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녀도 쉬어 갔다던 하늘다리 구름위 걷는 듯 기분도 두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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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도 쉬어 갔다던 하늘다리 구름위 걷는 듯 기분도 두둥실
〈36 〉 관매도 마실길(下)
관호마을 ∼앙덕기미∼하늘다리
2011년 10월 17일(월) 00:00
섬에서는 시간도 쉬어간다. 서두를 필요가 없다. 관매도는 4.3㎢ 밖에 안 되는 작은 섬이라 서너 시간이면 돌아보기에 충분하다.

섬 오른편으로 관호마을이 포근히 안겨있다. 선착장에서 출발해 해안로를 따라 걸으면 금방 닿을 수 있다. 포구 앞으로 다도해의 아름다운 섬들이 점점히 펼쳐져 있고 그 바다를 방조재로 감싸 전형적인 어촌 풍경을 연출한다.

관호마을 정자에서 우실∼우물∼마을돌담길을 걷는 1㎞의 마실길은 소박하고 정감 있는 마을 풍경을 벗삼아 천천히 걷을 수 있는 길이다. 곳곳에 쉼터가 조성되어 쉬어갈 수 있고 수줍게 고개를 내민 꽃들도 볼 수 있다. 길을 걷다 마주치는 인정 많은 마을 사람들 때문에 기분이 더 좋아진다.

마을 옆 작은 밭에는 동네 어르신들이 내년 봄에 수확할 쑥 모종을 심고 있었고, 몇 분은 밭을 정리하느라 분주했다.

돌담길 끄트머리에서 만난 마을 할아버지는 “예전에는 젊은 사람들이 많아 고기도 잡고, 농사도 짓고 했지만 지금은 몇 남지 않아 마을이 조용하다”며 “노인네들만 남아 있어 밭 벌어 먹는 것도 힘에 부치다”고 말했다.

마을 뒤편에 자리한 공동우물은 잘 관리되어 있었고 물맛도 일품이었다.

가파른 마실길(봉선화길)을 지나면 앙덕기미 쉼터다. 이곳에는 독특한 형태의 돌담 ‘우실’이 있다. 성벽 모양을 한 우실은 관호마을의 울타리 역할을 하는 돌담으로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아주고, 성(聖)과 속(俗)의 경계담으로서 민속신앙적 의미가 있다고 한다. 흔들의자가 있어 그네를 타면서 바다를 조망하는 낭만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어릴 적 꿈꿨던 보물섬 같은 섬 관매도에는 구석구석 아름다운 풍경을 감추고 있다. 재미난 이야기와 함께하며 수많은 세월을 이어왔다. ‘관매 팔경’이 그 주인공이다. 팔경 중 6곳이 이 곳 관호마을 주변에 있다.

앙덕기미 쉼터를 넘어 내리막길을 따라 조금 걸으면 제3경인 돌묘와 꽁돌을 만난다. 이곳 지명 앙덕기미(왕돌끼미)의 유래를 추론해볼 수 있는 곳이다. 3m에 이르는 꽁돌(공깃돌의 방언)은 옥황상제가 아끼던 공깃돌이 하늘에서 떨어졌다는 전설이 있으며 실제 돌에는 큼직한 손자국 모양이 나 있어 전설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돌묘는 꽁돌을 가지러 간 하늘장사가 돌아오지 않자 옥황상제가 돌무덤을 만들어 가두었다는 전설을 간진한 곳으로 돌이 꼭 묘처럼 생겨서 붙은 이름이다.

인적이 없는 한적한 바닷가길은 곧바로 숲길로 이어진다. 파도소리와 새소리, 확 트인 바다가 어우러진 풍광은 장관이다.

꽁돌과 돌묘 지척엔 할미도깨비가 나온다는 제4경 할미중드랭이굴이 있다. 횃불을 들고 들어가면 저절로 불이 꺼지고 이상한 소리가 들려 그 깊이를 알 수 없다는 곳이다. 아쉽게도 뭍에서는 접근이 불가능하고 배를 타고 나가서 봐야한다고 한다.

다시 숲길을 30여 분 오르니 관매도의 명물(제5경) 인 하늘다리가 나온다. 옛날 방아섬에서 방아 찧던 선녀들이 날개를 벗고 쉬던 곳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오는 곳이다. 마치 칼로 절단한 것처럼 갈라진 섬과 섬사이 높이 50여 미터, 3m가량의 틈새에 다리를 놓은 하늘다리는 감탄사를 자아낸다. 왜 1박2일 출연진들이 호들갑을 떨었는지 조금 이해가 됐다.

선착장으로 돌아오는 길. 관호마을 정자 앞에서 만난 주민들이 멸치액젓과 자연산 돌미역을 팔고 있었다. 이곳 특산품인 만큼 품질도 좋아 보였다. 해풍에 말린 미역을 갖고 나온 아주머니는 “방송 덕에 지난 여름 섬 전체가 시끌벅적했다”며 “많은 사람이 찾아와 구경도 하고 물건도 사주니 흥이 저절로 난다”고 웃어 보였다.

관매도는 마실길과 산책로 외에 해안을 둘러가며 탐방로를 갖추고 있다. 관호마을에서 하늘담을 거쳐 마을로 돌아오는 4㎞ 남짓의 탐방로는 천연 그대로의 섬 풍경을 즐기며 걷기에 좋은 길이다. 여유가 있다면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서들바굴 폭포’(제6경), ‘다리여’(제7경), 벼락바위 ‘하늘담’(제8경)을 눈에 담아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김대성기자 bigkim@

/서부취재본부=박현영기자 h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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