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종이와 검은 먹이 변함없이 함께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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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종이와 검은 먹이 변함없이 함께 간다
우석 박신근 서예가 기획 초대전, 2월27일까지 광주미술관
2025년 01월 22일(수) 19:25
‘잠삼 선생 시’
“서예는 흑과 백, 하얀 종이와 검은 먹이 변함없이 함께 간다는 데 묘미가 있다. 또한 시대가 변해도 그 안에서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은 다른 장르와 변별되는 장점이다.”

우석 박신근 서예가의 기획 초대전이 광주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오는 2월 27일까지 펼쳐지는 이번 전시에는 기존의 작품과 신작 등 모두 30여 점이 출품됐다.

작품은 박 작가가 평소 알고 있거나 메모해뒀던 고전의 명구들이다. 공자를 비롯해 장자, 맹자, 대학, 채근담 속 문장과 눈에 익숙한 성경구절도 있다. 이번 전시는 박 서예가에게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올해 6월이면 붓을 잡은 지 만 50년이 되기 때문이다.

그는 “처음에는 취미나 여가로 했었는데 꾸준히 하다 보니 붓을 놓지 못하고 여기까지 왔다”며 “글씨를 써오는 동안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고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후학들을 지도하고 있는데 올해로 37년째 이어오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대학’의 전문을 쓴 것이다. 그에 따르면 ‘대학’은 인간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삶에 대한 자세 등을 담고 있다.

글귀 중에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도 있다. 생활의 자세, 몸가짐 등에 대한 지침들로 시대가 다를지언정 오늘의 시대에도 귀담아 들을 내용이다.

작품들은 5체, 즉 전서, 예서, 해서, 행서, 초서 등 다채롭다. 더러 두 개 서체 등을 혼합해 쓴 것도 있다. 박 서예가는 “전서와 예서를 가미한 글씨도 있고 전서와 행서를 함께 쓴 작품도 있다”며 “각각의 작품성을 고려해 그 같은 방식을 택했다”고 언급했다.

전시장을 둘러보다 잠삼선생의 시와 마주한다. “봄바람이 부드럽고 햇살 따뜻한 봄빛이 넘실거리니 나비와 벌은 노닐다 어지러이 방으로 들어오네. 문 앞 버드나무 몇 줄기 옷걸이 아래로 늘어지고 한 조각 산 꽃잎 책상에 떨어지네.”

작품을 보며 지금의 어지러운 시국이 하루속히 마무리되고 ‘봄’이 찾아왔으면 하는 마음 간절해진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나면 봄이 오는 것은 인지상정일진데, 올해 봄은 더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주자의 ‘무이구곡’(武夷九曲)이라는 시를 쓴 작품도 있다. 굽이굽이 협곡을 따라서 내려오며 9곡에 대해 쓴 시다. 읽는 것만으로도 정취를 느낄 수 있다.

한편 박 서예가는 (사)국제서법예술연합한국본부 호남지회장을 맡고 있으며 다수의 국제 교류전 및 단체전에 참가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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