 모여 동구 금남로와 충장로 일대에 들어선 광주폴리들을 둘러봤다. 특히 영재교육원 과학반은 ‘문화 속 과학 향연’을 주제로 ‘기억의 상자’와 ‘광주사랑방’, ‘열린공간’ ‘투표’, ‘99칸’, ‘유동성조절’, ‘열린 장벽’ 등 광주폴리 Ⅰ과 Ⅱ를 차례로 둘러봤다.
광주세무소 앞에 자리한 ‘열린 장벽’은 1차 폴리의 최대 히트작 가운데 하나다. 스타작가를 영입한 다른 폴리들과 달리 ‘열린 장벽’은 현상설계공모로 작가를 선정했다. 젊은 건축가 정세훈, 김세진은 재단이 주최한 현상설계 공모에서 당당히 최우수상을 수상해 내로라하는 건축가들과 함께 폴리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는 행운을 얻었다.
두 사람이 내놓은 ‘열린 장벽’은 수많은 사람이 지나다니는 현재적 삶의 공간에서 광주읍성의 기억을 소환한 작품이다. 작품의 무대인 길 위의 수많은 조각과 색동저고리를 연상케 하는 4,5m 상공의 오브제들은 그 옛날 광주읍성의 일부였지만 지금은 어딘가에 아직도 묻혀 있거나 존재하고 있을 ‘추억’들이다.
바닥과 천장의 두 층위가 만들어 내는 공간적 범위는 옛 광주읍성의 영역과 일치한다. 과거 내·외부를 엄격하게 구분했던 닫힌 장벽에서 벗어나 삶이 투영되고 현재의 시공간에 새롭게 존재하는 열린 장벽으로 복원된 것이다.
특히 광주세무서 앞을 지날 때 조형물에서 흘러나오는 아름다운 멜로디는 삭막한 도심의 오아시스 역할을 톡톡히 한다.
하지만 모든 폴리가 관람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아니다. 1차 폴리 가운데 몇몇 작품은 도심에 들어선지 7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뿌리를 내리지 못한 채 겉돌고 있다. ‘유동성 조절’, 99칸, 기억의 현재화 등이 대표적인 예다.
금남로 공원 앞에서 만날 수 있는 유동성 조절(알레한드로 자에라 폴로)은 작가의 기획이 무색하게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있는 작품이다. 작가는 “공원의 북쪽 모서리에 위치한 폴리는 공원과 인도, 금남지하상가가 상호 유기적으로 공존하는 콘셉트를 도입, 금남로 사거리와 금남공원 사이에 존재하는 수직적, 수평적 장벽들을 해체시켜 또 다른 공간적 특성을 구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사실 이 작품을 맡은 알레한드로 자에라 폴로는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탄생한 요코하마 페리선착장을 설계한 거장이다. 때문에 1차 폴리의 작가 명단이 발표됐을 때 지역사회는 요코하마에 이어 또 하나의 랜드마크가 광주에 모습을 드러내는 거 아니냐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수개월의 공정을 거쳐 모습을 드러낸 폴리는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공원의 장소성을 고려하지 않은 ‘닫힌’ 설계로 주변과 조화를 이루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특히 갈색의 둔탁한 나무 조형물이 들어서면서 금남공원의 푸른 기운을 막는 애물단지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렇지 않아도 고층건물로 답답한 도심에 인위적인 조형물이 보태지면서 폴리의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99칸’과 더불어 지역사회로 부터 꾸준히 철거요구에 직면해 있는 상태다.
충장치안센터(충장로파출소) 앞에 설치된 ‘99칸’은 가장 ‘사연’이 많은 작품 가운데 하나다.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 골든라이온상을 수상한 유명 건축가 피터 아이젠만(미국)의 분신이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공사가 중단된 우여곡절을 겪었다. 작가는 한국의 전통 가옥이나 건축물을 칸수로 소유주의 사회적 지위를 드러냈다는 데서 모티브를 따왔다. 특히 1910년 조선왕조가 막을 내릴 때까지 왕가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99칸을 넘는 건물을 세우지 못했다는 데 주목한 아이젠만은 이러한 사회적 위계질서를 하나의 건축적 요소로 재해석했다.
하지만 충장로파출소 앞에 40m, 높이 7.2m에 달하는 대형 구조물이 추진되자 인근의 상인과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공사가 중단됐다. 이들 구조물이 주변 상가의 간판을 가려 통행 뿐 아니라 영업에도 막대한 차질을 빚는다는 이유에서 였다.
또한 황금동 콜박스 사거리에 위치한 ‘기억의 현재화’(조성룡 작) 역시 소통면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작가는 강철과 코르텐스틸 판이 사용된 격자무늬의 콘크리트 언덕을 황금로에 설치해 광주의 잊혀진 기억을 회상하는 포커스를 맞췄다. 황금로는 도시성벽의 흔적을 따라 옛 서문까지 이어지는 도로라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가 큰 장소. 이 때문에 작가는 광주시민들에게 기억 저편의 황금로를 끄집어 내 그 지점에 현재의 광주를 쌓는 공간을 선사하고자 했다. 작품의 바닥에 돋움장치를 만들어 이 곳을 지나는 자동차나 행인들이 잠시 속도를 늦춰 한번쯤 과거의 광주읍성을 되돌아보자는 취지다. 하지만 이 돋움장치가 휠체어를 타는 사람에겐 통행의 불편을 초래하는 등 예기지 못한 부작용을 유발하면서 민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같은 일련의 사례는 공공 조형물의 장소성에 대한 의미를 새삼 일깨워준다. 아무리 유명작가의 작품이거나 기획취지가 좋다고 하더라도 정작 주민들과 소통하지 못하면 작품의 가치가 반감되기 때문이다. 이룰 두고 전문가들은 폴리 건축가들과 충분한 논의를 통해 재료와 규모를 보완해 본래 취지를 극대화 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폴리 투어와 프로그램 등 지속적인 소통 노력과 홍보를 병행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현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사진=/최현배기자 choi@kwangju.co.kr
바닥과 천장의 두 층위가 만들어 내는 공간적 범위는 옛 광주읍성의 영역과 일치한다. 과거 내·외부를 엄격하게 구분했던 닫힌 장벽에서 벗어나 삶이 투영되고 현재의 시공간에 새롭게 존재하는 열린 장벽으로 복원된 것이다.
특히 광주세무서 앞을 지날 때 조형물에서 흘러나오는 아름다운 멜로디는 삭막한 도심의 오아시스 역할을 톡톡히 한다.
하지만 모든 폴리가 관람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아니다. 1차 폴리 가운데 몇몇 작품은 도심에 들어선지 7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뿌리를 내리지 못한 채 겉돌고 있다. ‘유동성 조절’, 99칸, 기억의 현재화 등이 대표적인 예다.
금남로 공원 앞에서 만날 수 있는 유동성 조절(알레한드로 자에라 폴로)은 작가의 기획이 무색하게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있는 작품이다. 작가는 “공원의 북쪽 모서리에 위치한 폴리는 공원과 인도, 금남지하상가가 상호 유기적으로 공존하는 콘셉트를 도입, 금남로 사거리와 금남공원 사이에 존재하는 수직적, 수평적 장벽들을 해체시켜 또 다른 공간적 특성을 구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사실 이 작품을 맡은 알레한드로 자에라 폴로는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탄생한 요코하마 페리선착장을 설계한 거장이다. 때문에 1차 폴리의 작가 명단이 발표됐을 때 지역사회는 요코하마에 이어 또 하나의 랜드마크가 광주에 모습을 드러내는 거 아니냐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수개월의 공정을 거쳐 모습을 드러낸 폴리는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공원의 장소성을 고려하지 않은 ‘닫힌’ 설계로 주변과 조화를 이루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특히 갈색의 둔탁한 나무 조형물이 들어서면서 금남공원의 푸른 기운을 막는 애물단지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렇지 않아도 고층건물로 답답한 도심에 인위적인 조형물이 보태지면서 폴리의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99칸’과 더불어 지역사회로 부터 꾸준히 철거요구에 직면해 있는 상태다.
충장치안센터(충장로파출소) 앞에 설치된 ‘99칸’은 가장 ‘사연’이 많은 작품 가운데 하나다.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 골든라이온상을 수상한 유명 건축가 피터 아이젠만(미국)의 분신이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공사가 중단된 우여곡절을 겪었다. 작가는 한국의 전통 가옥이나 건축물을 칸수로 소유주의 사회적 지위를 드러냈다는 데서 모티브를 따왔다. 특히 1910년 조선왕조가 막을 내릴 때까지 왕가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99칸을 넘는 건물을 세우지 못했다는 데 주목한 아이젠만은 이러한 사회적 위계질서를 하나의 건축적 요소로 재해석했다.
하지만 충장로파출소 앞에 40m, 높이 7.2m에 달하는 대형 구조물이 추진되자 인근의 상인과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공사가 중단됐다. 이들 구조물이 주변 상가의 간판을 가려 통행 뿐 아니라 영업에도 막대한 차질을 빚는다는 이유에서 였다.
또한 황금동 콜박스 사거리에 위치한 ‘기억의 현재화’(조성룡 작) 역시 소통면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작가는 강철과 코르텐스틸 판이 사용된 격자무늬의 콘크리트 언덕을 황금로에 설치해 광주의 잊혀진 기억을 회상하는 포커스를 맞췄다. 황금로는 도시성벽의 흔적을 따라 옛 서문까지 이어지는 도로라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가 큰 장소. 이 때문에 작가는 광주시민들에게 기억 저편의 황금로를 끄집어 내 그 지점에 현재의 광주를 쌓는 공간을 선사하고자 했다. 작품의 바닥에 돋움장치를 만들어 이 곳을 지나는 자동차나 행인들이 잠시 속도를 늦춰 한번쯤 과거의 광주읍성을 되돌아보자는 취지다. 하지만 이 돋움장치가 휠체어를 타는 사람에겐 통행의 불편을 초래하는 등 예기지 못한 부작용을 유발하면서 민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같은 일련의 사례는 공공 조형물의 장소성에 대한 의미를 새삼 일깨워준다. 아무리 유명작가의 작품이거나 기획취지가 좋다고 하더라도 정작 주민들과 소통하지 못하면 작품의 가치가 반감되기 때문이다. 이룰 두고 전문가들은 폴리 건축가들과 충분한 논의를 통해 재료와 규모를 보완해 본래 취지를 극대화 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폴리 투어와 프로그램 등 지속적인 소통 노력과 홍보를 병행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현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사진=/최현배기자 cho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