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취준생 울리는 구인 사기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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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취준생 울리는 구인 사기 ‘기승’
리뷰 쓰면 웃돈 유혹해 돈 갈취…영업사원 모집, 알고보니 보험설계사
당근마켓 등 “알바 사기” 잇단 글…취직 의욕 꺾는 거짓 구인광고 증가
전국 청년층 ‘쉬었음’ 1년새 7만여명 늘며 청년백수 120만명 넘어서
2025년 11월 05일(수) 21:05
/클립아트코리아
‘취업 한파’로 전국적으로 ‘청년 백수’가 120만 명을 넘어서고 광주·전남의 청년 실업률이 오르고 있는 가운데, 광주·전남에서도 이들의 취직 의욕을 꺾는 취업 사기나 거짓 구인 광고가 횡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수에 사는 30대 A씨는 최근 SNS에서 ‘쇼핑몰 물건을 구입 후 리뷰를 쓰면 웃돈을 얹어 주겠다’는 알바 공고를 보고 참여했다가 사기를 당했다. 처음에는 10만 원 상당의 물건을 구매하고 리뷰를 쓰니 15만 원을 입금받아 수익을 올렸는데, 점차 매입을 요구하는 액수가 늘어 수천만원 수준까지 올라갔다. A씨는 8000여만원의 대출을 받아 쇼핑몰에 입금했는데 이후 돈을 돌려받지 못한 채 쇼핑몰 업자와 연락이 끊겼다.

더불어민주당 박해철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B씨는 지난해 3월 광주시 서구에 있는 한 중소기업이 낸 정책자금지원 의료장비 및 기계장비자금지원 영업사원 구인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가 황당한 일을 당했다. 막상 회사를 찾아가 보니 영업사원이 아닌 보험설계사 일을 하게 된 것이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지난 4월 해당 구인공고가 직업안정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경찰서에 수사 의뢰를 했다.

당근마켓과 지역 커뮤니티 등에도 “알바 사기를 당했다”는 글이 최근 잇따라 올라왔다.

광주 지역 맘카페에서도 ‘거짓 구인 공고 주의’ 글이 올라왔다.

한 맘카페에는 최근 “시급 1만4700원으로 단가가 높은 단기 포장 알바 공고 사기 주의 게시글을 조심하라”는 글이 올라왔다. 채용을 할 것처럼 개인 정보를 받아가더니 그대로 연락이 끊기는 사례가 잇따랐다는 것이다.

또 “사무직 알바 공고(시급 1만5000원) 취업 사기니 주의하라”는 내용의 게시글도 올라왔다. 쇼핑몰 홈페이지에 들어와 알바를 지원할 때 입력하는 개인정보와 계좌 정보를 탈취하거나, 외부 URL을 보내 휴대전화 인증을 하라면서 해킹앱을 설치할 것을 유도했다는 것이다. 특히 SNS에 뜨는 부업 알바,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글을 쓰면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공고를 주의하라는 사례가 많았다.

올해는 피싱 문자도 ‘구인 사기’를 중심으로 뿌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보안업체 ‘안랩’이 발표한 ‘2025년 3분기 피싱 문자 트렌드 보고서’를 보면 올 3분기 가장 많이 발생한 피싱 문자 공격 유형은 ‘구인 사기(35.01%)’로, 전체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이어 정부·공공기관 사칭(23.77%), 텔레그램 사칭(20.07%), 금융기관 사칭(10.98%) 등이었다.

‘구인 사기’ 유형은 단기 고수익 아르바이트나 재택근무 모집 등으로 가장한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즉시 채용’, ‘고액 수당 지급’ 등 비현실적인 조건을 내세워 개인정보를 탈취하거나 일대일 대화방으로 유도해 금전을 갈취하는 사례가 꾸준히 확인됐다.

고용당국은 최근 청년 취업률이 떨어진 데 따라 거짓 구인 광고를 이용한 사기가 만연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 3월 기준 국가데어터처 고용 통계에 따르면 전국 15세부터 29세 사이의 청년 중에 일자리를 잃었거나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인구 수는 120만 7000명으로 집계됐다.

국가데이터처가 5일 발표한 ‘비경제활동 및 비임금근로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비경제활동인구는 1622만 명으로 지난해보다 9000명 증가했다. 비경제활동인구는 만 15세 이상 인구 중 구직과 취업활동을 하지 않는 인구다.

또 학업이나 가사 등 별다른 사유 없이 취업이나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쉬었음’ 인구는 264만1000명으로 지난해보다 7만 3000명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30대 ‘쉬었음’ 인구는 지난해보다 1만 9000명이 늘어난 32만 8000명(12.4%)으로 집계됐다. 20대 ‘쉬었음’ 인구는 43만5000명(16.5%)으로 60대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광주·전남의 청년 실업률도 증가 추세다. 올해 3분기 기준 광주 지역의 청년 실업률은 6.9%로, 전년 동기(6.2%) 대비 0.7%p 늘었다. 전남의 청년 실업률도 올해 3분기 기준 6.4%로, 전년 동기(6.1%) 대비 0.3%p 증가했다.

고용노동부 거짓구인광고신고센터 등에 접수된 전국 거짓 구인 광고 신고 건수는 2020년 190건, 2021년 278건, 2022년 334건, 2023년 365건, 2024년 404건 등으로 지속 증가하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길주 전남노동권익센터장은 “구인 공고를 보는 사람들은 결국 형편이 넉넉지 않은 사회적 약자들인데, 이들을 대상으로 취업사기와 거짓 구인공고가 횡행하고 있다는 것은 법적으로도, 정책적으로도 허술한 점이 있다는 것”이라며 “경찰과 고용노동부가 적극적인 실태 조사에 나서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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