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아이 키우느라 힘들지만 ‘행복도 7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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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아이 키우느라 힘들지만 ‘행복도 7배’”
일곱번째 아이 출산 장흥 박제정·김해숙씨 부부
‘3남4녀’ 다양한 에피소드에 매일 ‘웃음꽃’ “심심할 틈 없어요”
다자녀 가정 확실한 지원 필요…군, 9598만원 분할 지원키로
2025년 04월 24일(목) 20:37
큰아들 대선<가운데>씨 등 박제정·김해숙씨 부부의 5남매. <박제정씨 제공>
“일곱 명까지 낳을 줄 알았다면 ‘빨주노초파남보’로 이름 지을 걸 그랬어요.”

20일 전 일곱째 솜이를 맞이한 박제정(45·장흥군 장흥읍)·김해숙(40)씨 부부. ‘힘든 만큼 행복도 7배’라는 두 사람은 일곱남매와 아름다운 일상을 채워가고 있다.

아버지 박제정 씨는 “아이들이 아픈 곳 없이 건강해 부모로서 감사하다”며 “넉넉지 않은 가계 상황에 늘 아이들에게 못 해준 것만 생각난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7남매를 계획한 건 아니었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외로운 어린 시절을 보냈던 박 씨는 늘 따뜻한 가족의 정이 그리웠다. 아이들이 하나둘 태어나 기쁨을 누리다 보니 어느새 7남매 가정이 이뤄졌다.

7남매는 큰아들 대선(20)씨를 시작으로, 현선(18)군, 현지(17)양, 지연(10)양, 다온(9)군, 봄(2)양, 솜(0)양 순서다.

“아이들 수가 많다보니 이름이 헷갈릴 때가 많아요. 그래서 번호로 부르는 것도 나름 효율적이에요. 간단히 ‘1번’, ‘2번’ 이렇게요.”

가족 구성원이 많은 만큼, 에피소드도 다양하다.

특히 지난달까지 막내였던 ‘6번’ 봄이가 관심을 끌기 위해 습관처럼 사고를 친다. 태블릿 PC를 던져 고장 내고 고양이 간식을 본인 입에 넣는 데다 볼일 다 봤다는 사실을 알려준다며 기저귀 속에 손을 넣어 직접 보여주기도 한다.

“요즘 그놈 때문에 심심할 틈이 없습니다. 삶이 스펙타클해요. 다행히 ‘3번’ 현지가 엄마처럼 봄이를 돌봐주고 있어요. 다른 집이었다면 떼쓸 나이인데 아래로 넷이고 위로 무뚝뚝한 오빠들이라 보호자 역할을 자처하는 게 고마우면서도 마음이 아픕니다.”

아내 김해숙 씨 역시 헌신적으로 가정을 돌보고 있다. 막내를 낳기 직전까지 일과 육아를 병행한 김 씨는 당장 어린아이들을 챙겨야 하는 현실에 출산 후 몸조리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는 아내에 대해 “솜이를 품은 상태에서도 막달까지 일했던 사람”이라며 “굳이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 성격이라 힘들어도 묵묵히 견디는 모습이 존경스럽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앞서 장흥군은 3남 4녀의 다자녀 가정을 이룬 박 씨 부부에게 12개 사업에 걸쳐 9598만 원을 지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박 씨는 다자녀 부모로서 느끼는 출산 정책에 대해서 허심탄회하게 말했다. 많은 이들이 다자녀 가정의 지원책을 거론하지만, 실제 출산과 양육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인구감소 시대에 다자녀 가정에 대한 확실한 지원은 필요합니다. 지원책이 마련돼 있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당장 필요한 병원비나 육아비용에는 턱없이 부족하죠. 수년 동안 쪼개 지급하는 정책은 당장 오늘내일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에게는 숨통이 트이지 않는 구조거든요.”

박 씨에게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올 법한 양육 철학이나 멋진 포부는 없다. 그는 “당장 아이들 돌보고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벅찬 현실이다. 그저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주길 바랄 뿐”이라고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7남매를 키우는 고단한 현실에도 박 씨의 목소리에는 웃음이 배어나왔다. “복잡하고 힘든 순간도 많지만, 아이들이 있어 집안이 늘 활기로 가득합니다. 남들이 말하는 다둥이 가족의 행복이란 게 이런 거겠죠?”

/서민경 기자 mink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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