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과 씁쓸함 사이…‘김부장’이 전하는 얄궂은 현실
OTT 리뷰 <4>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JTBC토일드라마 ‘김부장 이야기’, 넷플릭스 ‘한국 TOP 10 쇼’ 1위
2030 “우리 부장님 모습 현실적”…5060 “나의 거울이자 불편한 진실”
송희구 작가 동명 웹소설 원작…공개 한달만에 조회수 1천만회 화제
JTBC토일드라마 ‘김부장 이야기’, 넷플릭스 ‘한국 TOP 10 쇼’ 1위
2030 “우리 부장님 모습 현실적”…5060 “나의 거울이자 불편한 진실”
송희구 작가 동명 웹소설 원작…공개 한달만에 조회수 1천만회 화제
![]() JTBC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의 한 장면. <JTBC제공> |
“너 아빠가 평범해 보이지? 너 이렇게 평범하게 사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아? 대기업 25년차 부장으로 살아 남아서 서울에 아파트 사고 애 대학까지 보낸 인생은, 위대한거야.”
25년간 한 통신 대기업에서 영업맨으로 살아온 김낙수(류승룡 분). 그는 서울 시내 자가 아파트를 마련했고 대학생 아들도 있으며, 팀장직을 거쳐 부장까지 올랐다. 누구나 부러워할 법한 안정된 삶. 그러나 어느 날부터 균열이 시작된다. 신입 사원이 외제차를 타고 팀원이 부동산 수익으로 집을 마련하고 임원 승진 명단에서 그의 이름은 빠진다. 김낙수는 자신이 쌓아올린 가치들이 무너지기 시작했음을 직감한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는 평생 회사를 위해 살아온 평범한 중년 남성이 시대에 적응하지 못해 흔들리는 모습을 그린 블랙코미디다. 송희구 작가의 동명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소설은 공개 한 달 만에 커뮤니티 조회수 1000만 회, 판매 30만 부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총 12부작 중 4화까지 방영된 현재 TV 시청률은 3%대에 머물지만, 넷플릭스 ‘한국 TOP 10 쇼’(10월 27일~11월 2일) 1위에 오르는 등 OTT를 중심으로 화제성을 이어가고 있다.
화제의 중심에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하이퍼리얼리즘’이 있다. 김낙수는 상사에게는 충성스럽고, 팀원에게는 권위를 내세우는 전형적인 중년 부장이다. 팀원들의 보고서는 대충 넘기면서도 임원 보고용 자료라면 밤새워 수정한다. 젊은 직원의 명품 가방 값을 묻고 그보다 약간 비싼 가방을 사는 식으로 비교와 체면에 집착한다. 인정받고 싶지만 시대의 변화에는 서툰, 익숙한 중년의 얼굴이다. 이런 현실적인 묘사에 2030세대는 “우리 부장이랑 똑같다”, “짜증 나는데 웃기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반면 5060 중년층에게 김낙수라는 캐릭터는 곧 나의 거울이자 불편한 진실이다. 승진 경쟁에서 밀려 울릉도로 발령 나는 동기, 귀찮은 업무를 부하 대신 김낙수에게 떠넘기는 상사 등 현실적인 장면들이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자가 아파트와 대기업 부장이라는 ‘성공의 타이틀’을 지녔음에도 느끼는 불안, 남들과의 비교, 체면의 무게 등이 리얼하게 닮아 있어 “내 삶도 저렇게 뒤흔들릴 수 있다”는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김낙수의 위기는 시대의 변화와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맞물리면서 비롯됐다. 그는 여전히 술자리 접대와 사내 정치로 관계를 다지고, 자신보다 아래라 여긴 사람에게는 사과 한마디 건네지 못한다. 팀원이나 가족의 조언은 흘려듣고, “회사만은 나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헛된 믿음에 기대 산다. 그런 태도는 합리와 공정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눈에 구태이자 무능으로 비친다. 결국 그는 영업1팀장에서 한순간에 공장 안전관리팀장으로 밀려나며 몰락의 벼랑에 선다.
그의 추락은 박찬욱 감독의 영화 ‘어쩔 수가 없다’의 만수처럼, “다 이뤘다”고 자부하던 인물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중년의 위기를 다룬 영화나 드라마는 많았지만 이 작품이 차별성을 갖는 점은 ‘부동산’을 소재로 한다는 점이다. 김낙수가 대기업 명함에 안주하는 사이 친구들과 후배들은 묵묵히 종잣돈을 모아 투자용 아파트와 건물을 사들인다. 김낙수가 ‘직장’을 사회적 계급의 정점이라 믿는 동안, 자산을 쥔 세대가 새로운 상층으로 부상한다.
원작 소설이 냉소적이고 풍자적인 면이 강했다면, 드라마는 중년 남성이 위기 속에서 ‘진짜 자신’을 찾아가는 회복의 여정에 초점을 맞춘다. 김낙수의 몰락과 재기 과정은 “나도 무너질 수 있다”는 불안과 동시에 “그래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위안을 전한다. (JTBC·넷플리스·티빙)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25년간 한 통신 대기업에서 영업맨으로 살아온 김낙수(류승룡 분). 그는 서울 시내 자가 아파트를 마련했고 대학생 아들도 있으며, 팀장직을 거쳐 부장까지 올랐다. 누구나 부러워할 법한 안정된 삶. 그러나 어느 날부터 균열이 시작된다. 신입 사원이 외제차를 타고 팀원이 부동산 수익으로 집을 마련하고 임원 승진 명단에서 그의 이름은 빠진다. 김낙수는 자신이 쌓아올린 가치들이 무너지기 시작했음을 직감한다.
화제의 중심에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하이퍼리얼리즘’이 있다. 김낙수는 상사에게는 충성스럽고, 팀원에게는 권위를 내세우는 전형적인 중년 부장이다. 팀원들의 보고서는 대충 넘기면서도 임원 보고용 자료라면 밤새워 수정한다. 젊은 직원의 명품 가방 값을 묻고 그보다 약간 비싼 가방을 사는 식으로 비교와 체면에 집착한다. 인정받고 싶지만 시대의 변화에는 서툰, 익숙한 중년의 얼굴이다. 이런 현실적인 묘사에 2030세대는 “우리 부장이랑 똑같다”, “짜증 나는데 웃기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반면 5060 중년층에게 김낙수라는 캐릭터는 곧 나의 거울이자 불편한 진실이다. 승진 경쟁에서 밀려 울릉도로 발령 나는 동기, 귀찮은 업무를 부하 대신 김낙수에게 떠넘기는 상사 등 현실적인 장면들이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자가 아파트와 대기업 부장이라는 ‘성공의 타이틀’을 지녔음에도 느끼는 불안, 남들과의 비교, 체면의 무게 등이 리얼하게 닮아 있어 “내 삶도 저렇게 뒤흔들릴 수 있다”는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김낙수의 위기는 시대의 변화와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맞물리면서 비롯됐다. 그는 여전히 술자리 접대와 사내 정치로 관계를 다지고, 자신보다 아래라 여긴 사람에게는 사과 한마디 건네지 못한다. 팀원이나 가족의 조언은 흘려듣고, “회사만은 나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헛된 믿음에 기대 산다. 그런 태도는 합리와 공정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눈에 구태이자 무능으로 비친다. 결국 그는 영업1팀장에서 한순간에 공장 안전관리팀장으로 밀려나며 몰락의 벼랑에 선다.
그의 추락은 박찬욱 감독의 영화 ‘어쩔 수가 없다’의 만수처럼, “다 이뤘다”고 자부하던 인물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중년의 위기를 다룬 영화나 드라마는 많았지만 이 작품이 차별성을 갖는 점은 ‘부동산’을 소재로 한다는 점이다. 김낙수가 대기업 명함에 안주하는 사이 친구들과 후배들은 묵묵히 종잣돈을 모아 투자용 아파트와 건물을 사들인다. 김낙수가 ‘직장’을 사회적 계급의 정점이라 믿는 동안, 자산을 쥔 세대가 새로운 상층으로 부상한다.
원작 소설이 냉소적이고 풍자적인 면이 강했다면, 드라마는 중년 남성이 위기 속에서 ‘진짜 자신’을 찾아가는 회복의 여정에 초점을 맞춘다. 김낙수의 몰락과 재기 과정은 “나도 무너질 수 있다”는 불안과 동시에 “그래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위안을 전한다. (JTBC·넷플리스·티빙)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