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한 명이 일으키는 나비효과- 장필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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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한 명이 일으키는 나비효과- 장필수 논설실장
2025년 06월 18일(수) 00:00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지 딱 2주가 지났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한 날부터 매일 민생 현장을 찾았고 캐나다 G7 정상회의에 참석해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짧은 시간에 국제 외교무대에 등장하는 기록을 세웠다.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내각 인선이 한창이고 ‘내란·김건희·채해병’ 등 3대 특검도 인력 구성을 마무리하는 데로 곧 스타트 총성을 울릴 예정이다. 인수위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위원회도 출범식을 갖고 100대 국정과제 로드맵 마련에 들어갔다.

지난 2주간 진행된 일이라고 하기엔 너무 많아 새 정부 출범 후 두 달쯤 된 듯 하다. 준비된 대통령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그만큼 윤석열 정권 3년의 퇴행에 대한 반작용으로 대한민국을 정상화 시키고자 하는 열망의 반영일 것이다. 국민들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9~13일 전국 18세 이상 25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이 대통령 취임 첫 주 국정수행 지지도에 대해 응답자의 58.6%가 ‘잘하고 있다’고 답했다. 취임 1주 만에 이 대통령이 자신의 대선 득표율보다 10%포인트 가량 더 지지를 받고 있는 셈이다. 최근 만난 한 기업인은 이 대통령이 “일 잘하는 대통령의 롤모델을 만들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20대 대선에서 윤석열을 선택한 사람이다. 이유를 물었더니 진영 논리를 떠나 실용적인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것으로 볼 때 기대가 된다는 것이다.



주식시장이 가장 먼저 반응

새 정부의 실용정책이 가장 먼저 피부로 와닿는 곳은 주식시장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한국거래소 현장 간담회에서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핵심은 증시”라며 “국내 주식시장을 부동산에 버금가는 투자수단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식시장에서 장난치다가는 패가망신한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면서 주가 조작 등 불공정 거래 행위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면서 배당 촉진을 위한 세제 개편을 추진하겠다는 구체적인 실행 방안도 제시했다.

국내 주식시장은 뜨겁게 반응하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대통령 취임 직후 줄곧 오르더니 어느덧 3000선을 육박하고 있다. 증시 전문가 열 명 중 여섯 명은 이 대통령 임기 내 코스피지수가 5000을 달성할 것이란 기대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사실 국내 주식시장은 그동안 개인투자자(개미)에겐 불공정 경기장이란 오명을 들어왔다. 기관이나 외국인에 비해 정보력이 떨어지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투명하지 않은 공시 제도와 쥐꼬리 배당, 잘 된다 싶으면 기업을 분리해 상장하는 ‘쪼개기 상장’ 등으로 개미들이 수익을 올리기 어려운 시장이었다. 그렇다보니 코로나19 시기 국내 시장을 살린 ‘동학개미’들이 미국 시장으로 대거 이동해 ‘서학개미’가 됐고 젊은층은 코인거래소로 몰려갔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 경험으로 누구보다도 주식시장을 잘 아는 이 대통령이 시장 투명성 강화로 최소한 코리아 디스카운트만이라도 없애겠다고 했으니 시장이 반응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주식을 부동산에 버금가는 투자수단으로 만들겠다는 발언이 인상적이다. 약간 오버해서 말하자면 갈수록 양극화 되고 있는 수도권과 지방의 부동산 가격에 소외감을 갖고 있는 지방 사람들에겐 희망의 메시지 같다. 국민이 주식 투자를 통해 중간배당도 받고 생활비도 할 수 있게 부동산에 못지않는 투자 수단으로 만들면 경제 전체가 선순환되지 않겠느냐는 말에도 공감한다.

주식시장은 근본적으로는 기업의 실적으로 움직이지만 수급의 영향도 절반이라는 말이 있다. 대통령의 강한 의지 속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정책으로 뒷받침하고 있으니 코스피 5000시대가 꿈만은 아닐 것 같다. 김병기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는 취임 첫 일성으로 민생 법안으로 상법 개정안을 제일 먼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상법 개정안에는 이사의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아 주식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가 높다. 상장사가 배당한 소득은 종합소득에서 분리해 과세하는 소득세법 개정안도 뒤를 이을 전망이다.



내란 청산·검찰 개혁이 관건

새 정부 출범 초기 성과(?)와 기대감을 실물경기를 가장 잘 반영하는 주식시장의 사례로 이야기했다.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는 지난해 초보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지만 우승으로 ‘V12’를 달성했다. 팬들은 1년 사이 감독 한 명이 바뀐 것뿐인데라며 놀라워했다. 감독이 형님 리더십으로 소통을 통해 팀의 역량을 최대치로 끌어 올린 결과였다. 지도자 한 사람의 날개짓이 얼마나 큰 나비효과를 불러오는 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새 정부도 마찬가지다. 대통령 한 명만 바뀐 것뿐인데 ‘진짜 대한민국’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민생에 최우선을 둔 실용정부를 지향하겠다는 자신의 말처럼 전광석화 같은 정책 실행으로 곳곳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새 정부의 진정한 성공은 5년이란 마라톤이 끝난후 제대로 평가받는다. ‘어쩌다 해피엔딩’이 아니라 철저한 계획과 실행으로 ‘당연히 해피엔딩’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내란 청산과 검찰 개혁 등 정권 초기 성패가 결정되는 과제부터 실타래를 잘 풀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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