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는 중요하지 않다 - 김유주 광주대 문예창작과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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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는 중요하지 않다 - 김유주 광주대 문예창작과 3년
2024년 08월 26일(월) 22:00
인간은 AI를 이길 수 없다는 논지의 농담을 들은 적 있다. 기계에 탑재된 AI는 학습한 대로 행동할 뿐인데, 사람은 로봇 강아지에게서 귀여움을 느끼고 영화 속 폐기 처분되는 로봇을 보면서 슬픔과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이런 종류의 이야기들은 AI에게 없는, 인간 고유의 것들을 강조하기 위한 맥락에서 나온다. 감정이나 감수성, 창의력, 상상력과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런데 AI에게 정말 그것들이 없다고 볼 수 있을까. 오늘날의 AI는 감정을 표현한다. 인간의 영역이라 여겨 왔던 예술 분야에서 활약한 지는 벌써 수 년이 지났다. AI 공모전도 만들어지고, AI를 보조로 활용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물론 AI가 감정이나 예술의 영역을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하고 패턴화해, 적절하고 걸맞는 결과를 내놓을 뿐이다. 그러나 보조 역할을 충실히 하는 AI의 결과물은 예술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온전히 스스로 창작의 과정을 거친 AI의 결과물은 예술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인정해야 한다는 이들은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예술의 정의 및 범위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사진이 발명된 후 오랜 논의를 거쳐 사진·영상이 예술 작품으로 인정받게 된 것을 근거로 삼는다. AI 작품을 예술로 인정하지 않는 이들은 창작의 주체를 논한다. 사진이나 AI 같은 기술은 도구일 뿐, 창작하는 주체는 인간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술’의 본질적인 의미를 생각해보자. 사람들은 예술이 창작자의 내면적 갈등, 성찰, 고뇌 등에서 탄생하며, 동시에 그 예술을 통해 독자가 미학적인 감상이나 문제적인 메시지 등을 전달받아야 한다고 여겨 왔다. 전부 틀린 말은 아니다. 이는 오랫동안 정론으로 받아들여져 오고, 지금까지도 우리의 상식으로 굳건히 자리 잡고 있는 개념이다. 즉, 창작자는 예술의 주체로, 그를 향유할 수 있던 특정 계층의 독자는 객체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대량의 복제품 생산이 가능해지며 아우라가 상실되고 누구나 창작자가 될 수 있게 되자, 독자들은 대중으로 확산되어 작품을 비판적으로, 어쩌면 비난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독자가 주체로 올라선 지금, 예술 분야에 대한 시선은 무척 회의적이다. 본질이 흐려지고 있는 건지, 변화하고 있는 건지조차 명확하지 않는 예술 영역은 독자의 부재를 맞이하고 있다.

주체는 예술을 통해 자신을, 인간의 존재를 인식한다. 주체는 창작자뿐만 아니라 독자까지 아우르는 말로, 예술이 예술로서 가치를 지니게 되는 시점은 창작자와 독자가 예술을 통해 소통 및 상호작용할 때라고 할 수 있다. AI 예술 및 예술가에 관한 논의는 중요한 쟁점이지만, 예술의 핵심을 꿰뚫고 있지는 않다고 생각된다. 즉 현재 예술에 있어 필요한 건, 주체로서의 독자를 다시 예술로 불러들이는 것이다.

창작품들은 이 순간에도 수없이 쏟아지는 중이다. 그중 어느 것이 AI를 활용했는지, 아닌지를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예술을 감상한 독자가 그로부터 어떠한 느낌을 전달받는다는 감각만큼은 분명하다. 우리는 인간에게서 나온 작품에 모두 감동받지도 않고, AI가 만든 작품에 모두 감흥 없어 하지도 않는다. 예술을 향유하는 주체가 인간이라는 것만으로도 그 작품이 ‘예술’이라고 정의내릴 수 없는 것일까.

독자보다 창작자가 많은 시대가 도래했다. 창작자와 독자는 각 개인이 주체로서 존재하고, 인정받고, 인식된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지만, 그를 체감하는 사람은 드물다. 벤야민이 예술의 평등성을 주장한 지 근 100년인데 아직도 대중은 예술을 어려워한다. 이해할 수 없는 세계에서 독자는 빠져나가고, 창작자들만이 예술가이자 독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시간이 흐른 후에는 과거 예술가-독자(주체-객체)의 관계가 전복될지도 모른다고, 재미 삼아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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