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정 이돈흥 서예 정신 오롯이…가르침을 새기다
학정 제자들 모임 ‘학정연우서회’
70여 명 작품 80여 점 전시
25일까지 시립미술관 금남로분관
학정 작품 ‘화광동진’도 첫 공개
70여 명 작품 80여 점 전시
25일까지 시립미술관 금남로분관
학정 작품 ‘화광동진’도 첫 공개
![]() 학정 이돈흥 제자들로 이루어진 학정연우서회 제48회 전시가 시립미술관 금남로분관에서 25일까지 진행중이다. |
담양 출신의 학정(鶴亭) 이돈흥(1947~2020)은 원교 이광사, 추사 김정희, 송곡 안규동으로 이어지는 호남 서예계를 대표하는 서예가였다. 또한 21세기 한국 서예 10대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힐 만큼 서예계에 의미있는 족적을 남겼다.
그는 선인들의 필법을 토대로 독창적인 서체 ‘학정체’(鶴亭體)를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처음 서실을 마련했을 당시 벽면에 ‘貴能古不乖時’(귀능고불괴시)라고 써서 붙였다 한다. ‘귀한 것은 옛사람을 배우고 이으며 기품에 어긋나지 않는다’라는 뜻으로 서예 정신에 부합하는 부분이다.
학정연우서회는 학정의 가르침을 받았던 제자들의 모임이다. 지난 1975년 호남동 성당 내에 처음 문을 열었다. 이후 얼마 후 학정서예연구원 연우회가 발족했으며 1977년 첫 회원전을 개최한 이후 매년 전시회를 열어왔다.
학정의 제자들의 모임인 학정연우서회가 제48회 전시를 시립미술관 금남로분관에서 열고 있다. 오는 25일까지 진행되는 전시는 70여 명의 작품 80여 점이 출품됐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선 지금까지 일반에게 공개된 적이 없는 학정의 유고 작품도 전시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김성덕 학정연우서회장은 “학정 선생님께서는 평생을 서예 임서(臨書)와 창신(創新)에만 뜻을 두시었으며 법고(法古)를 벗어나 자유자재의 경지를 이룬 스승”이라며 “전시를 계기로 서예를 사랑하고 제자를 아꼈던 선생님의 마음을 오롯이 가슴에 새겨 발전시켜 나갔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번에 첫 공개되는 학정의 작품은 ‘화광동진’(和光同塵)이라는 글씨다. ‘화광(和光)은 빛을 늦추는 일이고 동진(同塵)은 속세의 티끌에 같이 한다는 뜻’이다. 지나치게 자신의 지혜를 자랑하지 않고 그 지혜를 부드럽게 해서 속세의 티끌에 동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이 최고이며 자신의 주의와 주장이 최고라는 목소리를 높이는 세태에서 ‘화광동진’의 의미는 각별하게 다가온다.
임춘식 이사장의 ‘애’(愛)는 성경의 요한 3서 1장 2절의 말씀을 풀어 쓴 것이다. 영혼이 잘 돼야 형통과 강건함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즉 “사랑하는 자여 네 영혼이 잘 됨같이 네가 범사에 잘 되고 강건하기를 내가 간구하노라”는 문구는 비단 기독교인에게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강영화 서예가의 채근담의 한대목도 누구나 한번쯤 새겨봤음직한 내용이다. “총애와 이익을 얻는데는 남보다 앞서지 말고 덕을 닦는 일은 남보다 뒤떨어지지 말라. 남으로부터 받는 일에는 분수를 넘지 말고 수양하여 실천하는 일은 분수 이하로 줄이지 말라”는 글귀의 의미는 간단하면서도 명료한 처세의 일면을 보여준다.
안중근 의사의 옥중 시를 쓴 글씨도 있다. 학정의 부인 홍순자 서예가의 ‘安重根 義士 獄中 詩’는 독립운동에 헌신했던 안중근 의사의 정신과 호연지기의 사상을 엿볼 수 있다. ‘龍虎之雄勢(용호지웅세-용과 호랑이의 웅장한 형세가) 豈作蚓猫之態(기작인묘지태-어찌 지렁이와 고양이 따위의 자태를 일삼으랴)’는 안중근 의사의 기개와 독립에 대한 열망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밖에 김성덕 서예가의 ‘南冥 曺植 詩 2 首’, 정병갑 서예가의 덕을 높이고 업을 넓히는 의미의 ‘崇德廣業’(숭덕광업) 등도 되새겨봄직한 문구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그는 선인들의 필법을 토대로 독창적인 서체 ‘학정체’(鶴亭體)를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처음 서실을 마련했을 당시 벽면에 ‘貴能古不乖時’(귀능고불괴시)라고 써서 붙였다 한다. ‘귀한 것은 옛사람을 배우고 이으며 기품에 어긋나지 않는다’라는 뜻으로 서예 정신에 부합하는 부분이다.
![]() 故 이돈흥 작
‘화광동진’ |
김성덕 학정연우서회장은 “학정 선생님께서는 평생을 서예 임서(臨書)와 창신(創新)에만 뜻을 두시었으며 법고(法古)를 벗어나 자유자재의 경지를 이룬 스승”이라며 “전시를 계기로 서예를 사랑하고 제자를 아꼈던 선생님의 마음을 오롯이 가슴에 새겨 발전시켜 나갔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번에 첫 공개되는 학정의 작품은 ‘화광동진’(和光同塵)이라는 글씨다. ‘화광(和光)은 빛을 늦추는 일이고 동진(同塵)은 속세의 티끌에 같이 한다는 뜻’이다. 지나치게 자신의 지혜를 자랑하지 않고 그 지혜를 부드럽게 해서 속세의 티끌에 동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이 최고이며 자신의 주의와 주장이 최고라는 목소리를 높이는 세태에서 ‘화광동진’의 의미는 각별하게 다가온다.
![]() 김성덕 작
‘南冥 曺植 詩 2 首’ |
강영화 서예가의 채근담의 한대목도 누구나 한번쯤 새겨봤음직한 내용이다. “총애와 이익을 얻는데는 남보다 앞서지 말고 덕을 닦는 일은 남보다 뒤떨어지지 말라. 남으로부터 받는 일에는 분수를 넘지 말고 수양하여 실천하는 일은 분수 이하로 줄이지 말라”는 글귀의 의미는 간단하면서도 명료한 처세의 일면을 보여준다.
안중근 의사의 옥중 시를 쓴 글씨도 있다. 학정의 부인 홍순자 서예가의 ‘安重根 義士 獄中 詩’는 독립운동에 헌신했던 안중근 의사의 정신과 호연지기의 사상을 엿볼 수 있다. ‘龍虎之雄勢(용호지웅세-용과 호랑이의 웅장한 형세가) 豈作蚓猫之態(기작인묘지태-어찌 지렁이와 고양이 따위의 자태를 일삼으랴)’는 안중근 의사의 기개와 독립에 대한 열망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밖에 김성덕 서예가의 ‘南冥 曺植 詩 2 首’, 정병갑 서예가의 덕을 높이고 업을 넓히는 의미의 ‘崇德廣業’(숭덕광업) 등도 되새겨봄직한 문구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