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안 작가 “통일 독일에 비춘 남북 분단 바라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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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안 작가 “통일 독일에 비춘 남북 분단 바라봤죠”
장편소설 ‘새벽의 그림자’ 발간
통일·분단·이주문제 소설로 형상화
“소설은 영양분이 필요한 나무
삶 불태울 수 있는 아름다운 일“
2024년 07월 24일(수) 19:30
최유안 소설가
“수십 년 전 통일을 이룬 독일의 사회는 어떤 모습으로 변화해 왔을까? 지금의 시대에 이념이라는 건 도대체 뭘까? 우리는 분단한 채로 이렇게 계속 살게 될까? 목숨을 걸고 탈북한 사람들이 한국에서 다시 죽어가고 있다면 우리는 그들을 그대로 두어야 할까?”

최유안 작가(전남대 독일언어문학과 교수)는 분단과 통일 문제에 관심이 많다. 이삼십대 독일 유학,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원으로 근무했던 경험은 자연스레 통일, 이주민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최근 최 작가가 장편소설 ‘새벽의 그림자’(은행나무)를 펴냈다. 지난 2022년 전남대에 부임한 그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를 하는 틈틈이 미뤄뒀던 ‘과제’를 완료했다.

전남대 독일어과를 졸업하고 독일로 유학을 떠나 예나대학을 졸업한 그는 서울대 국제대학원을 졸업했다. 연세대에서 유럽지역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이후 KDI에서 글로벌 거버넌스, 유럽 지역을 연구했다.

이력만으로도 그는 어느 것 하나 남부러울 것 없는 성취를 이룬 셈이다. ‘지방’ 출신 대학생이 이룩한 결실은 저간에 피눈물 나는 노력이 있었음을 짐작케 한다. 언급한 대로 최 교수는 통일과 분단, 이주 문제를 연구하는 것은 물론 이를 소설로 형상화하는 데 관심이 많다.

“우리나라 분단은 아직도 진행 중이기에, 그것이 남긴 상흔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은 분단국가잖아요. 체제와 정치 때문에 여전히 찢어져 사는 민족이지만, 일상의 문제들에 치여 스스로가 점점 그 사실을 잊어 간다고 생각해요. 분단에 익숙해져서 현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지도 모르고요.”

‘이번 장편은 어떤 작품이냐’는 물음에 돌아온 답이었다. 그에 따르면 동서독이 분단돼 있을 때 동독에는 북한 사람이, 서독에는 남한 사람이 살았다.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을 때 동서독 사람들만 섞인 것이 아니었다. “당시 독일에 살았던 남북한 사람들도 뒤섞였을 것이라는 기록을 본적이 있다”는 말에서 이번 작품의 모티브가 대략 가늠이 되었다.

그렇듯 최 작가는 독일 통일과 맞물린 남과 북 사람들의 이주문제를 오랫동안 천착해왔다. “사람들은 이주자를 특정하게 규정할 수 있는 이들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런데 사실은 모두 자신이 살고 있는 땅의 주인일 수 없다는 걸 알았으면 해요. 외국에 살고 있는 이들도 많고, 한 나라 안에서도 어딘가 이동해 살고 있잖아요. 사는 동안 장소를 빌려 쓰고 있을 뿐이죠. 인간은 낯선 곳에서 뿌리를 내린 채 살아가는 불완전한 존재 아닐까 싶습니다.”

그는 지난 2022년 마지막으로 이번 소설 플롯을 만들었다. 첫 번째 원고는 그에 앞서 2019년 완성했다. 그러나 만족할 만한 원고가 아니어서 창작품으로 세상에 내놓을 수 없었다.

이후 네댓 번의 플롯 수정과 원고 개작 과정이 있었다. 이에 앞서 본격적으로 소설쓰기에 돌입하기 전, 지난 2018년 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독일로 취재 갈 수 있도록 지원을 받았다. 이후 일 년에 한두 번씩 독일에 갈 때마다 이런저런 자료를 수집했으며, 독일인 지인에게 물어서 자연스럽게 체화하는 과정을 거쳤다.

전직 경찰 출신 주인공 변해주는 한국에서 북한 출신인 김용준과의 잊을 수 없는 인연 끝에 일을 그만두고 대학원에 진학한다. 연구 때문에 독일에 가는데, 동서독 통합과 통일 후 발생한 문제들을 조사하기 위해서다. 면담자인 뵐러 박사가 독일에서 있었던 한국인 사망 사건을 해주에게 귀띔해주는데, 사망자는 대학에 다니던 28세 탈북인 윤송이다. 그녀는 한 폐쇄건물에서 추락해 사망했고, 사건은 자살로 종결된다. 그런데 전직 경찰인 해주가 보기에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드는데….

오늘의 시대와 연관된 담론을 모티브로 소설을 완성했으니 조금 쉴 법도 한데, 그는 다시 달릴 참이다. “대학 교수가 되기 전과 이후 창작을 대하는 마음의 변화는 사실 없다”는 말에서 소설에 대한 진심이 느껴졌다.

“등단 전 습작을 시작한 때부터 지금까지 소설을 대하는 마음은 단 하나, ‘더 좋은 소설을 쓰고 싶다’ 뿐이에요. 더 좋은 소설은 무엇이고, 나는 어떤 소설을 잘 쓸 수 있을까, 이것만으로도 고민거리는 늘 충분하죠.”

소설을 쓰고자 하는 대학생이나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부탁했더니 ‘의지’라는 단어를 꺼냈다. 한편으로 “소설은 나무 같다”며 “햇빛을 쪼이고 영양분을 먹고 물을 마시고 시간을 들여 성장해간다”고 덧붙였다.

“문학을 과제나 해야 할 일로 여기지 않고 내 삶으로 들어오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 같아요. 글과 이야기를 좋아하고, 아름다운 문장에 심장이 쿵쾅거린다면, 삶의 본질을 고민하는 일에 관심이 있다면, 문학을 하는 일은 나의 삶을 불태울 수 있을 만큼 아름다운 일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습니다.”

한편 최 작가는 지금까지 소설집 ‘보통 맛’과 장편소설 ‘백 오피스’, 연작소설 ‘먼 빛들’을 펴냈다.

/글·사진=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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