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앞 풍영정천 우리 손으로 지킵니다”
  전체메뉴
“우리집 앞 풍영정천 우리 손으로 지킵니다”
[산단 폐수 유출 막은 풍영정천 사랑모임]
2009년 주민 10여명으로 시작
주말마다 사진 찍고 식생 관찰
지난해부터 앱으로 실시간 감시
폐수 유출 0건…광산구민상 수상
2018년 11월 27일(화) 00:00
2009년부터 풍영정천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는 ‘풍영정천 사랑모임’ 회원들. <풍영정천 사랑모임 제공>
광주 도심을 가로지르는 풍영정천이 달라졌다. 풍영정천은 지난 2016년부터 하남산단 입주업체의 화학물질 누출 때문에 수차례에 걸쳐 물고기 수백마리가 떼죽음을 당한 ‘수난의 하천’이었다. 하지만 ‘풍영정천 사랑모임’(풍사모)과 광산구가 지난해 11월 풍영정천 수질감시 시스템을 개통한 이래 폐수오염 사고 소식은 자취를 감췄다.

광산구 수완동, 운남동, 월곡동 등 광주지역 7㎞를 끼고 흐르는 풍영정천은 주민과 밀접하게 닿아있는 하천 중 하나다. 광주시민센터에서 공동체 활동을 해오던 이들 지역주민 10명은 지난 2009년 “내 집 앞을 지킨다”는 마음가짐으로 풍영정천 생태모니터링을 시작했다.

“넉넉지 못한 형편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오로지 기록 뿐이었어요. 매주 토요일 오전 풍영정천으로 모여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리며 식생의 변화를 관찰했어요.”

풍사모 설립 회원으로 활동하다 4년 전부터 단체를 이끌고 있는 김용재(49) 대표는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활동 초기에는 카메라와 필기구가 동원할 수 있는 장비 전부였지만 지금은 사물인터넷을 활용해 풍영정천의 수질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풍사모와 광산구는 하남산단 하남교 아래 설치된 수질 감지기가 전송한 수질 정보를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앱)으로 실시간 받아 볼 수 있는 ‘풍영정천 살리기 리빙랩’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310명 넘는 시민이 수질감시 앱을 휴대폰에 설치해 이용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산단에서 오폐수와 기름이 유출돼 크고 작은 오염사고가 났다”며 “생태계 파괴는 물론 가족의 건강과 안전이 걱정됐는데 이번에 수질감시체계를 도입한 이후로 최근 1년간 풍영정천에서 폐수 무단 방류와 오염사고가 일어나지 않아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10년새 회원이 35명으로 늘어난 풍사모는 풍영정천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매주 자체적으로 시행하던 모니터링은 계속 유지하면서 한달에 한 번씩 광산구와 풍영정천환경모니터링단을 결성해 수질감지기 관리와 주변 청소를 도맡고 있다. 새별초와 수완중학교와는 수년 전부터 생태교육을 함께 진행하고 있고 주민들을 대상으로 풍영정천 생태해설가 양성교육도 펼치고 있다. 지난해에는 풍사모의 이런 노력이 인정받아 광산구민상 등을 받기도 했다.

지난달 27일에는 광산구 장덕동 풍영정천 일대에서 지역민 120명과 함께 ‘풍영정천 생태소풍’을 열어 생태퀴즈, 사진전, 공연, 보물찾기 등을 진행하며 이웃과 함께 풍영정천을 거니는 시간을 가졌다.

김 대표는 “풍영정천은 왜가리, 쇠백로, 물오리 등 수많은 생명의 보고이자 우리가 지켜야 할 생태 자산”이라며 “3년 전부터 풍영정천 생태 가이드북을 매년 새롭게 만드는 등 풍영정천 지킴이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희준 기자 bhj@kwangju.co.kr

핫이슈

  • Copyright 2009.
  • 제호 : 광주일보
  • 등록번호 : 광주 가-00001 | 등록일자 : 1989년 11월 29일 | 발행·편집·인쇄인 : 김여송
  • 주소 :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224(금남로 3가 9-2)
  • TEL : 062)222-8111 (代) | 청소년보호책임자 : 채희종
  • 개인정보취급방침
  • 광주일보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