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왕봉 지킴이’ 송병술씨 “건강 지키고 자연도 살리고…‘일석이조 등산’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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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왕봉 지킴이’ 송병술씨 “건강 지키고 자연도 살리고…‘일석이조 등산’ 했죠”
코로나에 실내 양궁장 운영 어려워지자 체력 단련 위해 등산
주변 시선 아랑곳 않고 5개월 간 1톤 트럭 1대 분량 수거
“혼자 노력으론 한계”…플래카드 만들어 등산객들 동참 호소
2021년 04월 22일(목) 00:00
지난 16일 군왕봉 중턱인 선비등에 설치된 쓰레기 무단 투기를 막는 현수막 앞에 선 송병술씨.
“건강을 지키다 보니 자연도 지키게 됐습니다. 이게 바로 일석이조 아닐까요.”

매일 아침 군왕산 군왕봉(394m·광주 북구 청풍동 소재)에 오르는 송병술(47)씨는 ‘군왕봉 지킴이’라는 특별한 별명을 가지고 있다.

코로나 19의 장기화로 생업인 실내 양궁장 영업을 지속할 수 없게 된 지난 해 10월. 체력단련을 할 요량으로 시작한 산행에서 마주한 등산로 주변의 쓰레기를 하나, 둘 주우면서 얻게 된 별명이다.

“등산로 초입부터 갖가지 쓰레기들이 버려져 있었어요. 그 다음날이나 또 그 다음날 가도 쓰레기가 줄기는 커녕 더 버려져 있었죠. 자연이 훼손되고 어지럽혀지는게 안타까워 수거 작업을 시작했어요.”

송씨가 수거한 쓰레기를 짊어지고 하산하는 모습.
송씨는 하루에 3시간 가량, 오전 7시부터 10~11시 까지 쓰레기를 파란색 40ℓ 비닐봉지에 주워담으며 산 곳곳을 다녔다.

호기롭게 결심했지만 만만치는 않았다. 쓰레기가 등산로 주변 뿐 아니라 사람이 다니지 않는 곳까지 널려 있어 이동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종이나 비닐 쓰레기는 비교적 가벼워 비닐봉투에 담아 올 수 있었지만 유리병이나 일부러 가져와 버린 듯한 프라이팬 등 무게감 있는 생활용품들을 수거하는 데는 큰 애를 먹기도 했다.

오랜 세월 켜켜이 쌓여있다 비바람에 모습을 드러난 쓰레기를 치우기 위해 다녀왔던 곳을 다시 찾아 수거해 나갔다.

그러한 송씨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처음에는 곱지 않았다.

“등산로 한켠에 쪼그려 앉아서 쓰레기를 줍고 있으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곤 했어요. 돈 받고 쓰레기 줍는 줄로 오해하는 이들도 있어 참 난감했어요.”

그런 시선에도 아랑곳 않고 송씨는 수거 작업을 이어갔다. 힘들어 중도 포기할까봐 그날그날 수거한 쓰레기 봉지를 사진으로 남겨 지인이나 가족들에게 보내며 의지를 다잡았다.

“누가 시켜서 했다면 이렇게 열심히 하진 않았을거예요. 내가 내딛는 발걸음으로 군왕봉이 깨끗해지는 게 느껴져서 오히려 신이 난 것 같아요.”

매일 아침마다 계속되는 송씨의 활동을 궁금해 하는 이들도 늘기 시작했다.

인사를 건네며 다가와 쓰레기를 줍는 이유에 대해 묻는 이도 있었고, 송씨가 등산로 길목에 놓아둔 봉지들을 내려다주는 등 그의 활동에 힘을 실어주는 이들이 등장했다.

지난 해 10월 25일부터 시작해 3월 31일까지 5개월여 동안 송씨가 군왕봉 일대에서 수거해 온 쓰레기 봉지는 약 300여 개. 봉지 하나당 3㎏씩 계산하면 1000 여㎏. 1t 트럭 1대분의 양이다.

어느 정도 수거작업은 완료했지만 여전히 등산로 주변에는 등산객들이 버린 쓰레기들이 쌓여갔다.

그래서 착안한 것이 플래카드다. 그동안 수거해오며 촬영했던 쓰레기 봉지 사진을 배경으로 수거한 쓰레기 양을 나타내며 등산객들의 의식을 바꾸기 위한 방법이었다.

“언제까지 제가 혼자 할 수는 없잖아요. 군왕봉을 이용하는 이들이 자각해서 버려진 쓰레기들을 수거하거나 아예 버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만들었어요. 언젠가는 군왕봉을 비롯한 모든 산야에서 쓰레기나 오물 등의 투기가 없는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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