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손 부족·가축전염병·이상기후…전남 농민 ‘속타는 봄’
법무부 불법체류자 단속 후폭풍
진도서 외국인노동자 자취 감춰
대파 수확·출하 전면 중단 차질
무안·영암 구제역 피해 하소연
나주·구례 이상저온 냉해 시름
진도서 외국인노동자 자취 감춰
대파 수확·출하 전면 중단 차질
무안·영암 구제역 피해 하소연
나주·구례 이상저온 냉해 시름
![]() <광주일보 자료사진> |
완연한 봄날이지만, 농민들에겐 가혹한 계절이다. 일손부족과 가축전염병, 이상기후까지 삼중고에 전남 농민들은 하루를 버텨내기 힘들다.
◇일손이 없어서 아우성=진도에서는 최근 법무부의 불법체류자 단속 실시로 숙련된 외국인 노동자들이 자취를 감췄다. 대파를 출하해야 하는 시기 작업이 전면 멈추면서 수확과 출하가 중단됐다. 지난 3월 초 진도군 일대에서 불법체류 외국인 단속이 시작되며, 대파 수확 작업에 큰 차질이 발생했다.
대부분 진도에 거주한 고정 인력이 아닌, 차량 단위로 전국을 돌며 일하는 ‘작업반’ 형태의 외국인들이었으며, 이들 다수가 대파 작업에 투입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진도 대파 작업은 수확 이후 일정 시기에 맞춰 선별·포장·출하까지 이어지는 연속 공정이 중요한데, 인력이 끊기면서 해당 작업이 중단된 것이다. 수확 시기를 놓치면 상품성이 떨어지고 ‘동이 나는’ 현상이 발생해 아예 판매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구조다.
농가들은 “당국이 불법체류 단속을 해야 한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시기상 너무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작업 일정이 밀리며 농협 단위 작업도 차질을 빚었고, 작업 순서를 기다리던 다른 농가들도 영향을 받게 됐다.
예전엔 작업마다 한국인들 포함해서 25~30명을 고용했는데 현재는 외국인 5~6명 수준으로 줄었고, 한국인 인력은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주로 필리핀, 캄보디아 출신 외국인 인부들은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일하고 하루 인건비는 13만 원 수준이다.
농민들은 “사람 쓰는 것도 힘들고, 중개인에게 별도 부탁을 해야 겨우 몇 명씩 받을 수 있다”며 “약값, 인건비, 자잿값까지 다 오르고, 수출이 아니면 국내 소비는 한계가 있어 밭에 놔두고 트랙터로 갈아엎을 때도 있다. 지금은 농사로 먹고 살기 어렵고,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전남도와 농협 등은 해외 각 나라별로 업무협약을 맺고 계절근로자를 공급하고 있지만 8개월 동안만 머무를 수 있는데다, 매년 바뀌는 탓에 숙련된 인력을 찾는 농가와 맞지 않다는 게 농민들 설명이다.
전남의 지난 3년간 외국인 근로자 수를 보면, 특정활동(E-7) 2022년 744명, 2023년 1991명, 2024년 2722명, 계절근로(E-8) 794명→3019명→5769명, 비전문취업(E-9) 1만5835명→1만9544명→2만2070명, 선원 취업(E-10) 3477명→3762명→3907명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전염병 방역 때문에 아우성=무안·영암 지역에서는 반복되는 구제역 감염으로 소·돼지 방역 초비상 상태다. 영암의 한우 농가는 구제역 확산으로 우시장 폐쇄, 출하 지연, 방역 기준 미충족에 따른 살처분 보상 감액 등으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암에서만 한우 농장 13곳이 구제역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인접 지역인 무안군에서도 6곳이 확진됐다. 구제역 확산 여파로 전국 우시장 경매가 중단되면서 한우 유통 구조가 마비됐다. 암소는 대부분 우시장에서 거래되는데, 시장 폐쇄로 인해 약 70%에 달하는 암소 유통이 전면 중단됐다.
암소의 경우 품질 편차가 커 도축장보다는 우시장 거래에 의존도가 높은데, 거래 중단으로 사료비 증가, 출하 지연, 송아지 매매 불가 등 연쇄 피해가 나고 있다는 게 농민들 하소연이다.
송아지 생산 농가도 우시장 거래가 막혀 사룟값을 충당하지 못하고 있으며, 직거래도 감염 우려로 이뤄지지 않아 거래 자체가 멈춘 상황이다. 우시장 폐쇄 장기화로 출하 지연된 물량이 쏟아질 경우, 5월 이후 한우·송아지 가격 폭락 가능성도 제기됐다.
김동구 전국한우협회영암지부장은 “농가들은 죽을 맛”이라며 “사료는 계속 들어가고, 출하도 못 한 채 시간만 가고 있다”고 했다.
◇이상 기후 때문에 아우성=나주, 구례, 보성에서는 배·멜론·두릅 등에 냉해가 잇따라 농민들이 속앓이 중이다.
나주에서 배 농사만 50년 이상 지어온 황인춘(86)씨는 “이런 해는 처음 본다”며 “이상기온과 늦서리 피해로 수정 실패가 우려된다”고 호소했다.
황 씨는 “기온은 15도 이상은 돼야하는데 지금 암술이 얼어 수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꽃가루를 붙여도 결실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틀간 날씨가 좋았을 때 수정을 했지만, 그 이후 추위가 오면서 대부분 망쳤을 가능성이 높다”며 “지금 농사를 지어봐야 수확이 어느정도일지 장담 못 한다”고 말했다.
구례 산수유 농가도 마찬가지다. 4월에 눈이 내린 건 드문 상황이라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바로 피해를 입는 작물은 아니지만 개화 후 추위가 오면 피해가능성이 생긴다.
구례 산수유 농가를 운영하는 강승호(61)씨는 “요즘은 냉해를 막기 위해 일부 산수유밭에서도 새벽에 팬을 돌리거나 연기를 피우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예전에는 이런 대응이 필요 없었지만, 이상기후가 반복되면서 이제는 산수유 농가도 기후 대응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영암군 시종면에서 양파 1만3000평을 재배하는 허경집(71)씨는 수확 예정 시기인 6월 말까지 정상적인 생장이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봄 가뭄까지 겹쳐 관수 작업도 예년보다 증가했다. 허 씨는 “평소 한두 번 물을 줄 것을, 올봄에는 다섯 번 이상 스프링클러를 돌려 2~3시간정도 물을 줬다”며 “양파가 얼어서 들떠버리고, 언 자리 양파는 생장이 아예 멈춰서 솎아냈다. 올해 양파 농사는 시작부터 망했다”고 말했다
저온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 면적을 보면 2018년 4월 1만9795㏊, 2019년 3~4월 3904㏊, 2020년 4월 8237㏊, 2021년 4월 3209㏊, 2023년 4월 7127㏊, 2024년 2~3월 1257㏊ 인것으로 나타났다.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일손이 없어서 아우성=진도에서는 최근 법무부의 불법체류자 단속 실시로 숙련된 외국인 노동자들이 자취를 감췄다. 대파를 출하해야 하는 시기 작업이 전면 멈추면서 수확과 출하가 중단됐다. 지난 3월 초 진도군 일대에서 불법체류 외국인 단속이 시작되며, 대파 수확 작업에 큰 차질이 발생했다.
예전엔 작업마다 한국인들 포함해서 25~30명을 고용했는데 현재는 외국인 5~6명 수준으로 줄었고, 한국인 인력은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주로 필리핀, 캄보디아 출신 외국인 인부들은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일하고 하루 인건비는 13만 원 수준이다.
농민들은 “사람 쓰는 것도 힘들고, 중개인에게 별도 부탁을 해야 겨우 몇 명씩 받을 수 있다”며 “약값, 인건비, 자잿값까지 다 오르고, 수출이 아니면 국내 소비는 한계가 있어 밭에 놔두고 트랙터로 갈아엎을 때도 있다. 지금은 농사로 먹고 살기 어렵고,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전남도와 농협 등은 해외 각 나라별로 업무협약을 맺고 계절근로자를 공급하고 있지만 8개월 동안만 머무를 수 있는데다, 매년 바뀌는 탓에 숙련된 인력을 찾는 농가와 맞지 않다는 게 농민들 설명이다.
전남의 지난 3년간 외국인 근로자 수를 보면, 특정활동(E-7) 2022년 744명, 2023년 1991명, 2024년 2722명, 계절근로(E-8) 794명→3019명→5769명, 비전문취업(E-9) 1만5835명→1만9544명→2만2070명, 선원 취업(E-10) 3477명→3762명→3907명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전염병 방역 때문에 아우성=무안·영암 지역에서는 반복되는 구제역 감염으로 소·돼지 방역 초비상 상태다. 영암의 한우 농가는 구제역 확산으로 우시장 폐쇄, 출하 지연, 방역 기준 미충족에 따른 살처분 보상 감액 등으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암에서만 한우 농장 13곳이 구제역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인접 지역인 무안군에서도 6곳이 확진됐다. 구제역 확산 여파로 전국 우시장 경매가 중단되면서 한우 유통 구조가 마비됐다. 암소는 대부분 우시장에서 거래되는데, 시장 폐쇄로 인해 약 70%에 달하는 암소 유통이 전면 중단됐다.
암소의 경우 품질 편차가 커 도축장보다는 우시장 거래에 의존도가 높은데, 거래 중단으로 사료비 증가, 출하 지연, 송아지 매매 불가 등 연쇄 피해가 나고 있다는 게 농민들 하소연이다.
송아지 생산 농가도 우시장 거래가 막혀 사룟값을 충당하지 못하고 있으며, 직거래도 감염 우려로 이뤄지지 않아 거래 자체가 멈춘 상황이다. 우시장 폐쇄 장기화로 출하 지연된 물량이 쏟아질 경우, 5월 이후 한우·송아지 가격 폭락 가능성도 제기됐다.
김동구 전국한우협회영암지부장은 “농가들은 죽을 맛”이라며 “사료는 계속 들어가고, 출하도 못 한 채 시간만 가고 있다”고 했다.
◇이상 기후 때문에 아우성=나주, 구례, 보성에서는 배·멜론·두릅 등에 냉해가 잇따라 농민들이 속앓이 중이다.
나주에서 배 농사만 50년 이상 지어온 황인춘(86)씨는 “이런 해는 처음 본다”며 “이상기온과 늦서리 피해로 수정 실패가 우려된다”고 호소했다.
황 씨는 “기온은 15도 이상은 돼야하는데 지금 암술이 얼어 수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꽃가루를 붙여도 결실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틀간 날씨가 좋았을 때 수정을 했지만, 그 이후 추위가 오면서 대부분 망쳤을 가능성이 높다”며 “지금 농사를 지어봐야 수확이 어느정도일지 장담 못 한다”고 말했다.
구례 산수유 농가도 마찬가지다. 4월에 눈이 내린 건 드문 상황이라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바로 피해를 입는 작물은 아니지만 개화 후 추위가 오면 피해가능성이 생긴다.
구례 산수유 농가를 운영하는 강승호(61)씨는 “요즘은 냉해를 막기 위해 일부 산수유밭에서도 새벽에 팬을 돌리거나 연기를 피우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예전에는 이런 대응이 필요 없었지만, 이상기후가 반복되면서 이제는 산수유 농가도 기후 대응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영암군 시종면에서 양파 1만3000평을 재배하는 허경집(71)씨는 수확 예정 시기인 6월 말까지 정상적인 생장이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봄 가뭄까지 겹쳐 관수 작업도 예년보다 증가했다. 허 씨는 “평소 한두 번 물을 줄 것을, 올봄에는 다섯 번 이상 스프링클러를 돌려 2~3시간정도 물을 줬다”며 “양파가 얼어서 들떠버리고, 언 자리 양파는 생장이 아예 멈춰서 솎아냈다. 올해 양파 농사는 시작부터 망했다”고 말했다
저온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 면적을 보면 2018년 4월 1만9795㏊, 2019년 3~4월 3904㏊, 2020년 4월 8237㏊, 2021년 4월 3209㏊, 2023년 4월 7127㏊, 2024년 2~3월 1257㏊ 인것으로 나타났다.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