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싸한 계획 - 김여울 디지털·체육부장
  전체메뉴
그럴싸한 계획 - 김여울 디지털·체육부장
2025년 08월 29일(금) 00:00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은 가지고 있다. 얻어 맞기 전까지는.”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이 남긴 유명한 말이다. 한 해를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각오를 다진다. 시작할 때는 모든 게 뜻대로 될 것 같고 자신감이 넘친다.

거창했던 목표와 꿈과 달리 예상치 못한 변수가 등장하고 실패를 반복하면서 계획이 계획으로만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작심삼일’이란 말처럼 의지가 부족해 계획을 실천하지 못하기도 한다.

그라운드의 삶도 마찬가지다. 모든 감독은 새 시즌을 앞두고 우승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세밀하고 거창하게 계획을 세운다고 해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자신만만한 광주FC의 이정효 감독도 올 시즌 그럴싸한 계획에 크게 한 방 얻어맞았다. 지난 4월 그는 큰 꿈을 안고 사우디로 가서 알 힐랄을 상대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8강전을 치렀다. 감독, 선수들 모두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경기는 0-7 대패로 끝났다. 과정·결과 모두 자존심이 상한 결과가 나왔지만 패배가 패배로만 끝나지는 않았다. 7골을 내준 골키퍼 김경민도, 패장으로 사람들 앞에 선 이정효 감독도 ‘배움’을 이야기했고 ‘성장’을 기대했다.

27일 광주FC는 부천FC와의 코리아컵 2차전에서 2-1 승리를 거두고(1·2차전 합계 4-1) 결승 진출을 확정했다. 지난해 창단 후 첫 4강을 이뤘던 광주FC는 올해는 결승이라는 또 다른 벽을 깼다. 올 시즌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시즌 전 살림꾼 정호연이 미국 도전을 위해 떠났고 수비 핵심 김진호는 십자인대 부상으로 빠졌다. 부지런히 중원을 누비던 박태준은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고 있다. 여기에 ‘에이스’ 아사니가 논란 끝에 이란 리그로 이적했고, 이번 경기를 앞두고는 베테랑 민상기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주저앉았다.

마음대로 되지 않은 시즌이지만 이정효 감독은 핑계가 없었다. 원래 모든 게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누구나 그렇다는 것을 잘 알지만 흐트러져버린 계획 앞에서 사람들은 핑계를 찾곤 한다. 핑계 없이 달린 광주FC는 또 다른 역사를 만들었다.

/김여울 디지털·체육부장 wool@kwangju.co.kr

핫이슈

  • Copyright 2009.
  • 제호 : 광주일보
  • 등록번호 : 광주 가-00001 | 등록일자 : 1989년 11월 29일 | 발행·편집·인쇄인 : 김여송
  • 주소 :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224(금남로 3가 9-2)
  • TEL : 062)222-8111 (代) | 청소년보호책임자 : 채희종
  • 개인정보취급방침
  • 광주일보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