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샛골나이 - 윤영기 정치·경제담당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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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샛골나이 - 윤영기 정치·경제담당 에디터
2026년 02월 23일(월) 00:20
무명길쌈은 목화솜에서 실을 뽑아 베틀로 무명베(천)를 짜는 전통 가내수공업이다. 무명길쌈은 수입 직물과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제품에 밀려 점차 쇠퇴하게 된다. 해방 이후 나일론이 나오면서부터 자취를 감추기 시작해 1960년대 중반 사실상 명맥이 끊긴다. 문화재관리국(현 국가유산청)은 1968년 전승보존을 위해 실태 조사에 나선다. 조사를 맡았던 석주명 박사가 무명길쌈으로 유명한 고양 나이, 진주목 등을 찾아헤매고 다녔으나 마을 사람들의 기억에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석 박사는 포기하는 심정으로 나주세목을 찾기 위해 나주시 다시면 동당리를 방문했다. 나주세목은 비단보다 고와서 바지 저고리나 치마저고리로 사용하기 아까워 두루마기 겉감으로 쓸만큼 유명했기 때문이다.

석 박사는 동당리에서 김만애 할머니를 만나고 나서야 비로소 안도했다. 김 할머니는 마을에서 유일하게 기능을 보유하고 있었고 베틀도 보관하고 있었다. 동네에서 하나 뿐인 실물 베틀이었다. 김 할머니 남편의 증언에 따르면 1960년대는 한국전쟁 이후라 땔감이 없어 참꽃, 개나리 뿌리까지 아궁이에 넣었는데 차마 베틀은 태우지 못했다고 한다. 불사르면 집 안에 우환이 올까 두려워 강가에 버렸다고 했다.

나주세목은 1969년 ‘나주의 샛골나이’라는 명칭으로 국가무형유산이 됐다. 샛골은 동당리 마을, 나이는 길쌈을 뜻한다. 김 할머니가 기능보유자로 인정됐으나 1982년 작고한 뒤 샛골나이는 8년간 지정 해제됐다. 김 할머니의 며느리 노진남씨가 보유자로 인정돼 명맥을 되살렸으나 또다시 소멸위험에 처해 있다. 노 보유자가 타계한 뒤 보유자 아랫 단계인 전승교육사가 없고, 베틀의 한 부분인 바디를 제작하는 바디장 역시 2006년 이후 후계자가 없는 상태다. 급기야 국가유산청이 2023년 국가긴급보호무형문화재로 지정했으나 현재까지 이수자는 3명뿐이다.

국가유산청과 국가유산진흥원이 다음 달 20일까지 ‘나주의 샛골나이’ 전통을 이을 미래 전승자를 모집한다. 나주의 샛골나이도 2023년 가사(歌詞), 줄타기, 발탈처럼 국가긴급보호무형문화유산에서 지정해제될 날이 빨리 오길 고대한다.

/윤영기 정치·경제담당 에디터 penfoot@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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