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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인의 佛心이 만든 사원 … 프놈펜 역사·종교·문화 집약
[4부 캄보디아편] <4>왓프놈 사원
메콩강 범람에 떠내려온 불상
펜이라는 여인, 사원 지어 모셔
여인+사원 … 수도 ‘프놈펜’ 기원
시민들에 휴식처이자 경외 대상
2013년 05월 20일(월) 00:00
캄보디아 종교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프놈펜 왓프놈 사원은 소박한 외형과 달리 내부는 화려한 불상과 벽화로 장식돼 있다. /캄보디아 프놈펜=김진수기자 jeans@kwangju.co.kr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Phnom Penh)은 도시 전체가 언덕이 없는 평지로 이뤄졌다. 가장 높은 언덕에는 캄보디아 불교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프놈펜 최초의 사원 왓프놈(Wat Phnom)이 자리하고 있다.

왓프놈은 시내 중심부 언덕에 위치해 있기도 하지만 도시 전체가 평평한 탓에 유독 눈에 들어온다. 언덕에 사원이 놓여 있는 것도 캄보디아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형태다.

찬란한 앙코르 유적을 봤다면 다소 아쉬울 수도 있다. 앙코르 유적의 흔적은 찾아 볼 수 없고, 단아한 사원 하나만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캄보디아인들의 마음으로 접근하면, 이 사원은 하나의 신앙이자, 문화요, 삶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프놈펜이라는 지명도 이 사원에서 유래했다.

27m 인공 언덕에 놓인 작은 사원이 어떻게 그들의 종교와 삶을 대표하는 사원이란 말인가. 1373년에 만들어진 이 사원이 간직한 한 여인의 전설이 답을 대신한다.

프놈펜은 메콩강과 메콩강의 범람을 막기 위해 만든 폰레삽 호수에서 흘러오는 ‘바사크강’이 만나는 지점이다. 여기서 다시 남쪽으로 흐르는 강 물줄기가 두 갈래로 갈라져 총 네 갈래의 강물이 모이는 지점이라서 본래는 ‘짜트목’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이 지역에는 펜(Penh)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인이 살았다. 미망인이던 그녀는 불심이 깊었고, 마을 사람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았다.

어느 날 이 지역에 많은 비가 내려 강이 범람해 마을 일부가 물에 잠겼다. 펜 여인은 마을 사람들과 함께 홍수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돕던 중에 강 가운데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 나무는 강한 물살에도 떠내려가지 않고 주위를 맴돌았다.

“여보게들. 저 나무가 이상하지 않은가? 이렇게 물살이 강한데 어찌 떠내려가지 않고 있다는 말인가. 저 나무를 건져봐야겠네.”

펜 여인은 마을 사람들과 함께 그 나무를 건져냈다. 나무에 커다란 구멍이 하나 있었고, 거기에는 불상 4개가 들어 있었다. 이를 본 펜 여인은 마을 사람들과 함께 사원을 짓기 시작했다. 건져낸 나무로는 사원을 만들고, 그 사원에 불상을 모셨다. 그녀는 이 사원이 홍수를 막아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만약을 대비해 사원을 언덕 위에 만들었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국왕도 군대를 보내 사원 건립을 도왔다고 한다. 이 사원이 오늘날 왓프놈이다.

왓프놈은 ‘언덕 위 사원’이라는 뜻이다. 왓 프놈 다운 펜(Wat Phnom Daun Penh)이라고도 불리는데 ‘펜 여인의 언덕 사원’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프놈펜이라는 지명도 왓‘프놈’과 ‘펜’ 여인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이 이야기가 실화인지 전설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 하지만 한 여인의 불심이 만든 사원은 오늘날 프놈펜이라는 도시의 기초가 됐고, 캄보디아 사람들에게는 삶이 된 것만은 사실이다. 펜 여인도 캄보디아 사람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고 있다.

찬란한 문명을 꽃 피웠던 크메르 왕조는 15세기 타이의 공격을 받아 왕도(王都)를 씨엡립에서 현재의 프놈펜으로 옮기게 된다.

나무에 둘러싸인 사원 입구에는 머리가 7개 달린 나가상이 버티고 섰다. 캄보디아 어느 도시나 마을을 가더라도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계단을 오르면 본당을 지키고 있는 사자상이 눈길을 끌고, 본당에는 황금 부처상이 모셔져 있다.

본당 천장과 벽은 화려한 벽화로 장식돼 있다. 이 사원이 하나 특이한 점은 대승불교, 소승불교, 힌두교 문화를 모두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힌두 신화에 나오는 코끼리 머리에 코가 길고, 사람의 몸을 가진 가네샤가 등장하고, 부처가 제자들과 함께 참선하는 모습도 벽화에서 볼 수 있다. 여인의 모습에 가까운 사람이 홍수에 빠진 사람들을 돕고, 상처를 치료해주는 장면이 담긴 벽화에서는 펜 여인의 모습이 머리를 스친다. 대부분은 이 벽화 주인공을 부처로 해석한다. 본당 뒤에는 거대한 불탑이 한 개 솟아 있고, 그 주위에 작은 6개의 탑이 세워져 있다.

취재진은 4월 14∼15일 왓프놈을 찾았다. 캄보디아 최대 명절인 쫄츠남 기간이었다. 쫄츠남은 1년 중 태양이 적도에 가장 가까워지면서 날씨가 가장 더운 시기다. 이 시기 왓프놈에서는 각종 행사가 열리고 사원 아래 공원에서는 프놈펜 시내에 남아 있는 대부분의 사람이 모여 하나의 축제를 연다.

취재진이 찾았을 당시에도 수백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많은 사람이 로암(춤)을 맞춰 추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현지인 가이드가 “왓프놈은 캄보디아 사람들의 삶 자체다. 좋은 일이 있어도, 나쁜 일이 있어도 사람들이 왓프놈에 모인다”라고 말한 의미를 깨닫는 순간이었다.

/프놈펜=김경인 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