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은 중독성 있는 친구이자 연인…무한한 창작세계로 몰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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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중독성 있는 친구이자 연인…무한한 창작세계로 몰입”
김25작가, 9~10월 ‘키아프·서울 금산갤러리·광주아트페어’ 참여
화려한 색채·질풍노도 파도 겹쳐진 ‘화폭의 바다’ 예술 열정 보여줘
2024년 08월 26일(월) 20:00
김25 작가
김25(본명 김유미) 작가는 ‘바다를 닮은’ 예술가다. 얼핏 팔색조의 바다 이미지가 느껴진다.

평소 우리가 보는 자연으로서의 바다는 더없이 평온하다. 많은 것을 포용하며 생명성을 견지한다. 그러나 폭풍이 일 때 바다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격노하는 바다는 두려움과 경외감을 갖게 한다.

바다가 지닌 다채로운 이미지와 서사를 작품에 투영해온 김25 작가. 어쩌면 그의 내면에도 상반되는 바다의 모습들이 출렁이고 있는지 모른다. 화려한 색채와 질풍노도의 파도가 겹쳐진 ‘화폭의 바다’는 일견 예술에 대한 열정의 깊이와 넓이를 보여주는 것 같다.

작가는 한동안 “신비의 실체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물결의 움직임과 상응시키고 시어로 새기는 작업”에 빠져 있었다.

김 작가는 올 가을 여느 때보다 분주하다. 현대미술의 다양성과 동시대성 등을 엿볼 수 있는 3개의 전시에 참가한다. 한국국제아트페어인 키아프(KIAF·9월 4일~8일)를 비롯해 서울 금산갤러리 개인전(10월 4일~25일), 광주아트페어(10월 10일~13일)가 그것.

그는 “KIAF는 여러 해 동안 금산갤러리 소속 작가로 참가했었다”며 “이번에는 ‘마스터 피스존’으로 편입돼 레전드 작가 선생님들 작품과 나란히 전시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마스터 피스존’은 화랑들이 정한 존으로 유명한 레전드 작가들 작품을 거는 공간”이라며 “이우환, 박서보 작가 등의 작품이 걸릴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 부족하지만 제 작품도 그 존에 걸린다는 것은 큰 영광”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금산 갤러리는 작가가 소속된 화랑이다. 해마다 한 번씩 전시를 하는데 올해는 10월 초·중순에 관객들을 맞는다.

광주 아트페어는 오랜만에 화랑 작가 (금산갤러리)로 참여할 예정이다. 그동안 광주에서 여러 번 전시를 했지만, 올해는 아트페어를 매개로 관객들을 만나는데, 금산 부스 개인전과 더불어 컬렉터 소장품 부스에도 작품이 걸린다.

‘노아의 방주’ <김25 작가 제공>
3개 전시에는 올봄 뉴욕 전 이후 작업한 60여 점 작품들을 선보인다. ‘조우하다’ 시리즈 이후 작업해 온 ‘노아의 방주’ 편과 신작 ‘Cast a Spell’(주문을 외우다) 시리즈 일부다. 작가는 이들 작품을 세 군데 공간에 배분해 관객들에게 보여준다는 계획이다.

관람객들이 ‘바다’를 모티브로 하는 작품에서 어떤 매력을 느낄까라고 물었더니 “바다는 생성과 소멸의 장이고 우리가 거기에서 고향을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답이 돌아왔다. 한편으로 “흐르는 찰나의 감성에 서정과 서사를 덧입히는 특유의 분위기” 때문일 것도 같다고 했다.

‘노인과 바다’ <김25 작가 제공>
김 작가는 6~7년 가까이 바다를 그리고 있다. 바다에 몰두하는 것은 언급한 대로 내면에 변화무쌍한 생명의 바다가 출렁이고 있기 때문일 터다.

“파도가 된 시, 그림이 된 텍스트는 파도라는 객관적인 현실 세계에 나의 주관적 감정, 내적인 정서를 서정적으로 묘사하는 것이었어요. 글씨는 좋아하는 문학작품의 텍스트들인데 ‘모비딕’, ‘어린 왕자’, ‘노인과 바다’, 랭보나 메리 올리버의 시가 그것들이죠. 이전의 바다가 서정과 영속성, 소통이나 포용의 공간이었다면 최근 ‘방주’ 시리즈는 서정에서 시각적 내러티브(서사)로 변환되는 과정에 있습니다.”

바다와 관련된 작품들은 다분히 철학적이다. 깊은 사유는 문학이라는 경계를 넘어 신화로 확장된다. 인류의 생성과 소멸이라는 차원 높은 고민을 넘어 구원이라는 궁극적인 주제로까지 이어진다.

“북극의 얼음이 녹으며 파생되는 바람과 높은 파도”는 종래에 엄청난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연장선에서 ‘노아의 방주’ 시리즈를 해왔으며, 이후 구원 문제는 작품에서 어떤 형태로 구현될 지 자못 주목된다.

김 작가는 작품을 구상할 때 “스스로 미친 듯이 몰입해” 사고의 확장을 시도한다. 무한한 세계는 몰입의 깊이와 확장이라는 넓이를 토대로 다가갈 수 있다. 그것은 더러 고통과 많은 에너지가 수반되는 과정이지만 창작의 희열로 귀결된다.

“저에게 그림은 중독성 있는 친구이자 연인이죠. 어떨 때는 말 잘 듣는 남사친이기도 했다가 속 썩이는 연인 같기도 하고요. 뭐랄까, 달콤하기도 하면서 그렇게 밀당하는 사이랄까요.”

구상 중인 작품을 물었더니 “이전에도 시리즈가 끝나면 그것을 자르고 합치는 작업을 선보였다”며 “그 맥락을 이어 바다 시리즈에서도 이미지 편집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했다.

당분간은 바다와 지구, 종말, 구원 등 거대 담론을 매개로 한 연속적인 서사가 펼쳐질 것 같다. 그는 여전히 바다에 잠기어 있다.

한편 김 작가는 홍익대 서양화과와 동 대학원 석사를 졸업했으며 아트 마이애미 두바이 아트페어 등 다양한 전시에 참여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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