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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문화시민] <16> 파리 오랑주리 미술관
햇볕 드는 천장 상상력 쑥쑥 자란다
2016년 12월 07일(수) 00:00
클로드 모네의 ‘수련’ 연작 8점을 소장하고 있는 오랑주리 미술관은 어린이와 성인, 장애인, 이민자 등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창의성을 기르는 차별화된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클로드 모네(1840∼1926)의 초대형 ‘수련’ 연작을 처음 접한 건 지난 2010년 일본 나오시마 지추(地中)미술관에서였다. 화이트 톤의 전시실 벽면을 단 3점의 ‘수련’으로 채운 웅장한 작품 크기와 디스플레이에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특히 미술관 주변에 조성된 수련 연못을 본 순간 감탄이 절로 터져 나왔다. 프랑스 지베르니의 클로드 모네 재단에서 ‘분양’받아 가꾼 연못은 예술작품이나 다름없었다.

그로부터 6년 후, 그의 출생지인 프랑스 파리에서 다시 한번 ‘수련’ 연작과 재회했다. 파리 중심가에 자리한 오랑주리 미술관((Le musee de l’Orangerie)에서 였다. 하지만 감동은 6년 전과 사뭇 달랐다. 예술의 도시와 튈르리 공원이 어우러진 시너지효과때문이었다.

오랑주리 미술관은 파리 시내를 여행하는 관광객이라면 한 두번쯤 지나치게 되는 콩코드르 광장 옆 튈르리 공원안에 들어서 있다. 말 그대로 ‘공원 옆 미술관’이다. 아름다운 수목이 우거진 공원에 자리한 고풍스런 분위기의 미술관은 그 자체만으로 독특한 아우라를 자아냈다. 지난 여름 찾은 미술관 입구는 입장을 기다리는 관람객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약 40분간의 기다림끝에 마주한 모네의 ‘수련’은 명불허전이었다. 전시실의 천장을 통해 들어 오는 빛은 지베르니의 수련 연못에서 포착한 미묘한 빛의 변화와 물결에 이는 색깔의 파동을 생생하게 느끼게 했다. 일본 지추미술관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색다른 감흥이었다. 모네의 ‘수련’ 연작을 위해 최적화된 오랑주리 미술관의 건축미학 덕분이이다. 이를 위해 오랑주리 미술관은 지난 2006년 약 6년간의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거쳐 새롭게 문을 열었다.

당시 2천800만 유로가 투입된 공사는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수련’ 연작 8점에 햇빛이 들어 올 수 있게 설계에 초점을 맞췄다. 물론 ‘수련’ 연작 이외에 인상주의 작품들을 전시할 공간확충의 필요성이 제기된 탓이지만 핵심적인 이유는 자연채광을 끌어들이기 위해서였다.

원래 오랑주리 미술관은 겨울에 정원수를 보관하는 창고로 지어졌으나 모네 사후 몇달 뒤인 1927년 모네와 다른 유명 인상주의 화가들의 그림을 소장, 전시하는 미술관으로 간판을 바꿨다. 오랑주리 미술관이 ‘수련’ 연작을 소장하게 된 건 모네의 기증때문이었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이틀 뒤인 1918년 11월 11일, 당시 78세의 모네는 프랑스의 승리를 축하하기 위해 작업 중인 대형 ‘수련’ 연작을 국가에 기증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수련’ 연작은 모네가 생애 마지막 30년을 송두리째 바친, 모네 예술 최후의 결정판이다. 이들 작품만을 전시할 특별한 공간을 원했던 모네의 요구에 따라 지금의 자리에 유리 천장에서 햇빛이 쏟아지는 2개의 타원형 방을 건립했다. 모네는 높이 각 2m, 폭 8∼16m에 이르는 초대형 ‘수련’ 연작 8점을 기증했고, 이 작품들은 모네가 죽은 이듬해인 1927년 대중에 공개됐다.

오랑주리 미술관의 ‘수련’ 연작은 방대한 크기도 인상적이지만, 80세부터 죽기 전까지 약 6년 동안 매달린 모네의 ‘분신’이라는 점에서 진한 감동을 안겨 준다. 총 길이가 91m나 되는 8점의 작품이 타원형 벽을 따라 바닥 가까이 낮게 내걸려 있어 마치 연못의 수면 속으로 가라앉는 듯한 착각을 들게 한다. 전시장을 둘러보면 저마다 고요와 명상의 시간을 보내는 관람객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오랜 증·개축을 거쳐 다시 햇빛을 보게 된 ‘수련’들은 모네가 원했던 시간의 흐름과 날씨의 변화에 따라 살아 숨쉬는 듯한 생명을 얻었다. 모네 컬렉션으로만 보면 인상주의 미술의 보고(寶庫)인 오르세 미술관 보다 관람객의 만족도가 높다. 실제로 재개관 이후 매년 50만∼100만 명이 다녀간다.

오랑주리 미술관의 예술교육은 단연 모네의 ‘수련’ 연작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관람객과 교육대상자에 대한 치밀한 분석을 통해 아동, 학생, 성인, 은퇴자, 장애인, 이민자 등으로 세분화시켜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감상과 체험, 교육 등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와 전문가들이 함께 프로그램 기획에 참여한다. 특히 이민자들과 장애인들의 거주지에서 개최하는 아틀리에나 은퇴자들의 문화여가를 위해 진행하는 투어 프로그램이 인상적이다

오랑주리 미술관의 관계자는 “연간 관람객 가운데 75%는 관광객, 25%는 프랑스 국민이지만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대대수는 파리 시민이다”면서 “시민들의 흥미를 이끌어 내기 위해 미술관의 소장품들을 단순히 전시장에 걸려 있는 감상작품이 아닌 창의성을 기르는 원천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jhpark@kwangju.co.kr



※이 기획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