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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밝힌노래]<14>팽목항과 ‘천개의 바람이 되어’
나는 천개의 바람이 되었죠 … 잠든 당신을 깨워 줄게요
2016년 12월 12일(월) 00:00
진도 팽목항은 추웠다, 몸도 마음도. 철제 난간에 묶인 노란리본들은 거세게 울부짖었다, 미수습 희생자 9명을 온전하게 인양해달라고. 방파제 등대엔 4·16리본이 선명했다, 세월호를 잊지말라고. 그리고 촛불이 타올랐다, 진실을 밝히라고. /김진수기자 jeans@kwangju.co.kr
“다윤아, 엄마야.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려주렴. 만날 땐 엄마 왜 이제 왔냐고 혼내주고, 엄마 품에 꼭 안겨 아빠랑 언니랑 집에 가자. 다윤이 보고 싶다, 다윤아. 내딸 냄새라도 맡고 싶어…”

“이름만 불러도 가슴이 아픈 은화야. 지금 엄마는 어떤 모습이든 은화가 내 옆에만 있으면 소원이 없겠다. 엄마가 보고 싶어서 어떻게 있을까. 엄마한테 수다 떨고 싶어서 어떻게 참을까. 엄마는 지금 은화 곁으로 가는 중. 기다려, 좀 있다보자. 울 딸 속상할래나? 힘든데 왜 왔냐고, 엄마 또 혼나겠다.”

진도 팽목항은 아픔이다. 미안하고 죄송하다. 그래서 다짐한다. 잊지 않겠다고, 함께 하겠다고, 진실을 꼭 밝히겠다고.

2014년 4월 16일, 인천에서 제주로 가던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했다. 선장과 선원들은 ‘가만히 있으라’고 방송한 뒤 자신들만 탈출했고, 마지막 순간까지 서로 도우며 구조를 기다리던 304명은 모두 바다에 잠겼다. 배 안에는 수학여행을 가던 단원고 학생 250명이 있었다. 정부는 이들 중 단 한 명도 살려내지 못했다. 살아있는 이들은 부끄럽고 참담했다. 어찌 이럴 수 있단 말인가.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단들 무슨 위로가 되겠는가. 살아있는 이들은 304위의 영혼들 앞에서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게 하겠다고, 그날의 일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그리고 또 다짐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돈과 권력에 지배받지 않는 민주사회로 거듭나게 만들겠다고.

세월호 안에는 아직도 9명의 가족이 남아있다. 경기 안산 단원고 2학년 조은화·허다윤 양과 남현철·박영인 군이 아직 부모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또 양승진·고창석 선생님, 그리고 권재근 씨와 6살 난 그의 아들 혁규 군, 이영숙 씨도 차디찬 바닷속에 있다.

팽목항엔 그들을 찾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18살에 떠난 수학여행 20살이 되어서도 못오고 있다’, ‘10번째 계절엔 은화야, 엄마랑 만나자…꼭!’, ‘아들아 이제 그만 집에 가자’, ‘아빠 돌아오세요! 여보 사랑해! 선생님 보고 싶어요!’라는 현수막이 추모객들의 가슴을 찢어 놓았다. 중간에 축구를 좋아하는 영인이의 축구화가 걸려있어 가슴이 미어진다.

◇세월호 언제 올라올까

정부가 연내 완료하겠다고 수차례 약속해온 세월호 인양은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업체 선정, 인양 방법, 절차 등을 놓고 갈등을 거듭하다가 또 연기했다. 해저터널까지 놓는 기술력을 보유한 대한민국이, 유독 세월호 인양에는 하세월이다. 정부는 내년 초는 돼야 세월호 선미를 들어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후 배를 끄집어내 목포항에 거치하기까지 다시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그 안에서 미수습자를 찾아내는 데는 얼마의 시간이 더 필요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다윤 양의 어머니 박은미 씨는 지난 10일 광주 금남로에서 열린 7차 시국 촛불대회에서 “세월호에는 다윤이를 포함해 조은화·양승진·고창석·남현철·박영인·권재근·권혁규·이영숙 등 미수습자 9명이 남아 있다”며 “저희가 바라는 인양은 뭍으로 올라온 세월호 선체에서 가족들을 되찾는 것이다. 배가 있어야 진상 규명도 할 수 있다. 온전한 세월호 선체 인양과 수습, 진상 규명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국민들이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천개의 바람이 되어

‘나의 사진 앞에서 울지 마요 나는 그곳에 없어요 / 나는 잠들어 있지 않아요 제발 날 위해 울지 말아요 / 나는 천개의 바람 천 개의 바람이 되었죠 / 저 넓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죠 // 가을에 곡식들을 비추는 따사로운 빛이 될게요 / 겨울엔 다이아몬드 처럼 반짝이는 눈이 될게요 / 아침엔 종달새 되∼어 잠든 당신을 깨워줄게요 / 밤에는 어둠 속에 별 되어 당신을 지켜 줄게요 // 나의 사진 앞에 서 있는 그대 제발 눈물을 멈춰요 / 나는 그 곳에 있지 않아요 죽었다고 생각 말아요 / 나는 천 개의 바람 천 개의 바람이 되었죠 / 저 넓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죠”

팝페라 테너 임형주는 대표곡 ‘천개의 바람이 되어’를 세월호 참사 추모곡으로 헌정했다. 그리고 수익금 전액을 희생자 유가족에게 기부했다.

‘천개의 바람이 되어’는 ‘어 사우전드 윈즈(A Thousand Winds)’란 제목의 작가 미상의 시가 원작이며, 일본의 유명 작곡가 아라이 만이 곡을 썼다. 지난 2002년 미국 뉴욕 그라운드 제로에서 열린 9·11테러 1주기 추도식에서 아버지를 잃은 11살 소녀가 낭독해 눈길을 모은 바 있다.

임형주는 ‘천개의 바람이 되어’를 2009년 고(故) 김수환 추기경과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곡으로 헌정해 불렀다. 하지만 임형주가 부른 이 곡의 한국어 버전은 원작자인 아라이 만이 저작권 문제로 한국어 버전을 허락하지 않아 영어 가사로만 불렸다. 임형주 측은 2013년 아라이 만 측과 이 곡의 저작권을 보유한 후지퍼시픽 한국지사에 적극적으로 요청을 했고, 아라이 만 측이 4년 만에 한국어 버전을 허락해 재발매가 가능해졌다.

임형주는 추모곡으로 헌정하며 “많은 분이 ‘천개의 바람이 되어’를 추모곡으로 사용하고 부르는 모습을 보게 됐다”면서 “내 노래가 유가족과 국민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끝〉

/진도 팽목항=박정욱기자 jwpark@kwangju.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