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의 삶과 음악 ‘100가지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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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의 삶과 음악 ‘100가지 장면’
왜 베토벤인가-노먼 레브레히트 지음 장호연 옮김
2025년 04월 03일(목) 19:25
작곡가에게는 치명적인 청력 상실 후에도 숱한 명작들을 쏟아낸 루트비히 판 베토벤(1770~1827)은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위대한 음악가다. 평론가 노먼 레브레히트는 “이전의 어떤 음악가보다도 인간의 본질을 더 깊이 파고든 베토벤은 운명에 굴하지 않았고 놀라우리만치 독립적이었으며 교회와 국가에 고개 숙이지 않았다. 그는 매일 더 잘할 수 있다고 믿었고, 비평가와 팬을 똑같이 경멸했다”고 적었다.

베토벤에 관한 책은 국내외에서 수도 없이 출간돼 이젠 식상하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노먼 레브레히트의 책이라면 다르다. 세계에서 가장 논쟁적인 클래식 평론가 중 한명인 그는 지금도 자신이 운영하는 클래식 음악 블로그(slippedisc.com)를 통해 세계 클래식 팬들의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고 있다. 그는 클래식 저작은 물론이고 영화로도 만들어진 소설 ‘이름들의 노래’로 휘트브레드 상을 수상한 소설가이기도 하다.

‘거장 신화’, ‘왜 말러인가’ 등을 펴낸 그의 신작 ‘왜 베토벤인가’는 베토벤의 삶에서 100가지 장면을 골라 역사적 사실과 그의 작품을 소개하고, 연주자들 이야기, 추천 음반까지 아우른 ‘베토벤 안내서’다.

코로나 기간 동안 늘 베토벤과 함께였던 그는 “역병을 겪으면서 베토벤이 우리를 꿰뚫어본다는 걸 한 순간도 의심한 적이 없었다”며 “베토벤이라는 사람과 그의 음악을 이해했다고 생각할 때마다 그는 나에게 새로운 충격을 던져준다. 그 다음 번에도. 또 그 다음 번에도”라고 적었다.

저자는 작품을 논할 때 형식과 가사를 분석하기보다 프로이트, 카프카, 아인슈타인에 의지해 베토벤의 음악과 사상을 다채롭게 해석한다.

100가지 장면 속에는 음악사에서 최고로 유명한 네 개의 음이 등장하는 교향곡 ‘운명’ 1악장, 피아노 소품곡 ‘엘리제를 위하여’ 등 많이 알려진 곡부터 현악 4중주를 비롯해 잘 알려지지 않은 실내악곡까지 다양한 음악이 등장한다.

이 책의 흥미로운 점 중 하나는 40년간 음악평론가로 활동하며 만난 연주자와 지휘자들에 대한 일화와 음악평이다. 쿠르트 마주어의 뉴욕필하모니와 바이올리니스트 아네 조피 무터가 만난 ‘로망스 2번’에 대해 “로망스가 아니라 수준 낮고 시시껄렁한 커피 수다”라고 거리낌이 말하는 그는 논의 할 가치가 있는 1000장의 음반을 골라 20세기부터 21세기에 걸쳐 활동한 예술가들을 소환한다. 빈필하모닉오케스트라, 카네기홀이 연주한 베토벤 곡 순위와 곡 선정과 관련된 사이먼 래틀 등 거장의 이야기를 만나는 ‘톱 오브 더 팝스’ 장면에서는 흥미로운 통계를 만난다.

클래식 서적을 여러 권 옮긴 장호연 번역가는 “베토벤과 베토벤의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함께 정치, 인종, 젠더, 미학, 예술가와 비평가의 윤리까지 저자가 건드리지 않은 게 없다”고 말한다.

<에포크·2만5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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