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예향] 달리다 멈추면… 그곳이 나만의 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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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예향] 달리다 멈추면… 그곳이 나만의 별장
‘촌(村)캉스’ 캠핑하는 사람들
도심에서 멀어져 푸르른 대자연 속 힐링
차박, 차 한대 있으면 어디든 가는 자유로움
텐트 설치하는 번거로움도 줄여 ‘장점’
별 바라보며 와인 한잔…대자연 속 식사 ‘꿀맛’
2024년 07월 31일(수) 09:30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가슴 속이 뻥 뚫린다는 초보 차박러 최다형씨.
개그우먼 김숙은 연예계 대표 캠핑러 중 한 사람이다. 집안에 캠핑용품을 보관해두는 캠핑방이 따로 있을 정도로 프로 캠핑러로 통한다. 본인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한 캠핑 장박지에는 침대와 소파, 조명까지 없는 게 없을 정도로 개인 별장을 방불케 한다.

‘캠핑’은 도시에서 떨어져 자연과 함께 즐거움과 힐링을 경험할 수 있는 활동이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캠핑에 대한 로망을 꿈꾸는 이들이 늘어가고 온라인상에는 감성캠핑 템들을 소개하는 게시글이 넘쳐나기도 한다. 과연 캠핑의 매력은 무엇일까. “캠프파이어를 피우면서 가족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소중했다. 단단해진 가족의 유대를 느꼈다”, “자연 속에서의 시간은 마음의 평화를 되찾게 해주었다. 자연과 함께 소중한 경험이었다”,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지쳐있던 몸과 마음이 한결 나아졌다”, “나 자신을 새로 발견하는 소중하는 시간이었다”… 캠핑 예찬론자들의 목소리는 한결 같다. 자연을 통해 자신을 되찾고 힐링할 수 있었다는 내용들이다.

◇‘차박’의 매력에 빠진 초보 캠핑러 최다형씨= “저는 바다를 참 좋아해요. 휴가철이나 주말이면 바다가 있는 곳으로 여행을 가고 싶은데 사실 펜션은 비용 부담이 크잖아요. 특히나 여름 성수기에는 가격이 훨씬 비싸지기도 하구요. 그래서 시작한 게 ‘차박’이었어요. 오션뷰 캠핑장은 성수기에도 5만~6만원이면 충분히 이용할 수 있거든요.”

직장인 최다형씨(30)씨는 올해로 2년차 캠핑족이다. ‘캠핑족’은 캠핑을 즐기는 사람을 뜻하는 말로, ‘캠핑러’라고 부르기도 한다.

다형씨는 그중에서도 차박을 즐긴다. 차박(車泊)은 자동차+숙박의 합성어로, 여행 할 때 자동차에서 잠을 자고 머무르는 것을 뜻한다.

텐트를 설치해서 잠을 자는 일반적인 캠핑과 달리 차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캠핑의 한 형태로, 주로 SUV(스포츠유틸리티차) 차량이 많이 이용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다른 사람들과 접촉을 최소화하는 ‘언택트’ 바람이 불면서 차박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다형씨가 차박을 시작한 건 지난해 여름부터다. 타고 다니던 차를 SUV로 바꾼 게 계기가 됐다. 다형씨는 친구와 함께 가볍게 ‘차크닉’(자동차+피크닉)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당일치기로 가볍게 소풍가는 마음으로 차에서 피크닉을 즐겨보기로 했다.

“주말을 이용해 몇차례 샌드위치와 커피를 사들고 가까운 공터를 찾아가 차크닉을 다녀왔어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즐거웠고 점점 차박에 대한 도전을 해볼 수 있겠다는 용기가 생겨나기 시작했지요.”

차에서 먹고 자고 한다지만 차박도 일종의 캠핑이다 보니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장비들이 필요했다. SNS 등을 통해 캠핑 글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야외에서 고기를 구워먹거나 차박을 할 수 있는 장비들을 하나 둘 씩 구입해 나갔다.

기본적으로 차에서 편히 누워 잘 수 있는 캠핑용 매트리스를 가장 먼저 구입했고 이후 테이블과 의자, 버너를 포함한 주방 용품 몇가지를 구입했다. 여기에 그늘막 역할을 해주는 차량용 어닝이 추가됐다.

“제가 가지고 있는 장비들은 기본 중에 기본일 뿐이에요. 자주 다니는 분들은 여름철 캠핑용 에어컨까지 가지고 다닌다고 하니 준비하면 할수록 끝이 없는게 캠핑장비에 대한 욕심일 것 같아요.”

다형씨가 차박을 하는 곳은 노지가 아닌 캠핑장이다. 시작한 지 1년 된 초보이기도 한데다 장비가 많지 않기 때문에 전기를 쓸 수 있고 냉장고나 개수대도 갖춰진 캠핑장을 찾아다닌다. 관리가 잘 되어 있어 전반적으로 깨끗하고 안전하다는 장점도 있다.

차박은 여행지에서의 쉼이 보장된다. 텐트 설치하는 시간이 절약되기 때문이다. 트렁크에 있는 잠을 모두 꺼낸 다음 뒷자석을 접어 매트를 깔고 어닝을 설치하기까지 30분이면 족하다. 최대한 그늘쪽으로 짐을 배치해 둔 다음 해변을 거닐며 산책을 즐기는 게 다형씨가 차박을 하는 가장 큰 낙이기도 하다. 식사 시간에 맞춰 바다를 바라보며 고기를 구워 먹거나 라면을 끓여먹는 것만으로도 한 주의 피로가 싹 사라지는 기분이다. 바다를 누구보다 좋아하는 다형씨가 찾아가는 캠핑장은 장흥이나 고흥 등 전남·북에 위치한 오션뷰 캠핑장이다. 동행자는 차박의 한계 때문에 본인을 포함해 2명으로 제한한다. 오붓하기도 하고 충분한 쉼을 누릴 수 있어서 일반적인 캠핑보다 차박이 더 좋다는게 다형씨의 생각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캠핑은 지난 가을에 다녀온 장흥으로의 여행이었다. 차크닉만 다니다가 첫 차박을 한 날이었는데 11월임에도 불구하고 한파주의보가 발령된 날이었다.

“차에서 잔다는 생각에 전기매트 하나 달랑 들고 갔는데 하필 비까지 내렸어요. 우산으로 비를 가리고 휴대전화 라이트를 켜가며 고기를 구워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새벽 2~3시에는 전기매트를 켜고 자도 한기가 느껴졌어요. 고생한 만큼 잊지 못할 추억이기도 해요.”

캠핑지에서의 고생은 배움이기도 하다. 계절에 따라 장비도 철저하게 준비해야 함을 몸소 체험했기 때문이다. 여름에는 해질녘부터 불빛을 보고 벌레들이 찾아오기 때문에 벌레 퇴치기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고, 겨울에는 전기 매트 외에도 보온 효과를 더할 수 있는 난방용품을 갖추는 게 좋다는 걸 깨달았다.

“직장인이기에 멀리 떠나는 여행보다는 가까운 곳으로 가서 잠시 동안의 여유를 즐기는 목적으로 캠핑을 떠나고 있어요. 기회가 된다면 경주의 관성솔밭해변으로 차박을 떠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초보 캠핑러이지만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준비해가며 오래도록 여유로운 캠핑을 즐기고 싶어요.”

◇초보 차박러를 위한 여행준비 팁=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캠핑을 준비하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 다녀본 사람들이라면 어려움이 없지만 초보 캠핑러들은 무엇부터 준비해야 하나 막막할 수밖에 없다.

가장 중요한 건 잠을 잘 때 필요한 침구류다. 차박은 뒷좌석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차량을 이용하는데, 공간을 만든 뒤 매트 등으로 굴곡을 줄여 바닥을 평평하게 해주는 게 좋다. 차박 전용으로 쓰이는 자충 매트를 구입하거나 고가의 매트가 부담스럽다면 돗자리나 담요를 이용하면 된다. 여기에 계절에 맞게 덮는 이불도 준비해야 한다.

잠을 자는 것 다음으로 중요한 건 식사다. 차박 역시 캠핑이기 때문에 캠핑용 버너를 준비해 식사 준비에 이용하도록 한다. 차를 마시거나 음식을 먹을 때 유용한 미니 테이블과 간이 의자도 갖추면 좋다.

전기 사용이 가능한 캠핑장이 아닌 곳에서는 파워 뱅크와 인버터를 준비하는 것도 필요하다. 여름철 선풍기나 겨울철 전기 매트를 사용하기 위해서다.

차박 장소를 고르는 것도 중요한 과정이다. 차를 세울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능하지만 주정차 금지 지역이나 사유지, 국립공원, 해안 방파제 등은 불가하다. 바다나 강, 계곡 근처에 주차를 하더라도 경사가 심하거나 자연재해의 위험이 있는 장소는 피해야 한다. 초보 캠퍼라면 오토캠핑장을 추천한다.

기본적인 캠핑 에티켓을 숙지하고 떠나는 센스도 필요하다. 캠핑은 나의 휴식이 중요한 만큼 다른 사람의 휴식도 중요하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큰 소리로 이야기를 하거나 음악을 크게 틀어놓는 행위도 조심하는게 좋다. 캠핑장이라면 옆 사이트를 침범하지 않도록 하고 불멍을 위해 모닥불을 피운다면 바닥이 아닌 화로대를 이용해야 한다. 머물렀던 자리를 깨끗하게 치우고 가는 건 기본이다.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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