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광주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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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광주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시
2025년 01월 02일(목) 18:30
/클립아트코리아
생각하는 나무

이 문 희



나는 몽상가답게 낙천적이죠

구름모자를 즐겨 써요

서서 먹고 서서 자는 동안에도 반짝반짝 사색을 즐기죠

이파리가 많다는 건 생각이 많다는 증거랍니다

그래서 외롭지도 외로운 줄도 모르죠

빽빽한 생각에 몰두하다 보면 궁금한 게 참 많아요

덩굴장미는 용암의 뿌리에서 분출한 식물성 화산일까

바다가 파도 창고라면 하늘은 구름 공장일까

누가 저 많은 구름들을 져 날랐을까

매미에게는 몇 마력 울음의 엔진이 장착된 걸까

또 이런 생각도 해요

하늘에 갇힌 별들은 자유로울까

물고기는 어디를 날아가려 지느러미를 가진 걸까

무지개는 하늘 놀이터의 미끄럼틀일까 아니면 하늘 바깥으로 나가는 통로일까

나는 새들에게 의자를 내어주는 게 취미라면 취미

노래를 하고 싶거나

한바탕 춤을 추고 싶을 땐 바람 몰이꾼이 되어요

매일매일 석양을 바라보며

서쪽이라는 당신에게 시를 지어 주죠

누구나 나의 친구가 될 수 있지만

길거리에서 배낭 메고 여행 중인 달팽이를 만났다고 해서

버스정류장에 데려다주겠다는 생각은 꺼주세요

오늘도 생각의 평수를 넓혀가는 나는 자유인이니까요

낮달에게 안개에게 늘 새로운 말을 걸어요

걷느라 생각에 물든 당신이라면

그늘에 잠깐 쉬어 가셔도 됩니다

나는 생각의 씨앗을 다 모아 땅에 뿌리려고 해요

파랗게 돋아나는 생각들을 환호하며 매만지게 될 거예요

나는 파란 마을 파란 집에 살아요
[2025 광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소감 이문희 당선자
[2025 광주일보 신춘문예] 시 심사평 장석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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