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무르다-집, 사람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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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무르다-집, 사람 기억’
노여운 개인전, 9월 14일까지 소암미술관
2024년 08월 25일(일) 19:55
‘머무르다’
한국인에게 집의 의미는 각별하다. 집은 단순한 생계유지의 공간이 아니라 한 인간과 한 가족의 삶이 응결된 공간이다.

집에는 다양한 의미와 이미지가 깃들기 마련이다. 어떤 이에게는 따스한 추억을 환기하기도 하지만 어떤 이에게는 고통과 쓸쓸함의 기억을 떠오르게 하기도 한다. 저마다 처한 상황에 따라 집을 바라보는 시각은 달라진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집은 따스함과 안락함을 선사한다. 어머니의 품 같은 원초적인 감성과 아련함은 집이 지니는 미덕이다. 특히 오래된 골목길과 오래된 집은 아련한 정서와 함께 잊고 있었던 지난날들을 생각나게 한다.

노여운 작가의 그림 속 집은 잔잔한 미소를 짓게 한다. 도심의 어느 골목을 돌아들어서면 어디에서든 마주할 법한 그런 집의 풍경이다. 화면 속 집은 작가의 물리적인 나이가 들어가는 것과 맞물려 함께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담고 있다. 특히 한국화와 서양화 경계를 넘나드는 한국적인 아취와 양화의 풍취는 작가만의 방식으로 손색이 없다.

‘기억하다’
노 작가의 ‘머무르다-집, 사람 기억’전(9월 14일까지)이 소암미술관에서 전시 중이다.

이번 전시는 자신만의 시각으로 ‘집’을 구현한 작가의 심미안을 엿볼 수 있는 자리다. 집이 내재하고 있는 온기는 물론 거주했던 이들의 다양한 서사를 짐작하게 한다.

‘머무르다’는 변하지 않는, 움직이지 않는 풍경을 초점화했다. 그림에 표현된 집을 보노라면 잠시 머무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대부분 도심의 구옥들이 헐리고 아파트가 들어서는 상황에 여전히 골목을 지키고 있는 옛집들은 애잔하면서도 쓸쓸한 정취를 발한다. 그것은 부정적인 분위기가 아닌 오늘의 우리를 있게 했던 집에 대한 애정 깊은 단상일 것이다.

노 작가는 해남에서 태어나 어린시절 영암에서 잠시 머물렀다. 그러다 광주 학동 팔거리 골목과 백화마을을 무대로 초등학교를 다녔다. 전남대 미대 재학 중 학동을 지나다 재개발로 변화되는 모습을 보고 ‘골목길’을 기록하기로 마음먹고 후일 ‘골목길’ 시리즈를 본격화했다.

한편 양동호 관장은 “이번 노 작가의 작품전은 도시화 이전의 골목이 간직한 집의 온기를 담아낸 것으로 보인다”며 “대부분 아파트에 거주하는 시대이지만, 이번 작품전을 통해 옛집이 주는 따스함과 그리운 정서를 떠올렸으면 한다”고 전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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