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담한 듯 깊이가 느껴지는 수묵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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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한 듯 깊이가 느껴지는 수묵의 세계
최진우 전, 30일까지 오월미술관
2024년 09월 26일(목) 19:10
‘달빛 대숲을 물들이다’
“먹은 한지와 물과 만나면서 의도하지 않은 현상을 만들어 낸다. 우연의 연속인 우리의 삶과 너무도 닮았다.”

최진우 작가의 말이다. 그의 말은 수묵화의 본질적인 특질을 드러낸다. 먹과 한지, 물의 조합이 펼쳐내는 양상은 우리 삶의 본질적인 부분과 유사하다. 각각 고유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타자를 수용해 새로운 것으로 전이되기 때문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먹과 한지, 물이 서로의 경계를 허물고 만들어낸 담담하면서도 깊이가 느껴지는 수묵의 세계와 만난다. 오월미술관에서 오는 30일까지 진행되는 최진우 작가의 ‘무등에 물들다’전. 네 번째 개인전에는 모두 30여 점의 작품들이 출품됐다.

어머니 품처럼 느껴지는 무등산을 모티브로 한 그림, 남도의 풍경을 형상화한 작품 등은 친근하면서도 아련한 감성을 환기한다.

화폭 위로 빗줄기가 긋는 모습을 구현한 ‘비 내리는 새인봉’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자주 새인봉을 올랐던 이들은 비에 젖은 흐린날의 새인봉이 전하는 무언의 말을 들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하늘을 향해 직립한 나무들이 빗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의연히 선 모습은 광주의 기상과 정신을 은유하는 듯하다.

‘무등에 물들다’에선 시난고난한 삶을 살아낸 우리네 아버지, 어머니의 주름살이 보인다. 그러나 험하지 않고 투박하다. 깊은 골, 작은 골이 이루어낸 산줄기마다 강인한 삶의 의지와 모든 허물을 껴안는 온후한 인정을 느끼게 한다.

‘김대중 대통령-回顧’
‘김대중 대통령-回顧’는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여정이 함축돼 있다. 80년 광주 5·18 당시 신군부에 의해 사형언도를 받은 일부터 수감 생활, 이후 광주를 찾아 희생자 유가족을 만나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모습 등 인생 역정이 고스란히 투영돼 있다.

최 작가는 “어머니와 같은 무등산, 무등의 장엄한 모습을 어떻게 담아낼까? 수 없는 실패를 통해 마침내 그 형상을 찾아본다”며 “‘무등에 물들다’를 통해 저마다 간직한 무등에 대한 단상이나 사유를 느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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