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독간호사 등 근현대사 속 여성들 기록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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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독간호사 등 근현대사 속 여성들 기록했죠”
고흥 출신 박경란 작가, 파독간호사 60주년 기념 ‘안녕, 홍이’ 출간
일제 강점기-5·18-한국전쟁 등 소설에 담아…독일어판 계획
청소년·인종차별 주제 희곡 집필…독일 항일운동 소설 준비중
2026년 03월 05일(목) 19:15
박경란 작가
2007년 독일로 이민을 떠난 후 파독간호사들의 삶을 꾸준히 기록해온 고흥 출신 박경란(54) 작가가 한국 근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 ‘안녕, 홍이’(하늘 퍼블리싱)를 펴냈다. 파독간호사 60주년을 기념해 출간된 책으로 독일어판 제작도 앞두고 있다.

한국에서 잡지사 기자와 편집장을 지낸 박 작가는 이주 후 독일내 이민자의 삶에 관심을 기울여왔고 인터뷰 기록집 ‘나는 파독 간호사입니다’, 희곡 ‘베를린에서 온 편지’, ‘베를린의 빨간구두’ 등을 집필했다. 또 2016년에는 ‘파독 50년 호남 출신 간호사 인생 스토리’를 광주일보에 연재하기도 했다.

파독간호사였던 이모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베를린으로 떠난 주인공의 여정을 따라가는 소설은 단순히 이모 한 사람의 인생을 떠나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 파독 간호사, 5·18 광주항쟁, 이주와 노동의 현장 등 역사의 한 가운데서 묵묵히 삶을 이어온 여성들의 연대기를 보여준다.

소설의 기반은 지난 2024년과 2025년 독일 현지에서 파독간호사 극단 ‘빨간구두’가 무대에 올렸던 희곡 ‘옥비녀’다.

“오랫동안 취재했던 파독간호사 이야기에서 확장된 소설입니다. 역사적 사건을 개인의 서사에 녹여내면서 스토리를 완성했습니다. 책 제목에 등장하는 ‘안녕’이라는 말은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어요. 하나는 현재의 화자가 과거의 패배주의적인 자괴감에 이별을 고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다가오는 미래에 희망적인 인사를 건네는 거죠. 과거와 이별하는 건 그냥 묻어두는 게 아니라 깊은 성찰과 함께 그 사건을 마음에 새기며 기억하는 것입니다.”

파독간호사들로 구성된 극단 ‘빨간 구두’ 공연 모습. <박경란 작가 제공>
1970년대 독일로 파견된 이모 박수정를 비롯해 이모의 친구 조현자와, 그의 딸 은수, 외할머니 홍이의 드라마틱한 인생 가운데 ‘현자’의 삶 속에는 1980년 광주의 5월도 등장한다. 5·18이야말로 한국 근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의미있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힌츠페터가 촬영한 영상을 통해 광주 상황을 가장 먼저 알고 있었던 곳이 독일이었습니다. 80년 당시 광주의 상황에 분노한 사람들이 많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김대중 구명 운동 등 민주화운동을 펼치고 독재에 항의했던 간호사분들도 많았고요. 소설 속 주인공들은 아픈 역사를 온몸으로 겪어내며 힘든 삶을 이어갔지만 결국 소설을 관통하는 것은 빛과 희망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근현대사 100년은 어둠만은 아니었고, 그 속에서 꿈을 꾸고 빛을 보았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독일에서 이방인으로 살며 자신의 뿌리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던 박 작가는 같은 고민을 이어가는 교포 청소년들에게도 관심을 기울여왔다.
이번 소설 역시 ‘다음 세대’와의 연결을 염두에 뒀다.

“파독간호사를 비롯한 우리의 역사를 다음 세대가 기억할 수 있도록 기록으로 남겨야겠다는 마음이 컸습니다. 몇년 전부터 다음 세대에 대한 관심이 많아져 청소년 연극 등을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풍요의 시대지만 내면적으로는 상실감, 결핍을 느끼는 청소년들이 많아요. 소설에서는 우리 근현대사 뿐 아니라 독일 내 이민자들에 대한 시각 등도 함께 다뤄보려 했습니다.”

청소년 연극 ‘유리천국’, 아시아인 인종 차별을 다룬 ‘칭창총 소나타 No. 1’ 등 다양한 주제로 희곡을 써온 그는 차기작으로 일제강점기 독일 항일 운동에 관한 소설을 집필할 계획이다. 책 출간 후 잠시 한국에 머물고 있는 박 작가는 오는 10월 ‘빨간구두’와 ‘옥비녀’ 공연을 위해 다시 한번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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