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오라기·오리떼 노니는 강변길 눈호강 마음호강
<43> 담양 오방길
자연·사람 - 마을·문화 어울려 이야기가 흐르는 길
돌담길 지나 습지 걸으며 새로운 나를 만나는 시간
자연·사람 - 마을·문화 어울려 이야기가 흐르는 길
돌담길 지나 습지 걸으며 새로운 나를 만나는 시간
![]() 우리나라 최초 하천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담양 하천습지를 낀 ‘담양 습지길’은 영산강 자전거 도로이기도 하다. 영산강 살리기 사업으로 하천형 습지 위로 데크 등이 잘 정비돼 있다.
/최현배기자 choi@kwangju.co.kr |
잿빛 하늘에서 금방이라도 눈이 쏟아져 내릴 것 같다. 매서운 겨울 바람이 산 너머의 눈 구름을 몰고 넘어오는 것이 장관이다. 대나무 고을 담양에는 다섯 길이 있다. 이를 ‘오방 길’이라고 부른다. 담양읍을 중심으로 슬로시티 창평 권역, 담양 하천습지 권역, 가사문화권역, 담양호 주변 권역 내의 문화생태 탐방 길로 나뉜다. 이 가운데 자녀를 동반한 가족단위로 가볍게 갈 수 있는 길은 싸목싸목길과 습지길이다.
◇싸목싸목길=창평면사무소에서 시작되는 ‘싸목싸목 길’은 느림의 미학이 담긴 길이다. 슬로시티(Slow City)로 지정된 창평면 삼지내 마을을 끼고 창평면 남쪽 길을 둘러오는 7.2km 구간이다. 창평면 사무소를 출발해 삼지내 마을에 들어서면 돌담길과 고풍스런 고택(古宅)들이 반긴다. 돌담길 사이를 걷고 전남 민속자료로 등록된 고택을 둘러보는 재미는 쏠쏠하다. 골목마다 아름다운 곡선을 간직한 돌담이 마주하고, 빠끔히 돌담을 넘어 남의 집 너른 마당에 놓인 살림살이를 엿보는 재미는 어떤 틈도 엿볼 수 없는 도시와 다른 점이다.
그런데 골목 길을 좀 접어드니 공사가 한창이다. 포크레인이 골목길을 마구 뜯어내고 있다. 옛길, 옛집에 어울리지 않게 솟아있는 전봇대를 없애고 전선을 땅밑으로 내리는 지중화 공사가 진행중이다. 공사가 올 겨울 내에 끝나는 만큼 내년 봄이면 옛 정취가 물씬 담긴 삼지내 마을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 든다.
삼지내 마을을 빠져나오면 너른 들판 길이다. 마을과 마을을 잇는 길이다. 마을을 벗어나면 마을 주민들이 양로정(養老亭)이라 불리는 ‘남극루’가 있다. 남극루를 거쳐 용수마을 들판을 지나 올라가면 용운저수지가 나온다. 이곳에서는 창평면 삼지내 마을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확 트인 들판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한옥이 정겹기만 하다. 저수지에서 한숨을 돌린 뒤 숲길을 따라가면 근대 교육의 발상지인 상월정에 도착한다. 1457년(조선 세조 3년)에 창건된 상월정은 인촌 김성수, 고하 송진우, 가인 김병로 등을 교육했던 곳으로 전남지역의 대표적인 근대 교육기관으로 손꼽히고 있다. 상월정에서 내려와 용운저수지 갈림길에서 소나무 숲 길을 따라가면 포의사가 자리하고 있다. 고광순 의병장이 활약했던 곳에 건립된 사당이다. 포의사를 거쳐 유천리 마을 길을 곧장 따라가면 다시 삼지내 마을 어귀로 들어오면 ‘싸목싸목 길’은 끝이 난다.
◇습지길=담양과 광주 경계지역에 자리한 ‘습지 길’은 도심 인근에서 자연생태계를 관망할 수 있는 좋은 길이다.
담양 삼지리 삼지교에서 광주 북구 용산동 경계까지 5.2km에 이른다. 길은 영산강 지류를 따라 둑을 걷기 때문에 힘들지 않다. 지금은 영산강 자전거 도로의 일부가 됐다. 영산강 하구언 기점 95km∼100km 지점이기도 하다.
이 길에는 우리나라 최초 하천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29만7000여 평의 하천습지가 있고, 3만여 평에 달하는 대숲 군락지가 있다. 습지와 대숲 군락지는 다양한 동식물의 중요한 서식지가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이곳에는 멸종위기종인 매,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 삵 등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특히 대나무 숲은 여름철새의 주요한 번식지로 꼽히고 있다. 그래서인지 ‘습지길’을 걷는 동안 눈은 한시도 쉬지 못한다. 하천 주변으로 짝을 지어 먹이를 찾는 해오라기들의 멋진 비행을 볼 수 있고, 하천 주변에 옹기종기 모인 오리떼들의 앙증맞은 행동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길 곳곳에는 이들을 지켜볼 수 있도록 철새 조망대도 만들어져 있다.
길이 끝날 즈음 생태탐방안내소가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는 2명의 해설사가 주5일 근무를 하고 있다.
미리 예약을 하고 오면 해설사들에게 생태 안내 해설을 들을 수 있다. 지금은 초등학교 맞춤형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김형은(여·45) 해설사는 “이곳 하천습지 보호구역은 영산강 상류의 조류 집단서식지로, 풍부한 생물 다양성이 보존돼 있고, 특히 보기 드물게 다양한 목본류 군락이 밀생하고 있다”며 “가족단위의 탐방객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최권일기자 cki@kwangju.co.kr
삼지내 마을을 빠져나오면 너른 들판 길이다. 마을과 마을을 잇는 길이다. 마을을 벗어나면 마을 주민들이 양로정(養老亭)이라 불리는 ‘남극루’가 있다. 남극루를 거쳐 용수마을 들판을 지나 올라가면 용운저수지가 나온다. 이곳에서는 창평면 삼지내 마을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확 트인 들판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한옥이 정겹기만 하다. 저수지에서 한숨을 돌린 뒤 숲길을 따라가면 근대 교육의 발상지인 상월정에 도착한다. 1457년(조선 세조 3년)에 창건된 상월정은 인촌 김성수, 고하 송진우, 가인 김병로 등을 교육했던 곳으로 전남지역의 대표적인 근대 교육기관으로 손꼽히고 있다. 상월정에서 내려와 용운저수지 갈림길에서 소나무 숲 길을 따라가면 포의사가 자리하고 있다. 고광순 의병장이 활약했던 곳에 건립된 사당이다. 포의사를 거쳐 유천리 마을 길을 곧장 따라가면 다시 삼지내 마을 어귀로 들어오면 ‘싸목싸목 길’은 끝이 난다.
◇습지길=담양과 광주 경계지역에 자리한 ‘습지 길’은 도심 인근에서 자연생태계를 관망할 수 있는 좋은 길이다.
담양 삼지리 삼지교에서 광주 북구 용산동 경계까지 5.2km에 이른다. 길은 영산강 지류를 따라 둑을 걷기 때문에 힘들지 않다. 지금은 영산강 자전거 도로의 일부가 됐다. 영산강 하구언 기점 95km∼100km 지점이기도 하다.
이 길에는 우리나라 최초 하천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29만7000여 평의 하천습지가 있고, 3만여 평에 달하는 대숲 군락지가 있다. 습지와 대숲 군락지는 다양한 동식물의 중요한 서식지가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이곳에는 멸종위기종인 매,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 삵 등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특히 대나무 숲은 여름철새의 주요한 번식지로 꼽히고 있다. 그래서인지 ‘습지길’을 걷는 동안 눈은 한시도 쉬지 못한다. 하천 주변으로 짝을 지어 먹이를 찾는 해오라기들의 멋진 비행을 볼 수 있고, 하천 주변에 옹기종기 모인 오리떼들의 앙증맞은 행동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길 곳곳에는 이들을 지켜볼 수 있도록 철새 조망대도 만들어져 있다.
길이 끝날 즈음 생태탐방안내소가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는 2명의 해설사가 주5일 근무를 하고 있다.
미리 예약을 하고 오면 해설사들에게 생태 안내 해설을 들을 수 있다. 지금은 초등학교 맞춤형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김형은(여·45) 해설사는 “이곳 하천습지 보호구역은 영산강 상류의 조류 집단서식지로, 풍부한 생물 다양성이 보존돼 있고, 특히 보기 드물게 다양한 목본류 군락이 밀생하고 있다”며 “가족단위의 탐방객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최권일기자 ck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