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모리에서 건네는 ‘시월의 단상’
아오리 아니고 아오모리-김연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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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난다는 지난해 ‘제철 음식만 있나, 제철 책도 있지’라는 마음으로 ‘시의적절’ 시리즈를 시작했다. 매년 열 두명의 시인이 ‘어느 한달’씩을 마음에 품고 ‘하루하루’를 시와 에세이와 편지와 메모 등 다양한 형태로 적어내려가는 시리즈다. 2024년 첫 책은 시리즈 기획자이기도 한 김민정 시인의 ‘읽을, 거리’였다. 2024년 오은, 유희경, 서효인 시인 등이 1년 365일의 이야기를 들려줬고 올해는 정끝별, 김용택, 이훤 시인 등이 독자들을 만났다.
김연덕 시인이 ‘10월’을 담아 ‘아오리 아니고 아오모리’로 펴냈다. 대산대학문학상을 통해 등단한 시인은 시집 ‘재와 사랑의 미래’, ‘오래된 어둠과 하우스의 빛’ 산문집 ‘액체 상태의 사랑’을 출간했다.
책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 그의 이야기는 아오리 사과에서 출발했다. 그는 10월에 대해 제각각인 마음들을 엮어낼 무언가를 고민하다 “10월의 이미지를 하나로 묶는 붉은 사과의 이미지가 떠올라” 사과로 유명한 일본 아오모리로 떠난다. ‘푸른 숲’이라는 뜻의 아오모리에 도착한 그는 아오모리의 공기와 사람들과 풍경을 시, 에세이, 편지로 써내려갔다.
시인이 누군가를 바라보는 시선은 따뜻하다. 시인에게 아오모리는 지금까지 여행했던 도시 중 노인들이 가장 많이 돌아다니는 도시였다. 킷사텐(전통카페), 식당, 공원, 백화점, 술집 어디에서든 노인들을 만날 수 있었고, 어떤 곳에서는 생판 모르는 그들과 서툰 대화를 이어나갔다.
“가장 많은 날 것의 에너지를 갖고 있는 아오모리의 노인들”을 만난 그는 “아오모리에 다녀오고 나서야 나와 함께 했던 모든 노인의 얼굴을, 에너지를, 그들 자신이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돌아다니고 싶어했을 장소들을 그 시절 더 돌아보지 않았던 것에, 상상하지 못했다는 것”에 마음 아파한다.
시인은 미끄럼틀 하나만 놓여있는 퇴락한 놀이터에서 어린 시절 체육시간을 떠올리고, 60년간 가게를 운영해온 구십세의 하루에 할머니가 구워준 연어 주먹밥에 감동하고, 항구 공원에서 바라보았던 수평선에 마음을 빼앗긴다.
책의 중심엔 ‘시’가 있다. 아오모리의 특산물인 사과로 만든 심장 모양의 사과파이를 앞에 두고 시인은 ‘갈비뼈/피부/셔츠 안에/나와 오래전 헤어진 사람처럼 숨겨져 있는/심장은/한낮에도 어두워.’(‘사과 파이’ 중)라고 노래한다.
아오모리현립미술관을 찾은 후 “가로로 긴/흰 건물은 가끔씩만 아름답게 흘러나오는 정신을 이어붙여 만든 노력 같아”로 시작되는 동명의 시를 써내려가고, “파란 입술과 파란 산 파란 실수들과 파란 화의 얼굴”을 그린, 작가 사노 누이의 작품에 대해서 노래한다.
시인은 또 1년간 정신과 상담을 받았던 의사에게 “다시 생생하게 흐르기 시작한 순간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전하고 도쿄에 살고 있는 쌍둥이 동생에게도 편지를 쓴다.
여행지의 풍경과 사색이 담긴 시인의 글은 난다가 펴내고 있는 또 다른 시리즈 ‘걸어본다’를 떠올리게 한다. 오래전 아오모리를 찾은 적이 있지만, 이 책을 들고, 일본인들도 좀처럼 방문하기 어려운 혼슈 최북단의 아오모리를 다시 찾는다면 그 때와는 다른 새로운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엄청난 사랑과 슬픔과 공포와 자유가 억눌려 있는 것이 느껴지는” 아오모리시 삼림박물관이나 멋진 노인들과 감미로운 재즈가 흐르는 킷사텐 ‘블루노트’로 발길을 옮기면서 말이다.
11월과 12월에는 오병량, 고선경 시인이 시리즈를 이어간다. <난다·1만5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책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 그의 이야기는 아오리 사과에서 출발했다. 그는 10월에 대해 제각각인 마음들을 엮어낼 무언가를 고민하다 “10월의 이미지를 하나로 묶는 붉은 사과의 이미지가 떠올라” 사과로 유명한 일본 아오모리로 떠난다. ‘푸른 숲’이라는 뜻의 아오모리에 도착한 그는 아오모리의 공기와 사람들과 풍경을 시, 에세이, 편지로 써내려갔다.
“가장 많은 날 것의 에너지를 갖고 있는 아오모리의 노인들”을 만난 그는 “아오모리에 다녀오고 나서야 나와 함께 했던 모든 노인의 얼굴을, 에너지를, 그들 자신이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돌아다니고 싶어했을 장소들을 그 시절 더 돌아보지 않았던 것에, 상상하지 못했다는 것”에 마음 아파한다.
시인은 미끄럼틀 하나만 놓여있는 퇴락한 놀이터에서 어린 시절 체육시간을 떠올리고, 60년간 가게를 운영해온 구십세의 하루에 할머니가 구워준 연어 주먹밥에 감동하고, 항구 공원에서 바라보았던 수평선에 마음을 빼앗긴다.
책의 중심엔 ‘시’가 있다. 아오모리의 특산물인 사과로 만든 심장 모양의 사과파이를 앞에 두고 시인은 ‘갈비뼈/피부/셔츠 안에/나와 오래전 헤어진 사람처럼 숨겨져 있는/심장은/한낮에도 어두워.’(‘사과 파이’ 중)라고 노래한다.
아오모리현립미술관을 찾은 후 “가로로 긴/흰 건물은 가끔씩만 아름답게 흘러나오는 정신을 이어붙여 만든 노력 같아”로 시작되는 동명의 시를 써내려가고, “파란 입술과 파란 산 파란 실수들과 파란 화의 얼굴”을 그린, 작가 사노 누이의 작품에 대해서 노래한다.
시인은 또 1년간 정신과 상담을 받았던 의사에게 “다시 생생하게 흐르기 시작한 순간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전하고 도쿄에 살고 있는 쌍둥이 동생에게도 편지를 쓴다.
여행지의 풍경과 사색이 담긴 시인의 글은 난다가 펴내고 있는 또 다른 시리즈 ‘걸어본다’를 떠올리게 한다. 오래전 아오모리를 찾은 적이 있지만, 이 책을 들고, 일본인들도 좀처럼 방문하기 어려운 혼슈 최북단의 아오모리를 다시 찾는다면 그 때와는 다른 새로운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엄청난 사랑과 슬픔과 공포와 자유가 억눌려 있는 것이 느껴지는” 아오모리시 삼림박물관이나 멋진 노인들과 감미로운 재즈가 흐르는 킷사텐 ‘블루노트’로 발길을 옮기면서 말이다.
11월과 12월에는 오병량, 고선경 시인이 시리즈를 이어간다. <난다·1만5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